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중재로 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가 합의에 이르렀다. 청와대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진전된 안으로 합의를 이룬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논평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10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합의를 ‘쓰레기안’이라고 평가하고 계속 싸울 것임을 천명했다.
폭력적인 자회사 전환과 이강래 사장의 적반하장
영업소별 용역회사에서 일하던 요금 수납 노동자들은 2013년 불법파견 진정을 내기 시작했고, 2심까지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한국도로공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하면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노동자들에게 전적을 강요했다.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체에서 자회사를 밀어붙이는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되고 전문가들조차도 한국도로공사의 밀어붙이기에 문제를 제기하여 논의가 무산되었지만, 한국도로공사는 일방적으로 자회사 전환을 선언하고, 전적을 거부한 노동자 1,500명을 해고했다. ‘대법에서 승소하더라도 자회사로 남는다’는 각서까지 요구하며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다.
2019년 8월 29일 대법원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했다. “요금수납노동자들과 한국도로공사 직원은 상호 유기적인 보고와 지시, 협조를 통해 업무를 수행”했고, “전체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서 한국도로공사의 필수적이고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했기에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 판결에서 분명히 확인할 수 있듯이 지금까지 일한 요금수납 노동자 모두의 직접고용 판결이다. 뿐만 아니라,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 자체가 한국도로공사 안에 편입된 것임을 밝힌 것이기도 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간단하다. 모든 톨게이트 요금수납노동자를 직접고용하면 된다. 그런데 한국도로공사가 서둘러 자회사를 만드는 바람에 일이 꼬였다. 따라서 대법 판결 이후의 교섭은 1,500명은 직접고용하고, 자회사로 간 노동자들을 이후에 어떻게 직접고용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것이어야 했다. 그런데 9월 8일 불법파견 범죄자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받은 사람들만 직접고용할 것이며, 요금 수납 업무는 줄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점거하고 이강래 사장에게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소한 교섭에는 나와야 할 것 아닌가.
노동자들이 쓰레기 안이라고 말하는 이유
교섭은 이강래 사장과 노동자들이 하는 것이다. 을지로위원회가 개입할 일도 아니지만 만약 역할을 하고자 한다면 이강래 사장을 설득하여 교섭에 나오게 하고, 그 교섭은 당사자들이 하게 했어야 한다. 그런데 을지로위원회는 대법원 판결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으로,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편에서 중재를 하고 나섰다. 그것을 한국노총 톨게이트 노조가 받은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톨게이트 요금 수납 업무 전체에 대한 것인데, 자회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고, 자회사를 거부한 노동자 중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은 노동자 116명만 직접고용 하겠다는 내용이다. 1심 계류 중인 노동자 931명은 임시직으로 고용하고, 1심 판결에서 승소하면 직접고용을 하겠다고 한다. 더 심각한 것은 2015년 이후 입사자에 대한 것이다. 한국도로공사는 2015년 이후 자신들이 불법파견 소지를 없앴으므로 2015년 이후 입사자는 이미 1심에서 승소했어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다시 처음부터 판결을 받아오라고 한다. 불법파견이라는 불법행위는 직접고용을 해야 없어지는 것이지, 관리와 업무 지시 방법을 편법으로 바꾼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억지를 부린다.
문제는 ‘소송하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는 여전히 일방적이다.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은 노동자들의 경우 노동조건에 대한 교섭도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통보하고 직무도 임의로 결정한다. 만약 이 노동자들이 ‘우리는 다른 노동자들과 함께 들어가겠다’고 선언하며 계속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 직무교육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를 할 것이다.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는 합의안에 문제제기하며 싸우려면 ‘직접고용’ 대상자가 된 이들은 ‘해고’를 각오해야 한다. 얼마나 잔인한 선택인가.
“개별로 모두 소송을 해서 승소판결을 갖고 와야 직접고용을 하겠다”는 내용에 어떻게 ‘합의’라는 이름을 붙일 수가 있는가.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하고 ‘소송전’을 통해서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내용을 어떻게 ‘중재안’이라고 내밀 수 있는가. 그것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해고’를 각오해야 하는 안이 어떻게 ‘합의안’일 수 있는가. 게다가 톨게이트 요금수납 업무를 주지 않으려고 직무에 대해서 다시 합의한다는 내용을 내밀고 있는데 말이다. 이것은 명백하게 대법원 판결을 거부하는 것이며, 노동자들을 갈라치기해서 투쟁에 기운을 빼려는 안이다. 한국도로공사,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청와대, 을지로위원회 모두가 공범이다.
직접고용 쟁취의 흐름에 연대하자
한국도로공사가 이런 식으로 버티는 이유는 자회사를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스마트톨링으로 요금수납 업무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핑계이다. 스마트톨링이 되어도 수납원들은 필요하며,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이 많아 자연감원이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요금 수납 업무가 없어진다면서 자회사를 만드는 것이 더 수상한 것 아닌가? 한국도로공사의 권한은 유지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낮게 만들고, 언제라도 구조조정을 할 수 있으며, 퇴직자들의 일자리를 보전하는 ‘자회사’ 정책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이다.
그러니 노동자들이 싸우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한국도로공사 본사에서 농성을 하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 그리고 일부의 한국노총 소속 노동자들은 이 합의를 거부한다. 그리고 투쟁을 이어간다. “적어도 해고당한 1,500명은 함께 직접고용이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노동자들을 이리저리 갈라치기 하면서 대법원 판결의 본래 의미를 후퇴시키는 한국도로공사에 맞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업무는 한국도로공사의 필수적이며, 상시적인 업무이기에 정규직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불법파견 범죄자인 한국도로공사 사장 이강래는 을지로위원회와 청와대, 국토교통부의 비호를 받으며 노동자들에게 ‘불법농성’이라고 소리치고, 농성장에 암막커튼을 치고 환풍기를 끄고, 들어가는 생필품을 통제하고 의료진마저 선택적으로 가로막는다. 지금까지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그 눈물로 거대한 본사 건물을 세웠던 것처럼, 지금도 농성자들을 괴롭힘으로써 투쟁을 포기하게 만들어 다시 노동자들을 착취의 수레바퀴로 내몰려고 한다.
불법파견 범죄의 피해자였던 노동자들은, 수년간 낮은 임금과 심각한 인권침해, 해고의 불안을 안고 일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싸운다. 그들은 동료를 버리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함부로 취급받지 않겠다, 불합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니 이 싸움에 함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0월 19일(토) 저녁 6시 서울세종로공원에서 이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촛불집회가 열린다. 모든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함께해주시기를 요청드린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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