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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화 칼럼] 옥자 형제가 사는 사회 또는 베이브가 사는 사회?

육식 축제는 전국 곳곳으로

구제역, AI,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 인하여 식용 가축이 살처분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럴 때마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점, 살처분 방식의 문제, 환경파괴 문제 등이 거론된다. 축산업 종사자들이 처한 인권과 안전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확산시키는 한국의 육식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소리도 아울러 나온다. 병들이 창궐할 때마다 비슷한 소리가 반복되고 있다.

돼지열병으로 돼지들이 살처분되고 있을 때,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한우축제가 진행되었다. 축제를 알리는 올해 포스터는 작년보다 더 노골적이다. 소가 당당히 걷는 그림이었는데, 그 몸통의 반은 소의 온전한 겉모습이고, 나머지 반에는 부위별 표시가 그려져 있다. 상처처럼 그어져 있다. 살아있는 소와 음식으로서 쇠고기는 다르게 인식하게 하는 효과조차 없애는 지독한 솔직함을 드러냈다. 작년 한우축제 기간 동안에는 한우 즉석 구이터 가까운 곳에 살아있는 소를 전시용으로 배치하여 나 같은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우축제가 이곳만이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서 열리고 있다. 생산지만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열린다. 서울, 부산, 대전 등에서 한우축제가 열린다.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것이다. 서울 축제 관계자는 11월 1일은 한우 먹는 날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한 살처분을 국민 모두가 목격했지만 한우 축제는 더 확산되고 있다. 한우 축제만이 아니다. 한돈 축제, 돼지고기 축제, 삼겹살 축제, 치맥 축제 등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확산에는 축협 등 기관과 지역 자치단체의 적극적 활동이 한몫을 했다. 관련 조직 회원과 지역 경제 활성이란 명목으로 막대한 돈이 들어가고 있다. 자발적 소비가 아니라 소비를 인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판정이 내려진 인천시 강화군 붙은면 소재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를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양성판정이 내려진 인천시 강화군 붙은면 소재 한 돼지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돼지를 구덩이에 밀어 넣고 있다.ⓒ뉴시스

한국은 동아시아에서 육류소비가 가장 높은 나라로, 중국보다도 높다(2016년 기준). 2010년과 비교하면 육류소비가 20% 늘어났고, 현재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한우, 한돈, 한국산 닭 소비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한미FTA, 한-EU FTA 체결 이후 고기 수입은 늘고 있다. 따라서 한국 축산 농가의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폐해도 심각하지만 전 세계 축산업계의 폐해도 한국 소비자들이 무시할 수 없다. 육류소비로 인한 지구온난화 심각화 현상을 남의 일로 볼 수가 없다.

돼지열병 확산에는 방역의 문제, 돼지 사료로 사용된 잔반의 문제점, 멧돼지의 전염경로 등 살펴야 할 것이 많다.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돼지 열병을 곧바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 식습관의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도 있다. 그런데 구제역, AI, 현재의 열병을 연속적으로 볼 때 오히려 이번 사태를 일시적 지엽적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축산농가, 살처분 담당자와는 깊이가 다르겠지만, 나와 같은 소비자도 살처분되는 돼지의 모습을 언론에서 보면 심리적으로 침울해진다. 마음이 쓰인다. 그럼에도 소, 돼지, 닭의 살처분 현장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도 잠시다. 고통스런 상상으로 연결되는 시간은 극히 짧다. 그 시기, 그 장면을 피하면 축산이 가지고 있는 근본문제는 내 일상과는 무관하게 된다. 가슴 훈훈한 동물애호의 동영상을 찾아보지만 식용 동물의 실제 현장은 멀리한다.

꼬마 돼지 베이브에게 응원을

살처분 사태를 일시적 뉴스거리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생활과 연결하여 고민하는 소비자가 되는 것은 소비자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 동물복지와 식습관과의 연관성을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다. 동물복지 원칙을 준수하는 축산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몫 즉 고기의 가격을 높이는 작용을 할 것이다. 우리가 지금 소비하는 싼 고기, 가공육은 동물복지 희생을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다. 때문에 우리의 식습관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현재도 서민에게는 고기는 큰맘 먹고 소비하는 특별 음식이다. 그래서 식습관 변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서민들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들릴 수 있다.

95년도에 ‘꼬마돼지 베이브’라는 영화가 있었다. 베이브가 양몰이 돼지로 성장하는 영화다. 그 당시 그 영화를 본 유럽 아이들이 햄, 소시지를 먹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베이브로 만든 가공식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 영화 덕분에 미국에서는 돼지고기 소비가 25% 감소하고 채식주의자가 늘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베이브는 원래 육류용으로 키워진다. 베이브는 육류용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재능을 개발한 것이다. 영화 속에서 다른 동물도 마찬가지다. 오리도 수탉 흉내를 내며, 아침마다 지붕에 올라가 울어댄다. 오리는 수탉 역할을 하면 살아남기를 기대한다. 이렇게 영화는 동물이 자신의 운명과 다르게 살아갈 수 있다고 영리하게 말하고 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아이들은 베이브가 크리스마스 파티용 고기가 되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
영화 꼬마돼지 베이브ⓒ케네디 밀러 프로덕션즈

꼬마돼지 베이브를 한국에서 본 관객들 중 몇 명이 채식주의자가 되었을까. 나도 그러지 못했다. 베이브가 수명을 다하여 식탁에 오른다고 해도 베이브는 행복했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채식주의자가 될 마음은 없었다. 동심이 이미 파괴되었던 탓이었을까. 영화 한 편으로 식문화를 바꿀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꼬마돼지 베이브 영화 한 편보다 더 많은 방송 프로그램이 육식 문화를 화려하게 장려하고 있다. 음식점 소개, 요리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 프로그램, 연예인 생활 소개를 하는 예능 프로그램도 육식 소비가 빠지지 않는다. 여기에 요즘은 유튜브도 추가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제 비육류 재료로 만든 음식을 소개하는 것을 찾기 힘들다. 실제로 있다 해도 소개하는 음식의 종류가 많지 않다. 이런 문화 속에서 육식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음식 문화가 육류가 주식이 되고 샐러드, 야채는 고기를 먹기 위한 부재료가 되고 있다. 쌀 등 곡류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된다면 한국 음식은 장(醬) 종류만 남을 것 같다. 전통적인 식문화를 고수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채식 재료를 이용한 음식 소개가 필요하다. 누가 한국의 식문화를 현재 주도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문화 형성에는 축산업계, 수입육 판매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 옥자
영화 옥자ⓒ넷플릭스

육식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다양한 채널에서의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 사회, 지역공동체 차원에서의 노력, 개인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낮은 수준의 채식주의자가 된 것은 의식적 노력 때문이었다. 그 의식적 노력 중 하나는 육식을 많이 보여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지 않는 것이다. 또한 내가 소비하는 육류 종류를 처음에는 빨간 고기 그리고 조류 등으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갔다. 그러다 보니 내 미각이 변했다. 이제는 육식에 대한 갈증이 없는 편이다. 밥보다 고기를 즐기던 내가 변한 것을 보면 식습관이란 것이 보수적이고 변하기 힘든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꼭 그렇지 않은 듯하다. 그리고 육식을 줄이면 식비도 줄어 일거양득이다. 특별히 건강상 문제가 없는 한 고기 섭취는 현재의 양에서 줄여나가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

중국은 돼지 열병으로 인한 돈육대란으로 초대형 돼지 사육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는 영화 옥자처럼 초대형 비육돼지가 사육되는 사회에서 살 것인가. 베이브가 사는 농장이 있는 사회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이는 절박한 문제이다. 돼지 생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의 정신과 몸을 살리기 위해서다.

김애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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