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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기’에 가까운 DLF 판매,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KEB하나은행이 국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검사를 앞두고 관련 전산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펀드의 불완전판매 사례가 금융당국의 검사 결과 드러난 가운데 검사방해와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철저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8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은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 사실을 확인했다. 은행 측의 자료 삭제 정황은 금감원이 지난 1일 DLF 관련 중간검사 결과를 발표한 뒤 2차 검사에 들어갔을 때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가 당국의 검사를 받는 중간에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은 노골적인 검사방해 행위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위법행위로 인한 금융사고를 낸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 진행 중에 증거인멸 우려가 있으면 금감원장은 수사당국에 고발 등의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다. 하나은행은 과거 은행권 채용비리 검사 때도 채용 관련 자료를 삭제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자료 삭제가 아니더라도 DLF 판매는 이미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DLF는 독일 등 국외금리가 만기까지 기준치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4.0%의 고정 수익을 얻지만, 기준치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규모가 원금 전액에 가까워진다. 금리를 놓고 내기를 거는 도박성 고위험 상품이다.

이런 상품을 판매하려면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하나은행은 심의율이 1%에도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일부 심의위원이 평가표 작성을 거부하자 ‘찬성’의견을 적어넣었다고 한다. 부실할 뿐 아니라 결과를 조작하면서까지 위험한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위험성이 큰만큼 일반 개인투자자에게 부적합한 상품인데도 92.6%가 개인투자자였다. 이 중 60대 이상이 절반 가까이 되고 법규상 고령자인 70대 이상도 21.3%나 된다고 한다. 전체 손실액 3천5백억원 중 이들의 손실은 60%가 넘는다. 상대적으로 금융지식이 많지 않은 고령층에게 마구잡이로 고위험 상품을 판 것이다.

이번에 드러난 금융회사들의 행태는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금융상품으로 포장했지만 사기나 다름없다. 사기죄에 준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금융당국도 책임이 작지 않다. 지난해 고령 투자자 피해 가능성을 알고도 사후 대책에 소홀했다는 지적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으로는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 방향도 재검토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원천적으로 불완전판매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금융안정성에도 심각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파생상품을 ‘규제 완화’란 명목으로 밀어붙여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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