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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아이들의 복통, 신체화 증상과 스트레스

말레이시아 출신의 의학박사 보이 촌메인 교수는 말레이시아 초등학생 3천명 중 10%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복통에 시달린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이유는 대부분 스트레스에 따른 심신증(心身症)이었다. 이러한 의학적으로 잘 설명되지 않는 신체증상은 청소년에게 매우 흔하게 나타난다. 한국에서도 보건복지부가 2006년에 전국 94개 초등학교 학생 7,700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조사를 수행하였는데, ‘정신신체화’ 증상을 호소하는 아동이 33.1%로 나타났다. 또 청소년은 일주일에 1회 이상의 신체화 증상들(두통과 복통, 요통 등의 통증과 피곤감, 불면증 등)을 호소한다고 연구된 바도 있다.

이러한 아이들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일까? 부모, 형제의 건강문제와 실업, 가정불화, 그리고 학대, 학교에서의 시험과 집단 괴롭힘 등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아이들을 집에서는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 것일까?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어린이.
복통을 호소하고 있는 어린이.ⓒ자료사진

복통 등의 증상은 도와달라는 아이의 신호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능숙하지 못하다. 이러한 억제는 신체화 증상으로 연결된다. 복통 등의 증상은 ‘도와달라’는 아이의 신호다. 이때 어떤 부모들은 걱정되는 마음에 “왜 아프냐”, “절대 아프면 안 된다” 등 압력을 줘서 오히려 괴롭히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될 때 아이들의 병은 쉽게 만성화된다. 평소에 진지하고 성실하게 아이를 대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부모들은 평소에 아이가 귀가하면, “자, 이것 좀 빨리해” “빨리 옷 벗어라” “이것 좀 치우고 숙제부터 해라”는 말만 잔소리처럼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아이들은 부모와 점점 대화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신체화 증상은 이럴 때 더 만성화되며, 단순 복통을 넘어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성급한 태도는 강한 압박감을… 먼저 이야기를 들어야

아이가 충분히 말하기 전에 계속해서 질문하거나 시간을 재촉하는 것은 매우 삼가야 한다. 성급한 태도는 마음을 답답하게 하며 강한 압박감을 준다. “또? 정말 아픈 거 맞아?” 같이 의심하는 말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이일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은 굉장히 민감하며,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한의사도 진료할 때 먼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한다.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충분히 들어주고, 자상하게 물어 신뢰가 형성되어야 한다. 이것이 신체화 증상을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첫걸음이다.

안심(安心)하면 표현을 잘하게 되고, 신체화 증상이 호전

아이들의 많은 병은 부모에게 큰 영향을 받는다. 좋든 싫든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교감하기 때문이다. 어머니들이 아이가 평소와 다르다고 직감할 때, 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부모가 아이의 상태나 이야기를 ‘듣는 여유’가 사라지고, 요구하고 압박하고 타인과 비교하는 등의 스트레스를 주게 되면, 점차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를 표현하려는 마음에서 경계하고 주눅 드는 마음으로 바뀌게 된다. 나는 여기에 ‘심신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경청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아이 때부터 스트레스에 예민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남들의 평가에 괴로워하고 남의 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아이들과 대화할 수 있는 벗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의 신체화 증상에, 치유의 라포(rapport)라는 리듬이 생길 것이다.

허명석 길벗 한의사(한국 SGI 회원,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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