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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미야의 사람과 현장] 잔업하다 죽겠더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가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4.2)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가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4.2)ⓒ뉴시스

결론부터 말하자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나 300인 이하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이나 똑같이 삼시 세끼 먹으며, 저녁엔 집에 가서 가족들과 저녁밥 먹고 싶은 욕구를 갖고 있다. 300인 이하 노동자들이라고 죄다 눈에 불을 켜고 잔업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나 사용자들은 무슨 큰 시혜를 베풀어주는 양, 노동시간을 늘리지 못해 안달이 났다. 고양이 쥐 생각하는 모양새다.

나도 한때는 그렇게 생각했다. 노동자들이 스스로 잔업을 원하는 경우도 많다고. 그건 야간근무 없앤다고 했을 때 노동자들에게 잠깐의 ‘저항’이 발생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을 위해서’ 야간노동을 유지하는 것이 맞나?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저항이라기보다 몸부림이다. 살려는 몸부림. 그리고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임금’이다. ‘임금’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우리 부서 관리자인 노 주임의 생각도 아마 그랬나보다. 하루에 3시간 반짜리 잔업이 며칠 이어지니 죽을 것 같던 차에 퇴근 무렵 전화가 왔다.

“오늘이랑 내일 잔업 있는데 하실 거예요?” 오늘은 하는데 내일은 모르겠다고 하니, 그럼 내일 오전에 알려달라며 전화를 끊었다. 다음 날이 되고 별 얘기 없이 오후가 되고 퇴근 30분을 남겨두고 노 주임이 올라왔다.

“잔업 할지, 안 할지 알려달라니까 왜 말 안 했어요?”(짜증 났다는 말투다)
“(주임님이) 안 물어봐서 잊어먹었어요”
“그럼 하지 마요, 하지 마!”

아마 자기도 미리 확인하는 걸 잊어버려서 부랴부랴 올라온 눈치인데, 내가 “제발 잔업 시켜 달라”며 바짓가랑이라도 잡을 줄 알았나.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잔업 갑질’을 한다.

“그럼 안 할게요”라고 말했다. 예기치 못한 내 대답에 같이 일하는 동생 눈이 동그랗게 떠지고, 노 주임은 당황하며 말한다. “오늘은 일단 하시고”

잔업을 필요에 의해 요구하는 것은 회사이고, 그것을 수락하는 것이 노동자다. 만일 잔업이 노동자의 임금을 보충하는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노동자가 “저는 오늘 잔업을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뒤 회사가 여부를 정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데 저들은 노동자를 위해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말한다. 그리고 ‘잔업 갑질’을 한다.

잔업을 한다고 대단한 돈이 쥐어지는 것이 아니다. 계산해보니 하루 3.5시간 잔업을 하면 43,800원 수당이 나오는데, 지난해 100% 상여금을 삭감했다고 하니 회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남는 장사가 없다. 최소의 인원을 가장 장시간 노동으로 최대한 쥐어짜고, 가장 적은 임금, 최저임금을 준다.

나흘째 잔업이 있다니 여기저기 볼멘소리가 나온다. “사람을 좀 뽑던지”, “그만두든지 해야지”, “12시간 넘는 거 불법 아녜요?”

‘친절한’ 조장 언니가 알려준다. “우리 회사는 작아서 해당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08.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08.ⓒ사진 = 뉴시스

그런데 겨우 방향을 잡고, (그것도 마음에 안 들지만)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노동시간 단축을 다시 검토한다고? 대통령에게 묻고 싶어졌다. 3일만 43,800원 받고 잔업 해보세요. (3일 잔업은 12시간이 되지도 않는다) 사람 죽어요.

기업이 고용을 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인데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만들겠다는 정부는 다시 재계의 민원 앞에서 주춤거린다.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만 하다 다 죽게 생겼는데 말이다.

엄미야 금속노조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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