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직접고용은 이뤄지지 않아요. 하다못해 (농성장에서) 조그마한 것도 일일이 투쟁해서 얻을 수밖에 없어요. 1,500명 직접고용은 큰 일인 거예요. 가만히 앉아서는 직접고용은 이뤄지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투쟁하는 것이고, 이 투쟁이 옳기 때문에 힘들어도 견디고 있어요."
12일 오후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앞, 경찰 사이에서 34일째 본사 2층 로비에서 농성 중인 요금수납노동자를 만났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노동자인 이민아(49) 씨는 2010년부터 서울외곽고속도로에 있는 토평 톨게이트에서 9년간 일해왔다. 그는 도로공사의 자회사 전환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월 1일 계약이 종료돼, 해고 노동자가 됐다.
한 달이 넘게 진행된 농성에 지칠 만도 했지만, 그의 눈빛은 반짝거렸다. 이민아 씨는 끝까지 견디며 동료들과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자신이 현재까지 버티고 있는 힘은 '노조의 힘'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저하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가 안에만 200여 명, 밖에는 더 많은 동지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응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부터 노동조합에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내가 옳은 선택을 했지만 이 길을 혼자 하기에는 제가 너무 나약한 존재였다"며 "노조를 알게 돼서 가입했고, 함께 직접고용을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랑도 엄마도 아이들도 오고 싶어 해요. 여기를... 그런데 제가 못 오게 해요."
담담하게 인터뷰를 이어가던 이 씨는 '가족' 이야기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왜냐면 들어와서 볼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경찰 사이에 진짜 잠깐, 길게 하면 5~10분 보고 가는데 그렇게 오가고 하는 게 좀 제가 싫더라고요. 잘 먹고 잘 입고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해요."
그는 가족들은 이 투쟁을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 가족들은 옳은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아니까 하지 말라고는 안 하는 데 걱정하는 거예요. 다 안에 계시는 동지들도 가족들한테 괜찮다고 할 거예요. 솔직히 춥고 아파요. 그런데 이건(이 투쟁은) 접을 수가 없어요."
요금수납원들은 청와대 노숙 농성 이후 한국도로공사 본사 점거농성을 이어가는 등 장기농성으로 인해 체력과 건강이 약화된 상태다. 요금수납노동자들은 현재도 농성장에서 피부의 수포와 가려움 등을 겪고 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요금수납원들은 바닥에 매트를 깔아도 차가운 대리석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막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농성장에 온수가 부족해 요금수납원들은 차가운 물로 씻고 있다고 한다.
본사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요금수납원들과 함께 밖에서도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본사 밖에서는 농성하는 조합원들은 본사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동료들의 식사, 물품을 지원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들을 보호하고 있다. 밖에서 농성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요금수납원들은 자신은 '괜찮다'고 말하며, 본사 안에서 농성 중인 동료들을 걱정했다.
이 씨는 인터넷 연결이 잘 끊기는 상황에서도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이하, 국토위) 국정감사를 시청했다. 이 씨는 이날 국정감사 참석한 이강래 사장의 답변에 대해 "노동자의 편에서가 아니라, 시간 때우고 회피하는 것처럼 보였다"며 "대답 하나하나가 너무 성의 없었는데 (국감에서) 받아들여지는 모습도 허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씨는 "도로공사는 처음부터 갈라치기를 했다. 저희 해고되기 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가이드라인부터 시작해서 도로공사는 일관되게 자회사를 선택했다. 노조를 갈라치기 했고 근무자들 사이에서도 갈라치기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처음부터 (도로공사는) 대법 판결자를 갈라치고 노조를 갈라치고 1심 받아야 할 사람들을 갈라치고, 1심도 개개인 판결 받아야 하니까 판결받을 때마다 다 갈라치는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나라에서 그런 문제를 허용하고 있다는 게 더 기가 차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직무교육을 받고 있는 박순향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들한테 고속도로 졸음쉼터 화장실 청소 업무 등을 시킨다고 한다"며 "(요금수납원들과) 어떠한 논의도 업무는 도로공사의 고유의 권한이라며, 주는 대로 해라는 식으로 일방적인 직무교육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지부장은 대법원 판결을 받은 민주노총 조합원 40여 명이 경기도 평택에 있는 직무교육장에 들어가기 전인 아침에 교육장 앞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지부장은 "민주노총 요금수납원들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그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국노총을 탈퇴하신 분들이 와서 가입하고 있고, 함께 싸우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도로공사 앞에서 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도 만났다. 그는 한국도로공사에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98일 간 서울톨게이트 캐노피 위에서 고공농성을 진행했다.
앞서 서울톨게이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톨게이트 노동자 6명은 5일 농성을 해제하고 땅을 밟았다. 이들은 도로공사 본사 로비 농성 노동자들과 함께 1,500명 직접고용 쟁취를 위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지상으로 내려왔다.
캐노피에서 내려온 바로 다음날은 도명화 지부장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도로공사 본사 앞에서 텐트 농성 중인 도 지부장은 왼쪽 발목에 석고붕대를 하고, 절뚝이며 걷고 있었다. 박 지부장은 "고공농성 한 달쯤 됐을 때 농성장에서 다쳤다. 발가락이 부러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같이 있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며 "위에서 마음 졸이면서, 본사에서 농성하는 조합원들 걱정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도로공사를 향해 "자기네들은 법도 안 지키면서, (요금수납노동자들 보고) 법적 판결을 받아오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짧은 동선을 이용해 이강래 사장이 출근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금까지 얼굴은 본 적이 없다"며 "도로공사와 대화도 없다. 이강래 사장이 민주노총과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한 말처럼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은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요금수납원 정규직화 문제와 관련해 "아직 합의하지 못한 민주노총 소속 수납원과도 완전한 합의를 이끌어 내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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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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