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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SI : 세계 각국의 건강 정책을 좌우하는 ‘그림자 조직’을 아십니까
인도 뉴델리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 사람들이 서있다. 영국과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세계 부유국의 아동비만률이 사상 최고에 이르렀으며 저개발국까지도 값싼 패스트푸드의 보급으로 아동비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7.10.11
인도 뉴델리의 한 패스트푸드점 앞에 사람들이 서있다. 영국과 세계보건기구는 최근 세계 부유국의 아동비만률이 사상 최고에 이르렀으며 저개발국까지도 값싼 패스트푸드의 보급으로 아동비만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7.10.11ⓒAP/뉴시스

인도 정부는 작년, 치솟는 비만율을 잡기 위해 다른 어떤 국가보다도 급진적인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건강을 해치는 포장 식품에 빨간 경고 딱지를 붙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인도 정부는 얼마 가지 않아 강력한 식료품 기업들에게 굴복해 결국 이런 결정을 연기했고, 이를 비판하는 세력을 달래기 위해 제안된 라벨 시스템을 검토할 전문가 패널을 만들기로 했다.

인도 정부는 3인의 전문가 패널을 이끌 사람으로 베테랑 영양사이자 네슬레의 고문을 역임한 보인다라 세시케란 박사를 지명했다. 하지만 이는 보건 옹호가들의 분노만 키웠다. 세시케란 박사가 미국의 비영리조직으로 전 세계 정부의 보건-영양 기관을 조용히 침투해온 국제생명과학연구소(ILSI, International Life Sciences Institute)의 이사였기 때문이다.

회사가 직접 나서기 어려운 일을 대신해 주는 비영리조직

코카콜라의 최고위 간부에 의해 40년 전에 세워진 ILSI 는 이제 17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 그리고 거의 전적으로 농업, 식품 및 제약업계 골리앗들의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유럽과 미국에서 담배회사들을 대변했던 ILSI는 최근 식품 시장에서 점점 비중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와 중남미까지 손을 뻗었다. 특히 세계에서 인구가 첫 번째, 두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로 많은 중국과 인도, 그리고 브라질에 말이다.

중국에서는 ILSI가 비만 관련 질병의 급속한 확산을 다루는 기관과 사무실을 함께 쓰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ILSI 담당자들이 이전에 대학 연구원들이 채웠던 여러 식품 및 영양 패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세시케란 박사가 ‘식품 라벨 위원회’를 이끌게 됨으로써 이 규제 당국이 발행할 빨간 경고 딱지를 두려워하는 가공 식품 제조업체에 의해 위원회가 결국 좌지우지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도의 시민단체인 인도자원센터의 활동가인 아밋 스리바스타바는 “은밀히 식품관련 로비를 하는 단체에 공공 보건정책을 결정하도록 맡기는 것은 명백한 이해의 충돌”이라고 강조했다.

ILSI는 회원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주장을 부인한다.

오히려 ILSI는 성명서를 통해 “ILSI는 어떤 경우에도 불리한 정책이나 법으로부터 식품업계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난 수십 년 간 ILSI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히 일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코카콜라, 듀폰, 펩시코, 제네랄밀스와 다논 등 ILSI의 1천7백만 달러 연간예산을 책임지는 회원 기업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위장 단체에 불과하다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작년 사탕제조업체 마르스는 더 이상 “이해관계자가 주도하는(advocacy-led) 연구”를 지원할 수 없다며 ILSI에서 탈퇴했다.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에 WHO 관리기구에 대한 ILSI의 특별접근권한을 박탈했다.

ILSI는 창립 이래 40년 동안 전 세계 국제회의들을 후원하면서 식품안전과 농약 또는 프로바이오틱 보충제 홍보와 같은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에 영향력있는 과학자들을 모집했고, 각국의 학계와 정부에 동맹 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했다.

그런 국제회의가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를 직접 다루는 경우는 적다. 하지만 ILSI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ILSI가 국제회의를 후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고 지적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맥도날드나 켈로그가 직접 후원하는 행사를 피했을만한 과학자들과 정부 관리들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인 인도 공중보건재단에 있는 영양사인 슈웨타 칸델왈 박사는 “그런 국제회의는 늘 오성급 호텔에서 열리고 점심도 제공한다”며 “우리 단체는 참여자들에게 점심을 줄 돈이 없다”고 말했다.

인도, 중국, 미국:어디에나 ILSI는 있다

세시케란 박사는 여러 면에서 ILSI의 이상적인 영입 대상이다. 그가 최고위급 국가 관료 출신인데다 저명한 영양사였으니 말이다.

세시케란 박사는 인도 국립영양연구소 소장직에서 은퇴한 이후 7년간 네슬레와 일본 굴지의 식품회사인 아지노모토, 그리고 이탈리아의 초콜릿업체인 페레로에서 자문을 역임했다.

세시케란 박사는 2015년부터 ILSI-인도와 워싱턴에 있는 ILSI 본부의 이사직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ILSI 행사에 연사로 자주 등장해 인공 감미료와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장점을 역설해 왔다. 사시케란 박사의 ILSI 직책에는 따로 급여가 책정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ILSI는 그가 전 세계의 국제회의를 다닐 수 있도록 모든 비용을 부담해 준다.

작년 인도식품안전표준협회가 경고 라벨을 주관할 패널을 이끌 사람을 찾을 때 관리들은 세시케란 박사를 선택했다. 인도식품안전표준협회의 수장 파완 쿠마르 아가르왈은 세시케란 박사와 함께 ILSI 학회들에서 발언한 바 있고, 2016년에는 GMO 식물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위원회에 세시케란 박사를 앉혔었다.

인도법에 따르면 그런 과학 패널의 자리에는 독립적인 전문가만 앉을 수 있다. 인도자원센터의 활동가 스리바스타바씨는 인도식품안전표준협회에 최근 보낸 편지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받는 자가 규제를 담당할 수는 없다”며 ILSI은 이사들에게 ILSI의 이해를 그 어떤 이해보다 우선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세시케란 박사는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도의 소아과 의사인 아룬 굽타는 세시케란 박사가 사석에서 식품대기업들에 맞서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일하면서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변명을 했다고 했다.

한편 ILSI-인도를 오랫동안 이끌어온 레카 신하는 ILSI-인도가 식품업계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창립 이후 20년간 ILSI-인도가 당뇨병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고 가공식품의 비타민 강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영양이 HIV와 AIDS 환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정부에게 자문해 왔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ILSI-인도에 대해 일고 있는 비판이 근거가 없기 때문에 매우 뼈아프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한 올림픽 홍보판 앞에서 지나가는 청소년이 선수들의 포즈를 흉내내고 있다. 코카콜라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다. 2008.8.20
베이징의 한 올림픽 홍보판 앞에서 지나가는 청소년이 선수들의 포즈를 흉내내고 있다. 코카콜라는 베이징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 중 하나다. 2008.8.20ⓒAP/뉴시스

ILSI가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ILS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판적인 관심 말이다.

지난 1년간 연구자들은 ILSI-중국이 비만퇴치 캠페인에서 식생활의 변화 대신 운동을 강조하도록 영향을 끼쳐왔는지를 기록했다. (이는 기업 수익을 보호하려고 코카콜라사가 오랫동안 활용해온 전략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ILSI와 정부의 관계가 너무 얽혀있어서 ILSI의 고위간부들이 중국의 질병통제 당국의 고위간부를 겸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뤄진 최근의 한 연구는 ILSI 이사들과 회원 기업들, 그리고 학계의 우호세력 간의 이메일을 공개했는데, 이들은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에서 설탕에 대해 점점 강경해지는 WHO에 맞서기 위한 싸움을 강화하자고 공모했다.

2015년의 한 이메일에서는 ILSI의 창립자 알렉스 마라스피나가 ILSI 이사들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본부에 있는 한 관리에게 마가렛 찬 당시 WHO 사무총장에게 어떻게 영향력을 미칠지에 관해 자문을 구했다.

2001년에 수장직을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ILSI 직원들과 긴밀히 연락을 하는 마라스피나는 “대화를 시작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마가렛 찬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전 세계적으로 위해를 가할 것이다. 이는 우리 업계에게 심각한 위협이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ILSI 이사이자 체중관리 전문가인 제임스 힐은 “WHO가 비만과 관련해서 식품업계를 완전히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고 대답했다.

한편 ILSI의 워싱턴 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ILSI가 WHO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고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ILSI는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을 제공하지 않고 ILSI의 해외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지도 않은 채 또 다른 성명서를 통해 ILSI 지사들이 “ILSI의 과학적 전문성과 관련된 정보를 규제당국에게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식품-음료 업계의 힘은 담배업계보다도 세다

ILSI에는 세계 방방곡곡에 있는 지부들만 있는게 아니다. ILSI는 주로 화학업계의 재정적 지원으로 보건과 환경문제에 중점을 둔 연구재단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뉴트리션리뷰스(Nutrition Reviews)라는 학술지를 발간하고 전 세계에서 수십 개의 과학관련 학술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ILSI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개발도상국에서 인맥을 형성하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보건정책 교수인 로라 A. 슈미트는 “요즘 가장 주목해야 할 곳은 신흥경제국들이다. 보건 인프라가 덜 발달됐고 건강에 해가 될 만한 것들에 대한 국민의 정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초창기에 터를 잡을 수 있다면 유해 식품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데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LSI의 연간 보고서와 웹사이트 곳곳에서는 ILSI가 투명성을 중시한다며 사람들을 안심시키려는 노력들을 엿볼 수 있다. ILSI의 윤리강령에는 ILSI의 프로젝트들이 “광범위한 공중보건문제 이슈들을 다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ILSI는 오랫동안 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왔다.

WHO가 내놓은 2001년 보고서에서는 흡연의 위험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들을 지원했다며 ILSI를 비판했다. WHO는 2006년에 ILSI가 친기업적인 정책 수립을 위해 은밀히 노력해 왔다는 이유로 식품 및 물에 대한 표준 설정과 관련된 활동에서 ILSI의 참여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ILSI는 화학회사들로부터 200만 달러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들 화학회사에는 바이엘이 작년에 인수한 몬산토도 있다.

2016년, 한 유엔위원회가 이전에 나온 WHO의 보고서를 뒤집고 몬산토의 제초제 ‘라운드업’의 원제인 글리포세이트가 “아마도 발암성 물질이 아닐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알고 보니 ILSI 간부 두 명이 그 위원회를 이끌었고 그 중 한 명이 화학업계에 자문을 제공해왔던 ILSI-유럽의 2인자 알랜 부비스였다.

인도에서 ILSI의 영향력이 커진 시기는 인도에서 비만과 심혈관질환, 특히 7천만 이상의 인도인이 앓고 있는 당뇨병이 급증한 시기와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인도 국민이 지방과 설탕, 소금이 많은 가공 식품을 수용함에 따라 10년이 지나면 그 숫자가 1억 2100만 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도 정부는 2017년에 설탕이 들어간 탄산음료에 40%의 세금을 매기는 등 과감한 정책으로 이런 상황에 대응했다. 하지만 학교 안과 주위에서 불량식품 판매를 금지하는 조치를 포함한 다른 노력들은 식품-음료 회사들의 반대로 주춤하고 있다.

미국 일부 지방에 이어 멕시코정부가 2016년 세금부과를 결정한 탄산음료들. 비만과 당뇨의 주범이라며 탄산음료 반대하는 멕시코의 활동가들이 최근 도청과 해킹의 타깃이 되어 있다고 국제 인터넷 감시단체 '시티즌 랩'이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상점에 진열된 탄산음료들. 2017.02.12
미국 일부 지방에 이어 멕시코정부가 2016년 세금부과를 결정한 탄산음료들. 비만과 당뇨의 주범이라며 탄산음료 반대하는 멕시코의 활동가들이 최근 도청과 해킹의 타깃이 되어 있다고 국제 인터넷 감시단체 '시티즌 랩'이 발표했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한 상점에 진열된 탄산음료들. 2017.02.12ⓒAP/뉴시스

뉴델리에 있는 과학환경센터의 소장인 수니타 나라인은 “식품-음료 업계의 힘은 담배업계의 힘보다도 세다”고 했다.

나라인 소장은 4년 전 경고 딱지에 관한 정부 패널에 참여했지만 그들의 보고서는 즉각 묵살됐다. 그녀는 “식품-음료 업계는 정말 은밀히 일한다. 그쪽 인사들이 식품업계를 대표한다면서 대놓고 정부 패널에 참여하는 법은 없다. 코카콜라나 펩시의 참여를 눈감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나 ILSI-인도는 자기 동맹세력을 이런 패널에 참여시키는데 크게 성공해 왔다.

인도에서 ILSI를 위해 일하는 사람은 세시케란 박사만 있는 게 아니다. ILSI 회원이자 인도 보건부 출신인 데바브라타 카눈고 박사는 두 개의 식품 패널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는 농약 잔류물의 안전성, 그리고 또 하나는 가공식품의 첨가제에 관한 패널이다.

또 ILSI-인도의 대표이자 경제학자인 신하는 세시케란 박사와 함께 정부 영양 패널에서 잠시 있었지만 ILSI와의 관계가 이해의 충돌이라는 것을 해명하지 못해 두 사람 모두 해임됐다.

저항은 얼마 가지 못한다

개발도상국에서의 영향력이 커지고는 있지만 ILSI도 간혹 저항에 부딪혔다. ILSI가 어떤 조직인지 더 자세히 알게 된 부모들의 반발로 ILSI가 지원하던 아르헨티나의 소아비만 연구가 3년 전에 취소됐다.

또, 2015년에는 현지 언론이 ILSI가 조직한 감미료 관련 학술회의를 비판한 것을 계기로 ILSI-멕시코가 문을 닫았다. 멕시코 정부가 당시 단 음료에 새로 부과된 세금을 조정할 지를 검토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학술회의 발언자 중 다수가 음료업계를 옹호해온 것으로 유명한 자들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ILSI-멕시코의 대표 라울 포르티요가 코카콜라의 간부였다.

한 이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ILSI의 창립자 마라스피나는 이 사건을 “난장판”이라고 묘사하고 ILSI-멕시코의 문을 닫기로 한 결정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바닥을 쳤지만 결국 코카콜라와 ILSI가 회복을 했으면 좋겠다”고 썼다.

그의 말이 결국 옳았다. ILSI-멕시코는 1년도 채 되지 않아 새로운 대표와 함께 다시 운영되기 시작했다. 코카콜라-멕시코의 홍보담당 상무였던 에두아르도 세르반테스가 대표가 됐다.

기사출처:A Shadowy Industry Group Shapes Food Policy Around the World

정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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