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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남북한 영화 44편으로 분석한 분단의 정서 ‘남북 분단 영화의 감정구조’
책 ‘남북 분단 영화의 감정구조’
책 ‘남북 분단 영화의 감정구조’ⓒ커뮤니케이션북스

지난 2016년 7월 27일, 한국전쟁이 막을 내린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3년이 지난 바로 그 날 영화 한 편이 개봉했다. 바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다. 이 영화는 보수세력들의 집단 관람 등으로 700만 관객을 모았지만, ‘2016년판 똘이장군’, ‘철 지난 반공 영화’ 등의 비난을 받아야 했었다. 한동안 한국영화는 피 튀기던 ‘반공 영화’ 시절을 지나 한국전쟁과 분단을 휴머니즘과 동포애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시절이었기에 ‘반공 영화’의 재등장은 관객을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가 시대를 역행하던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음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비슷한 시기 유튜브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을 다룬 또 다른 영화 한 편을 접했다. 지난 1982년 북한 인민배우 조경순이 연출을 맡아 만든 영화 ‘월미도’였다. 영화는 마치 달의 뒷면을 보는 듯 생경했고,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대척점에 선 영화였다. 두 영화에 있어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영화 ‘인천상륙작전’에서의 적은 북한이지만, 영화 ‘월미도’에서의 적은 남한이 아닌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영화 ‘월미도’에 남한은 등장조차 하지 않았다. 냉전 시기였던 1980년대에 만들어진 북한 영화와 아무리 박근혜 시대라곤 해도 2016년 만들어진 남한 영화를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힘들겠지만, 분단의 한반도를 올바르게 바라보기 위해선 남북이 가진 입장차이와 시대적인 변화를 함께 이해해야 함을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남북 모두 분단과 한국전쟁을 영화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 왔다. 영화는 분단과 전쟁에 대한 인식과 변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역사적 자료다. 남북한의 영화를 분석해 분단에 대한 인식 변화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남북한을 통합하는 지혜를 찾는 책이 출간됐다. 바로 ‘남북 분단 영화의 감정구조’이다. 이 책에서는 ‘분단에서 파생한 사건을 영화의 주요 소재로 삼고, 분단의 정서를 재현한 남한과 북한의 작품’을 분단 영화로 규정하고 1970년대 이후 시기별로 남한의 25개 작품, 북한의 19개 작품을 선정하여 분석했다. 이 작품들에서 공통으로 발현되는 정서적 징후들을 당대의 사회적 맥락에 따라 재해석하여 구성원들이 공유했던 감정구조의 흔적을 찾았다.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만든 남북한 영화. 2016년 작 영화 ‘인천상륙작전’, 1982년작 영화 ‘월미도’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만든 남북한 영화. 2016년 작 영화 ‘인천상륙작전’, 1982년작 영화 ‘월미도’ⓒ기타

1970년대 남북의 분단 영화의 키워드는 ‘적개심과 우월감’이다. 이 당시 영화는 각각 북한과 미국을 한국전쟁의 가해자로 규정하며 상대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지배적인 정서로 재현한다. 이 시기 남북 분단 영화에 나타난 정서 가운데 가장 큰 차이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다. 남한은 북괴로부터 조국을 지켜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위기감이 앞섰던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체제에 대한 우월감을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열망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1980년대 남북의 분단 영화의 키워드는 ‘반미와 민족 정서’다. 분단 원인에 대한 새로운 문제의식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시기 남북 분단 영화는 분단의 근본적인 원인을 외세의 강압으로부터 찾는 공통적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영화 속에서 외세에 대한 저항 의식에 기반을 둔 민족 정서가 부상하는 모습으로 재현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민족 정서가 반미 감정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남북 분단 영화의 키워드는 ‘허무와 멸시’다. 당시 남한 분단 영화는 세계적인 탈냉전 분위기 속에 이데올로기의 허무와 전쟁에 희생당한 개인의 아픔을 작품의 지배적인 정서로 재현한다. 북한 분단 영화는 동구 사회주의권 붕괴 후 체제 결속에 대한 정권 차원의 요구가 증대되는 가운데, 황금만능주의에 찌든 남한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멸시의 정서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2000년대 분단 영화의 키워드는 ‘체념과 사명감’이다. 남한 분단 영화는 남북 인물들의 직접적인 만남과 우정을 재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단된 국가의 현실 속에 종속된 개인의 운명에 좌절하거나 체념하고 마는 한계를 드러낸다. 반면 북한 분단 영화는 죽음을 무릅쓰고서라도 혁명의 수뇌부와 조국을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작품의 지배적인 헤게모니를 차지한다.

2010년대 분단 영화의 키워드는 ‘모순과 애국심’이다. 남한 분단 영화는 북한 체제에 대한 혐오와 북한 인물에 대한 동정을 양면적으로 재현한다. 북한 분단 영화는 남북 간의 분단이슈를 작품의 전면에서 지워버린 채, 아직 끝나지 않은 미국과의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인민들이 가져야 하는 애국심이 지배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2012년 이후 북한에선 더 이상 분단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런 남북의 분단과 관련한 마음의 변화를 읽어내며 저자는 “분단으로 인해 남북은 씻을 수 없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 분단은 남북한 사람들의 삶에 크고 작은 생채기를 남겼으며 민족의 트라우마가 되어 반복적으로 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남북은 깨어진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분단 이전보다 더 나은 한반도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며 “이제는 분단이 만들어낸 아픈 과거의 기억에 머물며 분단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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