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단식을 한다니, 주위에서 묻습니다. '지난번에 파업했잖아. 아직도 해결이 안 됐어? 혹시 무슨 다른 문제야?'하고 말입니다. 저는 '7월 파업과 같은 문제야' 하고 답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교 현장의 피해를 줄이고 싶어서 '성실 교섭하겠다'는 교육당국 말을 믿고 파업을 끝냈는데 3개월이 되도록 해결의 기미가 없습니다"
(나지현 전국여성노조 위원장, 10월 1일 청와대 앞 100인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이 지난 4월 1일부터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을 상태로 2019년 집단교섭을 진행 중이다. 반년 넘게 대화와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100인 집단 단식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은 왜 다시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을까?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여성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이하 학비연대회의)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월 교섭 시작 당시 ▲ 공정임금제 실현 ▲ 기본급 최저임금 이상으로 인상 ▲ 정규직 대비 근속급 차별해소 ▲ 복리후생적 처우 차별해소 등을 요구했다.
학비 연대회의에 따르면, 이들은 6월말까지 교육당국과 9차례 실무협의를 했지만, 당국 측이 불성실한 태도로 임해 교섭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학교비정규직들은 100인 집단 삭발을 하며 교육당국 측에 성실한 교섭을 촉구했다.
이후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은 7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 동안 연인원 약 10만 명이 참여한 총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참여가 가장 적었던 마지막 날에도 전국 1,500곳에 달하는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당시 교육당국은 '성실히 교섭에 임하고, 정정한 처우개선과 임금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터로 복귀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다시 3개월이 흘렀다. 충분히 노사 간 대화에 진전이 있을만한 시간이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학비연대회의에 따르면, 7월 16일부터 9월 25일까지 양측은 1차례 본교섭과 5차례 실무교섭을 했다. 8월 21일까지 학교비정규직들은 '공정임금제 실현 위한 6대 임금공통요구안'을 받아줄 것을 요구했고, 교육당국 측은 수당에 대한 내용만 약간 변화를 줬을 뿐 총파업 전과 같은 기본급 1.8% 인상안을 고수했다. 이후 한 달여 간 양측은 교섭을 하지 않았다.
9월 21일에서야 실무교섭이 재개됐는데, 학교비정규직들은 교섭을 위해 차별해소와 관련한 여러 요구에 변화를 줬다. 기본급 인상률을 6.24%에서 5.45%로 낮췄고, 근속수당가산금을 신설해달라는 요구는 아예 철회했다. 근속수당 급간 간 간격을 4만원까지 해달라는 요구도 37500원까지로 줄였다. 반면 교육당국 측은 기본급 1.8%인상 안을 그대로 둔 채, 교통비 3만원 인상과 근속수당 500원 인상안만을 냈다.
학비연대회의 측은 교육당국의 이같은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기본급 1.8% 인상(약 월3만원)은 임금교섭이 없었던 시절에도 교육당국이 회계연도에 맞추어 자동 인상해 주던 것이고, 교통비 3만원 인상과 근속수당 500원 인상 외에는 실질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이후 대화에 진전이 없자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투쟁에 나섰다. 9월 중순부터 집단교섭 책임교육청인 광주교육청 앞에서 농성을 하고, 같은달 26일엔 광주교육청 본관 현관 캐노피 위에 6명이 올라 3박 4일간 고공농성을 했다.
이달 1일엔 서울 청와대 앞으로 올라와 100명 집단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현재 8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교육 당국과의 대화에 앞으로도 별 진척이 없다면, 오는 17~18일 전국적으로 2차 총파업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17일엔 서울로 집결해 총파업대회를 개최하고, 이튿날엔 전국 지역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로 총파업 대회를 열 계획이다.
7일 교육당국과 학비연대회의 측은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교섭을 재개했다. 현재 교육부와 각 교육청 실무교섭 담당자들이 학비연대회의 측과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실무교섭에서 진척이 있으면 본 교섭을 열고 좀 더 큰 틀의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학비 연대회의 측 관계자는 6개월 째 교섭 타결이 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교육당국이 약속했던 것을 지키지 않고 몇 달째 나 몰라라 하기 때문"이라면서 "공정임금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고, 정규직과의 차별해소는 각 시도교육감이 선거 당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와 정책 협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당국에서는 '비정규직들이 그 정도 받으면 많이 받았지, 무슨 약속을 운운하나' 이런 태도를 보여 왔다. 노동자들이 수개월 동안 농성을 하고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고 그 끝에 파업을 해도 변함이 없다. 남 일처럼 생각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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