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민주노총 빠진 채 ‘도로공사-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직접고용 합의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왼쪽부터),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우원식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김경욱 국토교통부 제2차관(왼쪽부터),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박선복 한국도로공사톨게이트노조 위원장, 우원식 의원이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을 하고 있다.ⓒ뉴시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노동조합이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정규직 전환 문제에 대해 가까스로 합의했다. 다만 이번 합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빠진 채 이뤄져 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과 박선복 톨게이트노조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한국도로공사 요금수납원 현안 합의 서명식'에 참석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서명식에는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 민주당 박홍근 을지로위원장, 우원식 의원 등이 함께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해 현재 2심 판결을 기다리는 요금수납원들을 직접고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심 판결이 아직 나지 않은 요금수납원들은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직접 고용하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도로공사의 임시직 근로자로 고용하기로 했다.

또한 도로공사는 요금수납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장기간 농성을 벌이는 최근 상황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톨게이트노조는 진행 중인 농성을 즉각 해제하기로 했다.

문제는 이날 합의에도 불구하고 난제가 수두룩하다는 점이다. 우선 직접고용 이후 요금수납원들의 근무 형태나 임금 등에 대해서는 추후 노사가 합의하는 사항으로 남겨둬 향후 노사 합의 과정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

더욱이 변론이 종결된 1심 사건의 2015년 이후 입사자의 경우, 이후 먼저 나오는 재판 결과에 따라 직접고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단서조항을 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간접고용된 요금수납원들은 고용 관련 규정을 변경했다는 이유로 불법 파견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만일 재판 결과 불법 파견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직접고용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실제 이날 합의문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도로공사와 톨게이트노조 측은 해당 단서조항을 두고 강하게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합의 서명식은 오전 10시 30분에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합의문 문구 조정 등을 이유로 세 차례나 미뤄졌다. 결국 5시간여가 지난 오후 3시 10분이 되어서야 서명식이 열렸다.

민주노총 빠진 채 이뤄진 합의
박홍근 "필요하다면 더 설득할 것"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농성 모습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고속도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농성 모습ⓒ김철수 기자

무엇보다 민주노총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민주노총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1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요금수납원도 모두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을지로위는 민주노총과 수차례 협의했으나 민주노총의 요구가 과도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을지로위는 민주노총과의 협상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이와 관련 박홍근 을지로위원장은 "(민주노총의) 민주일반연맹이 끝내 을지로위의 중재안을 수용하지 못해 오늘 동시에 합의서를 작성하지 못한 점은 크게 아쉽다"라며 "달리 드릴 말은 없지만 지금이라도 민주일반연맹이 마음을 열고 신뢰에 기반해 을지로위 중재안을 수용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 필요시 더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의원도 "(직접고용하라는) 대법원 판결 취지를 존중해야 한다는데 어떤 이들도 이견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단 한 번의 판결도 받지 않는 분들까지 대법원 판결의 취지대로 무조건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요구는 국민의 이해를 구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공기업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결정을 내리길 요구한다면 앞으로 모든 정부 정책의 결정과 판단에 대해 불신이 초래될 수 있다"며 "중요한 사회적 합의에 참여하지 못한 민주노총에 아쉬움과 함께 다시 한번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내려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은 이번 합의안을 두고 "쓰레기 합의안"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남정수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은 같은 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합의문의 내용은) 1심 판결을 받고 오라는 것이고, 그때까지는 기간제로 고용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며 "법원 판결을 받고 오라는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남 실장은 "해고노동자들은 다 기간제를 거부하고 나온 사람들인데, 1심 판결이 날 때까지 임시직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며 "원래 중재안에 없었던 2015년 이후 입사자들에 대한 내용도 합의문에 막판 포함돼 있는데, 이는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해 갈라치기 하기 위한 도로공사의 입장을 그대로 합의문에 담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단 을지로위는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박홍근 을지로위원장과 우원식 의원이 서명식 이후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농성 중인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노조 측의 반대로 면담이 불발되기도 했다.

남 실장은 "(합의해놓고) 뭐하러 오느냐. 와서 욕먹으려고 하느냐, 아니면 촬영하려고 오느냐"라고 불편한 심기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남 실장은 "완전히 다른 내용을 가져와야 한다"며 "법원 판결을 받으라는 내용의 합의안은 성사되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남소연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