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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가 좌파정부의 장기집권 플랜? 자유한국당 황당 주장 5가지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10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0.10ⓒ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를 가로막고 나섰다. 찬성 여론이 충분히 무르익은 공수처 신설은 최근 적기를 맞이한 검찰개혁의 정점으로 꼽히지만, 자유한국당은 ‘절대 불가’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고위 권력의 강력한 수사기관이 될 공수처를 ‘기를 쓰고’ 반대하는 것은 사실 새로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반대하는 이유가 날이 갈수록 어불성설이라는 점이다.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공수처 찬성 여론이 70%를 웃돎에도 “아프리카에도 없고 세계 어디에도 없는 게 공수처”라며 “좌파 전위대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찰청을 만드는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쳤다.

당시 홍 전 대표의 주장은 고스란히 현재 자유한국당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시각이 됐다. 이제는 황교안 대표가 “공수처법은 문재인 정권의 집권 연장 시나리오일 뿐”이라며 논의를 다음 21대 국회로 넘기자고 주장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공수처를 “문재인 정부의 장기집권 사령부”라고 지칭하며 “절대 불가”를 천명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 여야 4당 합의에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19.04.24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소속 의원들이 24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안 및 공수처 설치법안 등 신속처리안건 여야 4당 합의에 항의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2019.04.24ⓒ정의철 기자

공수처는 검찰 장악을 통한 좌파정부의 장기집권 플랜이다?

자유한국당이 공수처에 반대하는 이유 중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검찰 장악을 통한 좌파 정부의 장기집권 플랜”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수처를 통해 검찰을 장악하고 집권 연장 포석을 깔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는 공수처장 선출 과정을 문제 삼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국면 당시 장외집회에서 “공수처는 대통령이 공수처장을 임명하고, 대통령 마음대로 하는 독재의 칼”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수처로 칼을 마음대로 흔들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법원·검찰·경찰·국회의원까지 그들의 손아귀에 쥐고 꼼짝 못 하게 할 것이다. 결국 공수처는 그들의 권력 보험”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재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2개의 공수처 법안(더불어민주당 백혜련안, 바른미래당 권은희안)을 살펴보면 공수처장 선출은 국회 동의 없이 대통령 독단적으로는 절대 불가한 구조다.

공수처장을 뽑기 위해서는 우선 공수처장추천위원회의 추천이 필요하다. 이때 추천위원 7명 중 4명이 국회의 몫인데, 여야가 각각 두 명씩 추천을 담당하게 된다.

공수처장 추천은 재적 위원 5분의 4(6명) 이상의 동의가 필수다. 다시 말해 야당 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추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심지어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 법안은 공수처장이 인사청문회 이후 국회 동의까지 얻어야 임명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공수처장을 선출하는 과정부터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공수처가 청와대의 홍위병이 될 것”이라는 자유한국당 주장은 애초 성립이 불가하다.

공수처 법안을 발의한 백 의원과 권 의원 모두 ‘야당의 역할’을 강조한다. 권 의원은 16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2개의 공수처 법안은) 공수처장 추천과 관련해 절차가 동일하다”며 “야당이 동의해야 추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도 같은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공수처는 대통령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야당의 비토권이 인정되고 추천위원의 권한이 확실하게 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안 논의 ‘2+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16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안 논의 ‘2+2+2’ 회동에 참석하고 있다. 2019.10.16ⓒ정의철 기자

검·경 수사권 조정하면 공수처는 필요 없다?
공수처는 제2의 검찰이 될 뿐이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에 민변,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대거 기용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수처가 이른바 ‘민변 검찰청’으로 변질 돼 “옥상옥”, “특별검찰”이 될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제한은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으로도 충분하다”며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만으로는 검찰개혁에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동안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에 있어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셌고,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수사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만연했다. 때문에 공수처와 같은 독립적인 수사 기구의 필요성은 갈수록 더 또렷해졌다.

또한 ‘공수처가 제2의 검찰이 될 것’이라는 자유한국당의 의심은 공수처의 규모로 미뤄 봤을 때 무리한 주장이다. 2개 공수처 법안 모두 공수처를 구성할 때 검사는 25명, 수사관은 30명(백혜련안) 또는 40명(권은희안), 일반 직원은 20명 이내로 하게 했다. 조직 규모가 100명이 채 안 된다. 공수처가 검찰청과 똑같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공수처는 검찰의 권한을 떼어 내고 검찰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검·경수사권 조정만으로도 검찰 권력이 개혁된다는 나 원내대표 주장에 대해 “우리의 문제의식을 상당히 축소해 버리는 것”이라며 “그런 정도로 검찰개혁을 하면 상당 부분 검찰 권력은 그대로 남아있다. 공수처 설치가 불필요하다고 얘기를 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엄청난 검찰 권력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그걸 다시 분할해 공수처와 검찰이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시스템에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검찰개혁 수준에 상당히 미흡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9.10.09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조국 장관 퇴진 촉구 집회’ 에 참석해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2019.10.09ⓒ김철수 기자

검찰의 조국 수사를 공수처로 뺏어가 무산시키려고 한다?
공수처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최근 자유한국당에서 공수처 설치 반대 이유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은 “조국 수사를 뺏어가 무산시키려는 술수”라는 주장이다. ‘조국 사태’만 수습되면 검찰개혁 100% 찬성이라던 자유한국당은 막상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자리에서 물러나니 ‘조국 방탄용’이라며 공수처 반대 공세 수위를 끌어 올리고 있다.

공수처 설치가 조 전 장관 수사로 탄력받거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억지 주장에 가깝다. 우선,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4월 말이다. 조 전 장관의 ‘입각설’ 조차 나오기 전이다.

아울러 검찰이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사활을 걸고 나서는 마당에 공수처가 신설·가동되는 시점까지 수사가 지연돼 공수처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공수처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자유한국당 주장도 명분이 부족하다. 나라별 사법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유의미하지 않다. 시민사회에서는 대한민국 검찰의 기소권 독점과 막대한 권한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하승수 변호사는 16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한민국 검찰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권력을 누리고 있음으로 공수처를 통해 견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이 부패 범죄로 구속되고, 최경환 의원 등 관련자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받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것은 결국 기득권 지키기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나아가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13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공수처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 왔다. 그가 21대 국회에서 공수처를 논의하자는 말은 결국 검찰개혁 의지가 없다는 것과 다름없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은 물론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국회의원 등 다수의 ‘고위공직자’가 수사 대상이 된다. 심지어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까지 모두 수사 대상에 오른다.

지난 1996년부터 요구가 빗발쳤던 공수처 설치는 보수 야당의 반대로 빈번히 논의 자체가 불발됐다. 우여곡절 끝에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만큼 지금이 법안 통과의 ‘최적기’로 보는 시각이 절대적이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CBS 라디오에 출연해 자유한국당의 공수처 ‘무조건 반대’ 논리를 겨냥 “공수처는 민주당 쪽의 오래된 과제이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이) 싫은 게 아닐까 생각도 든다”며 “그게 아니라면 국회의원도 수사 대상에 넣었으니 그런 부분이 걸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하늘이 두 쪽 나도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공수처를 뺀 검찰개혁은 앙꼬 없는 찐빵과 같다. 검찰의 비위를 맞추며 가짜 검찰개혁을 선동하는 비겁한 행동을 자유한국당은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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