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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없어질 일자리? 청와대가 할 일을 잊었는가
13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이호승 경제수석이 성장잠재력과 글로벌 경기, 국가경쟁력 등 현 경제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0.13)
13일 오후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이호승 경제수석이 성장잠재력과 글로벌 경기, 국가경쟁력 등 현 경제상황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9.10.13)ⓒ뉴시스

지난 13일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현 경제상황 관련 브리핑을 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호승 수석은 “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들이 (농성)하지만, 실은 톨게이트에서도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게 눈에 보이지 않냐”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당사자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물론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브리핑에서 급변하는 경제환경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구글 등이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상황에서 자동차 기업들이 고민이 많다면서 느닷없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없어질 직업”이라는 발언이 튀어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브리핑 해프닝도 아니고 우발적 실수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관, 노동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다.

알다시피 자본은 이윤을 목적으로 기술혁신을 단행한다. 경쟁승리를 위해서도 그렇고 독점가격을 형성해 더 많은 이윤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술혁신은 혁신기업의 아이콘이 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통계나 정보가 넘쳐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2030년까지 매장 판매, 운전·운송, 청소·경비 등 고용감소 직군에서 80만 개가량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반면 정보통신·과학기술 전문가 등 고용증가 직업에서는 92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고 한다.

자본주의 산업은 변화한다. 한국도 노동집약적 경공업에서 조선, 자동차 등 중화학공업으로 변화하고 다시 IT, 반도체 산업으로 변화해온 과정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이러한 산업변화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가 갖는 고용 및 노동자에 대한 태도다. 산업은 어차피 기업가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뒷짐 진다면 정부의 존재 이유가 없다. 변화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 것인가를 제시하고 자칫 기업의 이윤추구 일변도가 낳을 대량해고와 고용불안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카카오 카풀 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정부는 플랫폼 노동,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발상으로 추진했다지만, 갑자기 일자리 위협이 생겨났고 평생 모은 돈과 대출로 개인택시를 산 기사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 택시노동자 2명이 분신 사망하는 비극이 이어졌다.

최근 플랫폼노동직군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미국 우버 택시처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데 고용규정도 모호하다. 그러면 우버 택시에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일까? 개인사업자일까? 이러한 문제가 미국에서는 심각하게 검토됐으며 올해 9월 캘리포니아주 상원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이 계약한 노동자들을 피고용자로 대우하도록 하는 법안을 찬성 29표, 반대 11표로 가결했다. 이를 통해 캘리포니아에서 이러한 직군에 종사하는 사람들 100만여 명이 노동 법규에 따라 최저임금, 실업보험 같은 기본적인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한다. 카카오 카풀이나 우버 택시가 시사하는 바는 산업변화가 곧 노동자의 지위를 하락시키거나 일자리를 뺏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전국여성연대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 노동자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17
전국여성연대와 톨게이트 노동자들이 17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톨게이트 노동자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0.17ⓒ김철수 기자

청와대 경제수석의 ‘없어질 일자리’ 발언은 결국 톨게이트 노동자의 해고는 어쩔 수 없는 추세라거나 자회사에서라도 일한다면 노동자들이 감지덕지해야 한다는 망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라는 흐름에 맞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가피한 직종의 변화를 예측하고 대응해 노동자에게 교육기회를 주고 전직의 가이드 역할을 잘하는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표방하는 ‘노동존중’이라는 슬로건은 아직 살아 있는가? 최저임금 후퇴, 대통령의 주 52시간 적용에 대한 보완조치 지시, 탄력근로제의 신속도입 촉구 등을 ‘노동존중’이라고 강변할 수 있을까? 오히려 MB정부의 ‘기업 프랜들리’ 정책기조가 강하게 떠오른다.

오랜 경제관료가 한순간 자신의 인식을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호승 수석을 경질하고 올바른 노동관, 사람중심의 경제관을 가진 인사로 교체해야 한다. 아울러 톨게이트 노동자 직고용을 바로 실행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노동존중’이 아직 살아있음을 기대한다.

김영욱 미래노동교육원 원장, ‘8일에 끝내는 노동조합특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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