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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 요금수납원 향한 연대의 함성 “모두는 한 명을, 한 명은 모두를 위해”
도로공사 앞에 걸린 현수막
도로공사 앞에 걸린 현수막ⓒ민중의소리

“엄마,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건물 주변에 걸린 수많은 현수막 문구 중 하나다. 이는 지난 9일부터 13일째 도로공사 건물 안에서 “대법원 판결대로 직접고용하라” 고 요구하며 농성 중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을 응원하는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의 목소리였다.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 중 상당수는 은퇴가 몇 년 안 남은 나이다. 누군가의 어머니·아버지인 그들의 아들·딸도 어딘가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다.

“어차피 직고용 정규직 되어도 곧 은퇴할 나이다. 나 자신보단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싸우는 것”이라던 요금수납원들의 말(관련기사:9월 11일 도로공사 본사 점거 농성 요금수납원들 인터뷰)에 답이라도 하듯, 그곳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21일 찾아간 도로공사 본사 건물 주변엔 각기 다른 단체들이 준비해 게시한 셀 수 없이 많은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천막과 나무, 심지어 언덕으로 향하는 산책로에도 건물 안에서 농성하는 수납원들이 볼 수 있도록 현수막이 설치돼 있었다.

“존엄하게 일할 권리를 위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톨게이트 직접고용 그날까지! 우리는 함께 입니다!”
“동지들이 옳다! 끝까지 투쟁해서 반드시 승리하자!”
“법을 이기는 자본, 그 자본을 이기는 단결. 동지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민간기업 홈플러스도 자회사 없는 정규직 전환했다! 공공기관 도로공사는 직접고용 왜 안 하냐!”

이날 오후 4시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속에서도, 전국에서 2천명이 넘는 노동자와 시민이 도로공사 건물 안에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직접고용 쟁취! 톨게이트 투쟁 승리!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직접고용 외면하는 이강래를 파면하라”, “우리가 옳다 직접고용 쟁취하자” 등 요금수납원들이 외치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비바람 속에서도 결의대회를 개최한 민주노총
비바람 속에서도 결의대회를 개최한 민주노총ⓒ민중의소리
풍선을 띄우는 집회 참가자들
풍선을 띄우는 집회 참가자들ⓒ민중의소리

“존엄하게 일할 권리, 경쟁에서 이긴 자만을 위한 게 아니다”
“요금수납원들만의 싸움이 아닌, 나의 싸움”
“100만 민주노총, 1500명의 요금수납원을 위해 싸우겠다”

이날 열린 집회에선 건물 안에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에 대한 응원이 이어졌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는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외치는 ‘우리가 옳다’라는 구호의 의미를 짚었다.

그는 “대법원 재판에서 이겼기 때문에 옳은 게 아니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의 권리가 시험에서 경쟁에서 이긴 자들만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니라, 노동자라면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옳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상임활동가는 요금수납원들의 농성이 수많은 비정규직들에게 용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수가 여성노동자이고 장애인노동자고, (과거에 일자리가) 용역업체로 넘어갔을 땐 침묵했지만, 이젠 그렇게 하지 않고 싸우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울림을 주고 있다. 자신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꾸려는, 옳은 세상으로 가려는 이들의 걸음에 함께 연대하며 승리를 만들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인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도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 본부장은 “저도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이기 전에 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다. 2011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처럼 불법파견 소송을 진행해 1·2심 모두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래서 이 투쟁은 저의 투쟁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싸움의 승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직고용 정규직이 되는 길이고, 조선·철강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정규직이 되는 길이며, 전체 임금 노동자들의 절반에 이르는 비정규직이 직고용 정규직이 되는 투쟁이다. 한국 사회를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으로 만들어내는 교두보”라며 “반드시 요금수납원들이 직고용 되어야 한다”고 외쳤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100만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연대 투쟁을 예고했다.

김 위원장은 “안에 있는 수납원들에게 걱정이 있다고 한다. 그 걱정이 뭐냐면 ‘감기’다. 자기가 감기에 걸릴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함께 투쟁하는 동료들에게 감기를 옮길까 봐 걱정이라고 한다. 그렇게 싸우고 있다. 그리고 우린 이 폭우 속에 이렇게 모였다”며 “한 사람은 모두를 위해, 모두는 한 사람을 위해 싸우고 있다. 이 투쟁은 질 수 없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00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를 오는 23일 바로 이곳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며 “모두가 하나를 위해 싸우는 투쟁을 하자, 민주노총이 1500명 요금수납원들의 직고용을 반드시 만들어내자”라고 외쳤다.

풍선을 띄우는 집회 참가자들
풍선을 띄우는 집회 참가자들ⓒ민중의소리

“우리가 이긴다”

이 같은 응원의 목소리에 요금수납원들도 응답했다.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에서 84일째 고공농성 중인 요금수납원 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톨게이트지부장은 집회 중 전화통화를 통해 “도로공사는 여전히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지만, 우리가 이겼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그는 “우리의 문제에 정부도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우리가 직접 해결해야겠다는 의지를 모아 본사로 뛰어들어갔다”며 “불안하고 두려웠다. 하지만 연대해주는 분들이 있었다. 우리가 반드시 이길 것이다. 우리가 옳기에 이 싸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승리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13일째 도로공사 본사 건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창근 공공연대노조 도로공사영업소지회 지회장도 응원의 목소리에 답했다. 집회 장소와 요금수납원들이 농성 중인 건물 사이엔 경찰의 차단벽이 세워져 있었지만, 경찰은 마이크 연결선이 전해질 수 있도록 잠시 길을 열어줬다.

경찰 차단벽이 세워진 건물 입구에서 마이크를 잡은 유 지회장은 “수납업무를 수십 년 간 해온 우리들에게 (대법원 판결에서 졌으니 직고용은 해줄 수 있지만, 요금수납업무는 자회사로 넘어가서 안 되니) 도로청소를 하라는 것은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며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린 이미 도로공사 직원이다. 그래서 우린 여기에 찾아왔고, 점거했다”며 “이강래는 이 상황을 책임질 사람이 못 된다. 이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외국에 나가기 전에 이 문제를 먼저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말미, 참가자들은 주최 측이 준비해 온 수많은 노란풍선을 하늘로 띄웠다. 건물 밖에선 응원의 함성이, 건물 안에선 화답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또 경찰 차단벽 너머로 농성 중인 요금수납원들이 손과 피켓을 번쩍 들어 고마움을 전했다.

손을 흔들고 있는 요금수납원들
손을 흔들고 있는 요금수납원들ⓒ민중의소리

한편, 한국도로공사는 문재인 정부의 제1호 국정방침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2년 여 간 추진했다. 그러다 지난 7월 1일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용역회사 소속 요금수납원들을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했다.

자회사를 거부하고 직접고용을 촉구하던 요금수납원 1500명은 계약 만료에 따라 해고 상태가 됐다. 8월 29일 대법원이 요금수납원들을 직고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지만, 도로공사는 이미 요금수납 업무를 모두 자회사로 넘겼기에,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을 직접 고용으론 해당 업무로 복귀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19일 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 이후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직고용 대상이라고 판단한 499명 중 자회사를 택한 50명 등을 제외하고 남은 430명에 대해 직고용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230여명의 노동자들이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도로공사는 이들을 직고용하는 인원으로 간주하고 고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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