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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이유진 “기후위기, 개인이 텀블러 쓴다고 해결 안 돼… 사회가 변해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김철수 기자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슬프고 화가 난다 해도,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거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지난 9월 23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장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위기가 긴급하다고 지적하며 긴급함을 안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툰베리의 지적처럼 지금 세계 각국은 기후위기를 말하고 있지만, 기후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와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위기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했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떠올려 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 2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녹색당 전 운영위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유진 연구원은 “이제 캠페인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개인이 텀블러 쓰고, 한 등 끄고, 조명을 LED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라며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문제에 집중해야 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그린뉴딜’을 새로운 대안으로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그린뉴딜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제로 사회를 만드는 인프라 재구축에 정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연구원과의 일문일답.

“문 대통령을 포함 각국 정상들은
기후위기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까지 얼마를 배출했고, 앞으로
얼마를 줄일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핵심을 피해간 것이다.”

질문 얼마 전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기조연설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한국형 지속가능발전목표 수립을 비롯하여 지속가능한 저탄소 경제로 조기에 전환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선언하는 등 여러 약속을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답변 먼저 문재인 대통령이 ‘기후행동정상회의’에 참여한 것은 의미가 크다. 각국 정상이 모여 기후위기를 논하는 자리에 대통령이 참여한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게 우리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문 대통령의 연설에는 구체성이 없었다. 핵심은 기후위기이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지구 평균온도 상승이 1.5도를 넘지 않게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해야 한다. 문 대통령을 포함 각국 정상들은 기후위기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금까지 얼마를 배출했고, 앞으로 얼마를 줄일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문 대통령의 연설은 핵심을 피해간 것이다.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한국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세웠지만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구적 노력에 맞춰갈 준비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줄이겠다’고. 문 대통령이 연설한 제2차 P4G(녹색성장 및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 정상회의 개최, 녹색기후기금(GCF) 공여금 2배 늘리기는 온실가스 감축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김철수 기자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며 시작한 ‘결석시위’에 우리나라 청소년 수백 명도 집단으로 결석하고 동참하기도 했다. 지난 9월 27일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한 청소년은 “우리에게 대견하다고 하지 말고, 온실가스를 줄이라”고 발언했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 7억 톤을 넘었다. 물론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과 일본 등은 지난 2000년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다. 그런데 우리는 2000년 대비 배출량이 47%나 늘어났다.

질문 박근혜 정부가 물러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에너지 환경 분야와 관련해서도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보수언론이나 보수야당이 탈원전에 극렬히 반발하면서 석탄화력, 미세먼지 등의 이슈도 비틀리고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또는 석탄화력으로 이산화탄소 배출과 인한 지구 온난화를 줄이기 위해라는 명분으로 탈원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답변 기존 체제를 전환하는 건 당연히 힘든 과정이다. 이미 형성된 에너지 기득권을 흔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오랫동안 값싼 연료를 기반으로 한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전력에서 우위를 점해왔는데, 그렇게 만든 시장제도, 가격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어떤 비용이 왜 발생하는 것인지,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지불해야 합리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처음부터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딜레마라고 본다. 한국의 낮은 전기요금은 산업, 상업, 농업, 가정 전반에서 전력화 현상을 심화 시켜 전력소비량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수요관리를 위해 에너지 요금과 가격체계를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건설비용의 증가, 노후화,
운영 미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 등
원전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자유한국당과 언론이 탈원전을 공격하고 있지만, 이 정부에서는 탈원전이 아니라 원전 확대이다. 원전이 5기나 건설되고 있다. 이 정부의 탈원전 시점은 2080년 이후이다. 원전건설비용의 증가, 노후화, 운영 미숙으로 인한 사고 가능성, 10만 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핵폐기물 등 원전의 한계는 너무나 분명하다.

질문 미세먼지를 두고서도 사회적인 관심이 높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중국을 주로 꼽으면서 마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는 식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30일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답변 이번에 발표한 대책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석탄발전소가 60기가 가동 중이다. 이번 대책에서 12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고농도 시점에 석탄발전소 가동을 1/4~ 1/3 줄인다는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석탄 대신 LNG 발전을 가동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상승한다. 산업, 일반용 등 전반에 전기요금 인상분이 반영된다. 각 가정에서 내는 비용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에 1,200원 정도라고 한다. 그 비용을 받아들이면 석탄발전소 가동을 줄일 수 있고,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동시에 줄일 수 있다. 실제 500여 명의 시민정책참여단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75%가 가구당 2,000원의 전기요금 인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했다.

이번 대책으로 석탄 발전을 줄이는 비용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었다. 전력수급이 차질 없는 것을 전제로 1년 내내 석탄 발전 가동을 절반, 또는 그 이상 줄이려면 대략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추산할 수 있게 되었다. 에너지를 전환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어느 정도 비용인지, 우리가 부담할 수 있는지 진전된 논의를 해 볼 수 있게 됐다.

질문 미세먼지 때문에 가구마다 지출하는 돈도 엄청나다.

답변 4인 가구가 천 원짜리 마스크를 하나씩만 사도 4천 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스크와 공기청정기 구매 등 가구당 미세먼지에 대응 비용이 월평균 2만1260원으로 조사됐다. 개인이 각자도생으로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보다 사회 전체가 합의해 배출량 자체를 줄여나가는 것이 전체적으로 바람직한 결정이다.

방독면을 쓴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석탄발전 OFF 미세먼지 BYE 피켓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과연 적절하고 재난에 걸 맞는지 되물어야 하며 석탄발전의 감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독면을 쓴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지난 3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석탄발전 OFF 미세먼지 BYE 피켓 퍼포먼스를 펼치면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과연 적절하고 재난에 걸 맞는지 되물어야 하며 석탄발전의 감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김철수 기자

전기요금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과도하게 민감하다.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문제만 아니라 전력 낭비도 심하다. 낮은 요금으로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이런 논의를 시작할 계기가 마련되었으니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비용을 감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동차도 너무 많다. 우리나라는 현재 2.3명당 차 1대를 보유해 세계에서 15번째로 차량 2천만 대를 넘어선 국가가 됐다. 국토 면적은 세계 109위다. 좁은 공간에 자동차가 밀집해 있는 것이다. 미세먼지 측면에서 보면 노후 경유차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자동차 중심의 교통 시스템도 변화가 필요하다. 5등급 운영 제한과 더불어 내연기관 생산판매 금지 시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해외에선 내연기관 생산판매 금지 연도가 2025년, 2030년, 2040년으로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전기요금에 대해 우리 사회는 과도하게 민감하다.
낮은 전기요금 때문에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문제만 아니라 전력 낭비도 심하다.
낮은 요금으로 우리나라는
에너지효율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

질문 전기요금 인상을 말하면 약자들을 위해 인상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답변 전기요금에는 이미 약자 배려가 반영되어 있다. 대가족, 다자녀 출산가구, 복지할인, 생명유지장치, 사회복지시설, 필수사용량 공제까지. 현재 전기요금에는 복지를 강화해서 풀어야 할 것이 전기요금에 과하게 반영되어 있다.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원이 투입되고, 우리나라는 현재 43%가 석탄, 26%가 원전이다. 석탄을 태워서 나오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원전사고도 마찬가지다. 에너지복지는 반드시 강화되어야 하지만,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효과적인 복지정책은 아니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회를 만들어 결국은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 하는 환경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질문 그린뉴딜이 진보진영의 새로운 환경 및 발전전략으로 제기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소개해달라. 실행하려면 재정, 산업, 노동, 환경 등 범국가적 기획이 필요한데 가능한가?

답변 우리가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온실가스 줄이는 것이라고 본다. 파리협정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저감 노력이 제도화되고 있다. 석탄발전 제로시점 발표, 내연기관 생산판매 금지, 금융에 기후리스크 반영 등. 그린뉴딜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제로 사회를 만드는 인프라 재구축에 정부의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미국 정계 최연소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를 중심으로 지난 2월, ‘그린뉴딜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은 ‘1.5도 특별보고서’로 시작한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0년 대비 40~60% 감축하고, 2050년 넷 제로(Net Zero,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제로) 달성을 목표로 한다.

2019 년 5 월 24 일, 로스 앤젤레스 시내 퍼싱 스퀘어에서 '그린 뉴딜 (Green New Deal) 지지 집회에 참석한 기후 변화 운동가
2019 년 5 월 24 일, 로스 앤젤레스 시내 퍼싱 스퀘어에서 '그린 뉴딜 (Green New Deal) 지지 집회에 참석한 기후 변화 운동가ⓒAP/뉴시스

결의안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남았던 문장은 “공동체와 노동자를 위한 공정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통해 넷 제로 온실가스 배출 달성”이다. 정의로운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될 노동자들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부 정책으로 인프라 재구축, 청정에너지 100% 전력 생산, 스마트 그리드 구축, 전기차와 고속철도 도입, 건물에너지 효율화, 농업부문 탄소 중립 등 14개 부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 정책이 실제로 작동하려면 정부 모든 정책을 온실가스 감축을 지표로 삼아 우선순위와 예산투입 방식을 재편하고, 정부조직구조도 개편하고, 산업구조 개편과 정의로운 전환 정책수립 등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

질문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성장’ 때문에 그린뉴딜에 대해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있다.

답변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은 4대강 사업과 원전 확대가 핵심이었다. 2009년 미국의 오바마 정부도 그린뉴딜을 추진했다. 그 방식은 이명박 정부와 달랐다. 에너지, 수송, 건물 분야에 대한 대규모 재정투자를 바탕으로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 활용해 재생에너지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일자리 증가를 가져왔다.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연구개발비 지원으로 테슬라 같은 기업이 성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녹색’이라고 이름을 붙였지만, 토목사업에 집중해 사업이 끝나면서 일자리는 사려졌다. 오히려 이로 인해 환경과 사회에 엄청난 폐해만 끼쳤다. 이명박 녹색성장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그린뉴딜 정책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성장하는 개도국이
한국이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석탄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재생가능에너지로 갈 수 있다.”

질문 이런 변화는 여러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칠 텐데

답변 기후규제가 강화되고 자동차 산업에서 전기차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내연기관 차량 시대가 생각보다 빨리 끝날 수 있다. 그런데 전기차의 빠른 확산은 기존 자동차 산업과 일자리에 큰 충격을 준다. 부품산업, 정비산업, 전국에 깔린 주유소 등 내연기관 차량과 연결되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이패스의 등장으로 고속도로 요금소 수납원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AMI(지능형검침인프라)로 검침원들의 일자리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기존의 악덕 기업주와 노동권 침해 문제 심각한데, 기술변화로 인한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녹색당은 그린뉴딜과 기본소득이 결합하는 모델로 가야 사회적 안전망이 생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녹색당도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린뉴딜, 사회보장제도, 대학 등록금 면제, 기본소득이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질문 툰베리의 호소가 국제적으로 공감을 얻고 있지만, 저개발 국가로서는 생존과 생활개선을 위해 성장전략을 취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반론도 여전히 강하다.

답변 유엔기후변화 협약은 ‘공동의 차별화된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많이 줄여야 할 책임이 있고, 개도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지금 성장하는 개도국이 한국이 성장 과정에서 겪었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할 필요는 없다. 석탄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가는 게 아니라, 바로 재생가능에너지로 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북한이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있어, 우리가 겪었던 원전과 석탄발전이 아닌 분산형 재생가능에너지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이 석탄발전을 아시아에 수출하는 게 아니라, 아시아 국가들이 재생가능에너지를 확산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자원고갈과 기후위기에 직면해서
앞으로 성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성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성장을 멈추자고 주장한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방향과
시민들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불안하지 않으며,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전환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질문 환경, 에너지와 관련한 국가적 대책이 미비하다 보니, 이와 관련한 빈부 간의 격차도 심해졌다. 돈이 있으면 좋은 환경에 있을 수 있지만, 돈이 없으면 안전한 음식도, 쾌적한 환경도 제공 받기 힘든 사회가 됐다.

답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회인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싶은지 사회적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 산업재해로 하루 평균 3명이 일터에서 사망하는 사회, 물질적 풍요가 넘치는 시대에 굶어 죽는 사람들, 폭염, 한파, 태풍 피해가 잦아지고 미세먼지가 일상이 되는 사회에서 살기가 너무 어렵다. 이 모든 일이 개인의 실천이나 각자도생 방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이다.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시스템으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정치와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해야 하고,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에 나서야 한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야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

지난 10월 1일,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이다’라는 시민참여 워크숍 자료 중에서. 주요국가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 10월 1일,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이다’라는 시민참여 워크숍 자료 중에서. 주요국가들은 지난 2000년 이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크게 늘어났다.ⓒ‘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이다’라는 시민참여 워크숍 자료

질문 진보진영도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와 관련한 청사진을 내지 못하고 있다.

답변 그동안 한국사회 고도성장의 폐해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지금은 자원고갈과 기후위기에 직면해서 앞으로 성장을 하고 싶다고 해서 성장이 되는 것도 아니고, 성장을 멈추자고 주장한다고 해서 멈출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더 복잡해졌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의 방향과 시민들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불안하지 않으며, 행복함을 느끼면서 살 수 있도록 전환할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주어진 문제를 잘 풀어가는 성숙한 사회를 만들려면, 시스템 전환을 위한 양보와 타협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에너지전환으로 새로 생길 일자리와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대책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 전환의 방향을 설정하고,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회의 자원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지를 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질문 지난 2012년 녹색당이 만들어졌다.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에 꾸준히 참여해왔는데, 1% 지지율을 넘기기도 힘들었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지만, 녹색당의 정치적 도전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다.

답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녹색당으로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다 보면 ‘안 되는 일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 다들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현재 선거제도에서 진보정당이 당선되는 것이 힘들다. 그래서 녹색당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 개혁에 열심히 나서고 있다. 특히 여성·청년·농민·노동자·소수자들의 직접 정치가 가능하기 위해서도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녹색당은 득표율이 낮으면 정당을 강제해산시키는 정당법 조항 위헌결정, 비례대표 국회의원 고액기탁금 조항 위헌 결정도 이끌어냈다. 녹색당 7년, 원내 진입의 열망이 크다. 기후위기로 전 세계적으로 녹색당이 약진하고 있는데, 이는 비례성이 반영되는 선거제도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녹색당은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 왔다. 탈핵·탈석탄 사회와 기본소득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지난 총선 때 미세먼지 정책도 가장 먼저 제안했다. 이렇게 등대정당으로 역할을 해왔고, 내년에 국회로 진출하면 한국 정치에서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녹색당에선 내년 총선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답변 선거제도 개혁에 집중하면서 ‘여성출마 2020프로젝트’와 ‘기후위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가 파란을 일으켰다. 우리 국회가 50대 이상의 엘리트 남성으로 대변되는 특정 성별 대변 정치 벗어나기 위해선 다양한 사람들이 국회로 가야 하고, 이를 위해 여성 정치인을 준비하고 양성해 왔다. 출마하는 후보들을 위한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것도 준비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출마했던 고은영 후보는 미세먼지 기후변화 대책위원장으로 녹색당의 기후위기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총선 정책으로 녹색당 버전의 그린뉴딜 정책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녹색당은 그동안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 왔다.
탈핵·탈석탄 사회와 기본소득에 대한 화두를 던졌고,
지난 총선 때 미세먼지 정책도 가장 먼저 제안했다.
이렇게 등대정당으로 역할을 해왔고,
내년에 국회로 진출하면
한국 정치에서 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지난 2018년 총선에서 동작갑에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3.05%를 득표했다.

답변 지금도 지역에서 바닥부터 열심히 뛰는 진보정당의 정치인들을 응원한다. 이런 진보정당 지역 정치인들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꼭 개혁됐으면 한다. 당시 동작구 ‘성대골에너지자립마을’을 통해 출마했다. 지금도 에너지전환 활동은 같이하고 있다. 노량진수산시장 문제 등 지역 사안에 함께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다. 기후·에너지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는 양해를 구하고, 활동하고 있다. 지역구 출마 경험은 배움의 현장이었고, 미안한 현장이기도 하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김철수 기자

질문 주민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을 텐데 어땠나?

답변 기후위기가 이미 다가와 있지만, 우리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의 87%가 에너지 연소에서 나온다. 40%는 전력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데, 기후위기를 에너지 문제로 연결해서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사회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차근차근 같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온실가스 감축 최우선 정책으로 탈탄소 산업과 일자리 만들기, 인프라 재구축, 지역 먹거리 ·에너지·경제 전환공동체 만들기에 대한 내용을 만들어가고 싶다. 이제 캠페인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온실가스 감축은 개인이 텀블러 쓰고, 한 등 끄고, 조명을 LED로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다.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를 이야기해야 한다.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문제에 집중해야 풀 수 있다.

질문 규제는 나쁜 것이란 인상이 많다.

답변 좋은 규제는 해야 한다. 안전에 대한 규제, 오염과 낭비를 줄이기 위한 규제는 강화해야 한다. 에너지효율 규제를 높이면 기업들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연구투자를 늘리고, 기술이 발달하게 된다. 효율 산업이 활성화되고, 에너지 총소비량과 온실가스가 줄어든다.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어도 기업에 대한 처벌과 규제가 너무 약하다. 노동하기 위험한 사회를 만들어놓고, 청년들에게 일 안 한다고 말하면 안 된다. 건강, 환경, 안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고, 그런 규제는 오히려 일자리를 만들어낸다.

질문 -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규제와 함께 전기요금 현실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답변 지난 10월 1일, ‘온실가스 감축 시민이 답이다’라는 시민참여 워크숍을 통해 전기요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시민들은 미세먼지 저감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수용성이 높았다. 요금인상이 무엇을 위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는지가 충분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논의의 장이 많이 만들어지고, 논의할 수 있는 근거자료도 많이 공개되어야 한다. 독일은 우리와 비교하면 전기요금이 3배 정도로 비싸다. 에너지전환 비용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고,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다. 미세먼지 고농도 대책으로 전기요금 이야기가 나오니 일부 언론이 “미세먼지 해결한다더니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기사를 낸다. 댓글도 부정적이다. 문제를 풀려면 그에 대한 부담도 함께 져야 한다. 그 부담을 특정 집단에게만 지우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게 함께 부담하도록 설계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발표한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에서
석탄발전을 1/4~1/3 줄이려면
가구당 1,2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질문 하지만, 결국 정치권은 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이런 부분에 소극적이다.

답변 전기요금 올리면 표 떨어진다는 생각이 강하다. 정부가 에너지전환은 하지만, 전기요금은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증세 없이 복지 이루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용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해야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대책에서 석탄발전을 1/4~1/3 줄이려면 가구당 1,200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구체적 자료를 많이 공개하고, 논의에 부쳐야 한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일 오전 서울 중구 NPO센터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02ⓒ김철수 기자

전 세계 신규 발전 설비의 70%가 재생가능에너지고, 태양광 풍력 생산 전기가 석탄이나 가스보다 저렴한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한 국가도 많아졌다. 지금의 에너지전환이 미래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아직 3년 가까이 남았다.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과 동의, 에너지세제와 요금체계 개편, 재생에너지 산업 활성화 전략, 쇠퇴하는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 등 이 정부 내에서 기반을 잡아야 할 정책이 많다.

“녹색당, 민중당, 정의당, 민주당 등
그린뉴딜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노동자, 농민, 청년, 여성 등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정책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질문 얼마 전 민중당 정책당대회에서 ‘기후위기, 미세먼지 그리고 그린뉴딜’이라는 제목으로 강연에 나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녹색 관련 정책을 비롯해 정책적 연대 둥 진보정당들의 공동 대응도 필요하지 않나?

답변 그린뉴딜이 지향하는 바와 실행방식, 재정 조달 방안, 세부 정책은 나라별로 주장하는 주체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사회제도와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제도와 예산, 인력을 배분하는 설계방식도 다르다. 우리 사회 정당과 사회집단이 그린뉴딜 정책 구현방식을 두고 같이 논쟁했으면 한다. 녹색당, 민중당, 정의당, 민주당 등 그린뉴딜의 필요성에 동의하는 정당들이 노동자, 농민, 청년, 여성 등을 위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정책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거의 모든 후보가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했고, 후보마다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각자 강조점이 다르다. 우리도 진보정당들이 각자의 강조점을 가지고, 그린뉴딜을 논의하며 보다 나은 안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한다.

질문 앞으로 계획은?

답변 한국 사회가 온실가스 줄이는 사회로 진입할 수 있도록 활동가로 역할 하겠다. 정부와 지방정부의 모든 부처 예산과 세부 정책에 온실가스 감축이 중요한 요소로 검토돼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행동으로 실행하는 사회가 되도록, 시위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시민들과 대안의 현장을 만들어내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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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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