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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버닝썬 엮어보겠다’, 이상하게 끝난 검찰의 경찰청 압수수색 ‘쇼’
검찰 관계자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는 모습. 2019.09.23
검찰 관계자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압수한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는 모습. 2019.09.23ⓒ정의철 기자

‘버닝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모 총경을 ‘피의자’로 적시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경찰청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결국 아무런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돌아가는 일이 있었다.

지난 27일 벌어진 일이다. 해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에 위치한 경찰청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언론에서는 ‘검찰이 윤 총경 의혹과 관련해 경찰청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취지로 일제히 보도했다. 검찰이 돌아가고 난 뒤에도 ‘압수수색을 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대부분의 언론에서 나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 상황은 보도 내용과 완전히 달랐다. 검찰이 압수수색은커녕 압수수색 장소에 진입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경찰청 1층 카페에서 2시간 넘게 대기했다. 압수수색 영장을 검토할 경찰 관계자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당 경찰 관계자는 미리 예정돼 있었던 내부 행사에 참석하고 있던 중이었다.

압수수색 장소인 것으로 알려진 담당 부서 소속 경찰관들은 “압수수색을 하지도 않았는데 문건과 자료를 확보했다는 보도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의아해했다.

경찰청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1층 카페에서 대기 중인 검찰 관계자들.
경찰청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고, 1층 카페에서 대기 중인 검찰 관계자들.ⓒ민중의소리

오전 11시가 넘어서야 경찰 관계자가 영장을 검토했고, 검찰은 정오를 전후로 윤 총경이 근무했다는 장소로 경찰 관계자와 동행했다. 압수수색 장소는 ‘윤 총경이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근무할 당시 근무지’라고 명시돼 있었다.

검찰은 결국 빈 손으로 나왔다. 해당 장소는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경찰 방송국으로 쓰이고 있는 곳이었다. 윤 총경과 관련이 있는 자료가 보관돼 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이었다.

경찰청 측은 해당 장소의 용도와 ‘여기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점을 검찰 관계자에 피력했으나, 검찰은 문제의 장소를 벗어나지 않으려 했다.

경찰청 경무국 관계자는 검찰이 돌아간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무의미하다는 점을 얘기했는데, 검찰은 뭐라도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면서 압수수색을 시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윤 총경의 현재 근무지인 서울경찰청 치안지도관실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이다. 윤 총경은 경찰청 인사담당관으로 일하다가 지난 3월 대기발령 조치됐고, 최근 인사에서 서울청 치안지도관으로 전보됐다. 서울청에서 검찰이 무슨 자료를 가져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이번 압수수색 시도의 목적은 윤 총경의 뇌물 수수 정황이 추가로 포착된 데 따른 자료 확보 차원이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을 보강 수사하던 중 윤 총경이 정모 녹원씨엔아이(옛 큐브스) 대표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공짜 주식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고, 미공개 정보로 이익을 보는 대가로 민정수석실을 통해 수사 정보 등을 흘려줬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수사가 얼마나 진척됐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씨가 대표로 있다는 ‘큐브스’라는 곳은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PE가 인수한 2차전지 업체 WFM이 8억원을 투자한 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압수수색을 전후로 보수언론에서는 ‘조국 펀드와의 관련성’, ‘민정수석실 개입 의혹’ 등을 언급하는 보도들이 일제히 나왔다.

결과적으로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 시도로 아무런 증거도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시도 자체만으로 ‘조국-버닝썬 유착 의혹’ 보도의 재료로 활용됐다. 수사 목적의 압수수색은 실패했지만, 공보는 확실히 했다.

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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