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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민보] “빨리 학교로 돌아와요” 개구쟁이들과 ‘잠시’ 헤어진 우신중 해직교사 권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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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신중학교 권종현 선생님은 따로 있는 교직원식당 대신 학생식당에서 아이들과 똑같이 줄 서서 점심을 먹는다. 8년쯤 됐다. 처음에는 ‘선생님 바빠서 먼저 먹는다’며 줄을 안 섰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왜 새치기해요?”라고 항의해 줄도 같이 서게 됐다. 그는 “이제는 내가 새치기 하는 녀석도 잡고, 남학교라 학기 초에 자주 벌어지는 싸움도 말린다”며 “언제부턴가 밥 먹을 사람 없는 아웃사이더들이 내 옆에서 먹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학생식당에서 자신들과 밥 먹는 그를 보며 “선생님 왕따구나”라며 농담도 한다.

1996년 사립학교재단인 우천학원의 우신고등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권종현 선생님. 그는 9월 23일까지 같은 재단의 우신중 사회 교사였으나 해임돼 24일부터는 수업은 물론 학교 출입도 할 수 없다. 쫓겨난 그는 어떤 교사였을까?

우신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권종현 교사는 학교와 재단(우천학원)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결국 ‘부당 인사’ 갈등 끝에 징계위가 소집됐고 해임 통보를 받았다. 4일 민중의소리와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2019.10.04
우신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권종현 교사는 학교와 재단(우천학원)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결국 ‘부당 인사’ 갈등 끝에 징계위가 소집됐고 해임 통보를 받았다. 4일 민중의소리와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했다. 2019.10.04ⓒ김철수 기자

우신고는 15번 떨어지고 붙은 첫 직장이었다. 갓 군대를 다녀온 혈기왕성한 선생님은 남자고등학생들과 죽이 잘 맞았다. 그는 “당시엔 진짜 무서운 것을 몰랐다”고 했다.

방학 때면 금강 따라 2백리, 강화도 한 바퀴, 설악산 등반 등을 학생들과 같이 했다. ‘사제동행 국토순례’라는 이름도 붙였다. 당시에는 절차도 명확하지 않았고, 여행보험 드는 것도 몰랐다.

“한번은 전남 하의도 옆에 신도라는 10가구도 안 사는 섬에 두 반 아이들 50명 가까이를 선생님 서너명이 데리고 갔다. 파도가 조금 높게 출렁여서 교사들은 걱정하는데 아이들은 그저 신났다. 좀 지나서야 노하우도 생겼고, 보험도 들고, 학부모 동의서도 받았다.”

학생, 학부모, 지역 시민들과 같이 하는 독서토론모임도 몇 년간 했다. 서예반도 열심히 해서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010년 중학교로 옮긴 뒤 서예 대신 기타로 전향했다. 젊어서 약간 치다 말았는데 아들이 배우고 싶다고 해 기타 학원 갔다가 같이 등록을 했다. 아들은 그만두고 그는 계속 레슨받아서 기타반을 만들었다. 방과 후에도 연습해서 홍대 무대까지 진출해 공연도 해봤다.

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선생님이 아니다. 성향도 자유분방하고 규율에 얽매이기보다는 같은 눈높이에서 장난도 하고 어울릴 수 있는 선생님이다. 그래서 선배 교사에게 ‘생활지도 제대로 안 하고 너무 풀어놓는다’는 핀잔도 들었다.

한 학년 6학급, 한 학급에 24~25명. 450여명 되는 우신중 전교생을 그는 다 안다고 했다 그중 절반 정도는 이름도 알고 있다고. 그렇지만 자신이 “존경받는 훌륭한 교사는 아니다. 수업도 베테랑에 비하면 잘하는 편도 아니다”라고 웃었다.

교직원식당 대신 학생식당에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 권종현 선생님<br
교직원식당 대신 학생식당에서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 권종현 선생님ⓒ권종현 페이스북

교직원식당 대신 학생식당서 밥 먹던 ‘왕따’ 선생님
방학이면 여행 가고, 기타반 만들어 홍대 공연도 하고...
해임 다음 날 “왜 안 오냐” 재촉하는 아이들

어제까지 사회를 가르치던 선생님이 해임됐다. 학생들은 카톡으로, 문자로, 페이스북 메시지로 ‘보고 싶다, 힘내라, 왜 안 오냐’고 보내온다. 선생님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다는 학생들도 많다.

선생님은 중간고사 문제만 내고 잘렸다. 담임도 했던 3학년 아이는 생전 공부 안 하고 골치 아프게 하더니 선생님에게 ‘공부했다’고 문자를 보냈다. 시험을 보고 집에 가다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선생님을 발견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선생님, 기말고사 끝나고 우리가 이사장 혼내줄게요”라고 떠들었다. 사진 같이 찍자고, 페북에 올려달라고, 모자이크 안 해도 된다고 큰소리쳤다. 그리고는 주먹을 꽉 쥐고 ‘파이팅’을 외치며 포즈를 취했다.

권종현 선생님은 “잘릴 때는 정신없었는데 애들한테 밤 11시에 전화 오고, ‘선생님한테 아무것도 못 해줘 미안하다’고 문자가 오니, 내가 아이들에게 무슨 짓을 한 건다 싶었다”면서 “내가 꼭 이겨야 할 이유가 여기 있구나. 돌아가도 이 아이들과 수업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반드시 돌아가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쾌활하게 말하던 그는 아이들 이야기에 목이 메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권종현 선생님이 낸 문제로 중간고사를 친 학생들이 하굣길에 1인 시위하는 선생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있다.<br
권종현 선생님이 낸 문제로 중간고사를 친 학생들이 하굣길에 1인 시위하는 선생님에게 ‘파이팅’을 외쳐주고 있다.ⓒ권종현 페이스북

전교조 전임도, 교육부 파견도, 학습연구년도, 장학사도 모두 ‘안돼’
“유능한 교사라 없으면 학교 공백 커” 사유도 황당

군사독재 시절도 아니고 요즘 같은 대명천지에 권종현 선생님은 왜 해임됐을까. 멀리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자사고(자율형사립고) 도입을 앞두고 우천학원은 우신고를 자사고로 전환하기로 정했다. 2009년 자사고 전환 신청과 교육청의 평가가 이뤄졌다. 이때 우신고 소속이었던 권 선생님 등은 신문에 자사고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고를 실명으로 투고하는 등 열성적으로 활동했다. 이사장의 눈에 거슬렸고 이것이 10년 뒤 결국 해임으로 돌아왔다고 권 선생님은 보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자사고 정책은 특권교육, 경쟁위주교육으로 당시 교육계와 시민사회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구로구 온수동에 위치한 우신고는 서민거주 지역이라는 입지조건부터 맞지 않았다. 그러나 이사장이 하겠다는 일을 사립학교에서 누구도 대놓고 반대하거나 말리지 못했다. 권 선생님의 비판이 더 튀어 보였다. 권 선생님은 학교의 압박에 이듬해 우신중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물론 학교측은 정상적인 인사조치이지 강제전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우신고는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어 재정적 손실이 누적되다 2016년 스스로 일반고로 전환하게 됐다.

이후 권 선생님인 인사 불이익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을 여러 차례 겪었다. 전교조 집행부 전임자 요청은 3차례나 거부됐다. 당시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상태가 아니어서 전임을 불허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권 선생님은 학교의 불허 이유가 “유능한 교사라 없으면 학교의 공백이 크다는 것이었다”며 웃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시절 교육부 파견과 학습연구년(정부에서 급여를 지원해주면서 1년간 대학원 등에서 연구하며 교사능력을 배양하도록 하는 제도) 추천도 비슷한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급기야 2018년에는 장학사 응시에도 학교장 동의를 거부했다. 교사가 장학사 시험을 보고 합격하면 사직하고 교육청 장학사가 된다. 학교장은 혹 결격사유가 있는 경우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는 행정적 절차일 뿐이다. 자격 조건이 되는데도 거부하는 사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연이은 ‘인사 갑질’ 배경엔 학교 운영 문제점 ‘공익제보’
장학사 응시까지 막자 교육계, 시민단체 1인 시위

재단과 학교가 사실상 ‘인사 갑질’을 한 배경에는 자사고 전환 반대 외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권 선생님이 2010~2011년 서울시의회를 통해 재단과 학교 운영의 문제점을 공익제보 했기 때문이다.

당시 행정실장이 횡령 사건으로 파면, 고발되고 교사들의 급여 액수도 틀리게 지급되는 등 학교 운영이 어수선했다. 또한 2011년까지 의무교육인 중학교까지는 외부 위탁급식을 모두 직영급식으로 바꾸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었는데 우신중은 직영 전환 계획조차 내놓지 않았다. 이윤을 남기지 않고 식품안전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직영급식으로 전환은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지지받고 있었다.

자사고 전환 반대로 눈 밖에 나서 원치 않게 중학교 옮기게 된 권 선생님은 비민주적 운영 사례를 정리해 서울시의원에게 제보했고, 서울시의회 행정사무 감사에 우천학원 이사장이 불려 나가게 됐다. 권 선생님은 “이사장의 답변 태도가 너무 안 좋으니까 새누리당 의원들도 화났다”면서 “시의회에서 서울시교육청에 특별감사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특별감사에서 행정실장의 추가 횡령이 드러나고, 수천만원이 인출돼 사라진 사례도 확인되는 등 문제가 다수 적발됐다. 당시는 공익제보자를 보호하는 아무런 제도가 없어 권 선생님은 최근 해임될 때까지 공식적으로는 제보자임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재단과 학교는 이미 그가 제보했다고 ‘눈치’를 채고 있었다고 권 선생님은 말했다.

지난해 학교장이 장학사 응시까지 막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곽노현 전 교육감과 지역 시민단체가 ‘해도 해도 너무 한다’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한다. 곧 학교 측과 가까워 보이는 학부모들이 이를 방해하고 항의하며 ‘권종현 파면’ 맞불 시위를 했다. 권 선생님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던 학부모들은 ‘1인 시위가 학습권을 침해한다’면서 5천만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하며 시위금지 가처분도 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패소했다. 학교는 권 선생님에게 시민단체의 1인 시위를 멈추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권 선생님은 ‘자신이 막을 수도 없고, 막을 이유도 없다’고 답했다. 결국 사태는 해를 넘겨 올해로 이어졌다.

권 선생님은 ‘교사로서의 성실의무와 품위유지 위반’과 ‘직무상 복종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해임됐다. 학교와 관련해 허위사실로 사람들 기망했다는 것과 시민단체의 1인 시위 멈추게 하라는 지시를 듣지 않았다는 것이 사유다. 해임 사실이 알려진 뒤 ‘권종현 선생님이 무슨 파렴치범이냐’고 교사들이 거세게 항의했다고 한다.

평소에 공부도 않던 제자가 중간고사 뒤 해직된 권종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평소에 공부도 않던 제자가 중간고사 뒤 해직된 권종현 선생님에게 문자를 보냈다.ⓒ권종현 페이스북

‘우리 재단 같으면 투쟁할 필요 없다’던 우천학원
이사장 바뀌면서 분위기 변해,
징계위 출석해 소명하면서 ‘해임될 수도 있겠구나’ 예감

우천학원재단이 원래 이상하지 않았다고 권 선생님은 말했다. 우천학원은 진로그룹 창업자인 우천 장학엽 선생이 설립했고, 아우인 장학형 이사장이 물려받아 학교를 운영했다. 두 사람이 공동 설립자인 셈인데 학교 구성원들의 존경을 받았다. 권 선생님은 “당시 전교조 조합원이 30명을 넘었는데 재단에서 불이익을 주거나 간섭하지 않았다. 교사를 존중해서 조합원들이 ‘대한민국 사립학교가 우리 재단 같으면 싸울 일이 없다’고 말하곤 했다”고 돌아봤다. 당시 기억 한 가지.

“1996년에 28세에 처음 교사가 됐다. 이사장은 이미 연세가 많으시고 가끔 학교에 오셨다. 임명장 받으러 문 열고 들어가니 이사장이 앉아 계시다 일어나서 지팡이를 짚고 절면서 걸어오셔서 손을 잡고 허리를 깊이 숙이면서 ‘우리 학생들 잘 부탁드린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임명장을 줬다.”

2대 이사장이 돌아가시고 2006년 아들 장문수 현 이사장이 40대 나이로 취임했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3년 뒤 이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자사고 전환에 권 선생님이 반대하고 나섰고 그게 고난의 씨앗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 뒤 10년 동안 늘 징계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올해 권 선생님에게 담임을 맡기지 않았다. 선생님들은 대개 담임을 피하고 싶어 한다. 업무량과 스트레스가 많기 때문이다. 권 선생님은 지난 23년 동안 20년간 담임을 했다. 초임 시절 잠깐을 제외하고는 항상 담임을 맡았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도 다른 선생님들처럼 담임을 쉬고 싶다고 했으나 늘 맡게 됐다. 올해 담임을 맡지 않게 됐을 때 그는 ‘징계를 하겠구나’ 예감했다고 한다. 그러나 비굴하게 피하고 싶진 않았다. 징계위에 나가 3시간 동안 소명서를 읽고 1시간 40분간 질의응답을 하면서 ‘해임이 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사립재단 징계 절차의 문제점도 비판했다. 이사장이 임명한 교감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서 징계제청안을 심의하면, 이사장이 임명한 교장이 징계를 제청하고, 이사장이 임명한 이사회에서 징계요구를 의결한다. 이어 이사장이 임명한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최종 의결해 이사장에게 통지한다. 권 선생님은 기소도 재판도 이사장이 다 하는 셈이라며, 사립재단에서 이사장이 징계하려고 마음먹으면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대로 명백한 비위로 인해 교육청에서 징계하라고 해도 이사회에서 거부하면 어쩔 수 없기도 했다. 그의 공익제보로 교육청은 당시 우신고 교장, 교감을 중징계하라고 요구했으나 교장은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고 교감은 중학교 교장을 거쳐 고등학교 교장이 돼 자신의 징계위원이기도 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권종현 우신중학교 교사가 지난 10일 오후 6시 우신고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9.09.10
권종현 우신중학교 교사가 지난 10일 오후 6시 우신고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2019.09.10ⓒ권종현 제공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부탁했다. 해직 열흘 남짓 됐는데 그리움이 가득 묻어났다.

“어찌 됐든 수업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징계를 받은 것은 미안하다. 굴하지 말고 살던 대로 밝게 씩씩하게 잘 살아라. 3학년은 내가 설사 돌아가서 못 보게 되겠지만, 요즘에는 외국도 다 연결되는 세상이다. 선생님이 나쁜 짓을 해서 징계를 당한 것이 아니라 수업시간에 가르치던 민주, 인권, 평등, 정의를 위해 노력하다 이렇게 됐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 약한 친구들 괴롭히지 말고 잘 지내라.”

고희철 기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진실을 열심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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