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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신청·직장 내 괴롭힘 보고했더니...회사 책임자 “그럴 거면 개인사업해라”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직장갑질119가 직장 갑질 대처법 십계명을 발표하고 ‘슬기로운 직장생활 캠페인’을 하고 있다. 2019.07.16ⓒ김철수 기자

#. 중소기업에서 5년간 일한 A 씨는 일주일에 3~4일씩 야근을 해야 했고, 주말 특근도 강요해 2년 동안 과로에 시달렸다. 직속 상사의 욕설, 폭언, 모욕이 일상이었고, 매일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결국 A 씨는 걷는 것도 힘들만큼 아파서 병원을 찾았더니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A 씨에게 무조건 쉬어야 한다고 했고, A 씨는 회사에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며 3달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하지만 회사 책임자는 휴직기간을 2개월로 줄이게 했다. A 씨는 허리디스크가 업무적 질병으로 온 거라 고민하다 산재를 신청했고, 회사 책임자 면담에서 산재 신청 사실과 직장 내 괴롭힘을 보고했다. 그런데 회사 책임자는 산재 신청했다는 것을 듣고 복직을 요구했다. 산재 신청 전 인사과에서 휴직 연장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는데, 산재 신청 후 회사 책임자는 휴직 연장은 안 된다며 무조건 복귀하라고 했다. 회사 책임자는 "아픈 건 개인적으로 아픈 거고, 그럴 꺼면 개인사업해라, 너 복귀해도 팀에서 너 반길 사람 없으니 다른 팀으로 가라. 무조건 다른 팀 복귀해라"고 말했다. A 씨가 생각을 좀 해보겠다고 했더니, 회사 책임자는 "니가 무슨 생각을 해. 생각은 내가 하고 결정하는 거야. 그렇게 해"라고 소리쳤다.

A 씨는 책임자 면담 뒤부터 잘 먹지 못 하고 잘 자지 못 해 입안에 궤양, 몸에 포진, 스트레스성 위염 등에 시달렸다. A 씨는 아픈 게 본인 잘못도 아닌데 팀에 민폐 주는 사람으로 만들고, 책임자의 무시로 자괴감이 들고, 바보 같아서 상사한테 5년 동안 당하면서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며 자책하고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휴직 연장이 안 되면 퇴사될 위기감에 심리적 압박이 심했고, 회사에서 연락 올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했다. 결국 휴직 만료 전날 숨 쉬기도 곤란할 정도로 극도의 불안이 와서 정신과 진료까지 받게 됐다. (직장갑질119에 제보한 직장 내 괴롭힘 사례)

8일 직장갑질119는 "직장인들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정신적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7월16일부터 9월30일까지 77일 동안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712건 중 정신 질환을 호소하는 메일이 98건으로 13.8%에 이르렀다"고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11월1일 출범한 단체로, 현재(10월 기준) 150명의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들이 무료로 오픈카톡상담, 이메일 답변, 밴드 노동상담, 제보자 직접 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갑질119는 "정신질환과 관련한 업무상 재해 인정은 2014년 33.3%, 2015년 30.7%, 2016년 41.4%, 2017년 55.9%, 2018년 73.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과 고객 등의 폭언에 의한 정신질환이 업무상 재해가 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이 시행된 이후에는 법에 근거한 업무상 재해 판단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직장갑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면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여 진료를 받는 경우가 늘어났는데, 이 경우 직장갑질(직장내 괴롭힘 등)이 원인이 돼서 발병한 정신질환의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이 원인이 돼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경우,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으려면 직장에서 이뤄진 갑질 내용에 대해서 주치의사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직장갑질119는 조언했다. 이는 치료를 위해서도 필요할 것이고, 진료기록이 구체적인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장갑질119는 정신질환 중에 구체적인 상병을 확인하는 것과 구체적인 증거들을 수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재해자가 업무(직장 내 괴롭힘)와 상병(정신질환)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한 부분으로 업무상 재해 인정기준이 추가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과 치유를 위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인정율이 상승한 것은 직장갑질에 대한 인식변화와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변화가 함께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아프면 치료받고, 낫는 것이 중요하고,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근로복지공단은 정신질환 관련 산재 판정의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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