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이 두 번째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아쿠아리움에서 지내왔던 멸종위기종인 수컷 벨루가(흰고래)가 또 폐사했다. 이제 암컷 한 마리만 남은 상태로 환경단체는 “돈벌이 수단 이용을 중단하고 즉각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2104년 러시아에서 서울로 옮겨졌던 12살의 수컷 흰고래 ‘벨리’가 17일 눈을 감았다. 폐사 원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아쿠아리움 측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흰고래가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년 전인 2016년 4월에도 5살 수컷 ‘벨로’가 패혈증으로 폐사했다. 당시 수족관은 ‘벨로’가 면역력이 약한 데다 잔병치레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다시 12살 ‘벨리’가 죽었다. 남은 수컷 흰고래마저 평균 수명을 채우지 못하고 단명한 것이다. 이제 암컷 ‘벨라’만 외롭게 남았다. 최대 몸길이 4.5m, 무게 1.5톤의 벨루가의 평균 수명은 30~35년이며 북극해와 베링해, 캐나다 북부해 등지에서 무리를 지어 산다.
‘벨로’와 ‘벨리’, 그리고 ‘벨라‘는 모두 2014년 10월 러시아에서 수입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수조로 옮겨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넓은 바다가 아닌 좁은 수족관에서 전시 관람을 목적으로 사육됐다. 넓고 깊고 차가운 북극해에서 살아야 하는 흰고래들은 비좁은 수조에 갇혀 관람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다와 달리 소음, 진동을 유발하며 자유롭게 지낼 수 없는 수조는 흰고래들의 안정적인 서식처가 아니었다. 벨루가는 또한 무리를 지어 사는 습성에 제한된 수조 공간을 견디기 어렵다. 실제 ‘벨리’는 관람지점과 가까운 얕은 수조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 정형행동을 보여 주변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벨리’의 죽음에 애도 입장을 낸 해양환경단체는 “고래 수조 사육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핫핑크돌핀스는 18일 “관람객의 소음과 음악소리, 지상의 진동이 벨루가 수조에 그대로 전달됐고, 수미터 크기의 벨루가들이 제대로 허리를 꼿꼿이 펴고 헤엄치기조차 쉽지 않은 얕은 수심(최대 8미터) 등의 구조적 문제가 있었다”고 롯데월드 측을 비판했다.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4월에도 6개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벨루가의 전시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며 “그때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지금과 같은 폐사는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 늦기 전에 남은 마지막 암컷 흰고래 ‘벨라’를 하루속히 바다로 돌려보내는 작업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주장을 펼친 핫핑크돌핀스는 지난해 상하이 수족관이 내린 결정을 언급했다. 롯데월드와 달리 중국 상하이의 창펑수족관은 두 마리의 벨루가 ‘리틀 그레이’와 ‘리틀 화이트’를 바다로 돌려보냈다. 이들은 9년간 수족관에 갇혀 지내왔지만, 동물단체의 노력 끝에 아이슬란드 하이메이의 바다쉼터로 옮겨졌다. 좁디좁은 수족관을 벗어나 그나마 서식지와 가장 가까운 바다환경에서 여생을 보내게 된 것이다. 이를 주도한 시라이프재단의 앤디 불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바다쉼터가 수족관에서 고래를 전시하는 행위에 대한 대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고래류의 수족관 전시는 없애거나 줄이는 추세다. 중남미, 코스타리카, 인도, 미국에서는 기존 돌고래 사육 프로그램을 잇달아 중단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공원이 남방큰돌고래를 고향인 제주도 바다로 돌려보냈다. 비인간 인격체로 높은 지능의 돌고래를 좁은 수조에 가두고 인간의 이윤을 위해 오락거리로 다루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 일면서다.

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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