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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잃은 부모의 호소 “어린이 생명안전보호법안, 20대 국회 내에 처리하라”
21일 오전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21일 오전 시민단체인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정치하는엄마들 제공

"해인이, 한음이, 하준이, 태호, 유찬이, 민식이. 시민·국회의원 여러분, 이 이름을 기억하십니까?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 법, 민식이법 아이들의 이름을 단 법안들이 있습니다. 소중한 생명에 빚진 법안들이지만, 길게는 수 년째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우리는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법 하나 바꾸는 게 그리 어렵습니까? 대체 어린 생명들이 얼마나 더 쓰러져야 법이 바뀐단 말입니까?"
(어린이생명 안전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문 내용 중 일부)

20대 국회가 마지막 정기국회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민식이법 등 아동의 생명,안전 보호와 관련된 법안들이 계류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이번 정기국회 내에 해당 법안을 통과할 것을 국회에 강력히 촉구했다.

21일 오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아이들을 잃을 때마다 생명 안전에 관한 많은 법안들이 만들어졌지만 아직도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묶여 있다"라며 "아이들 생명에 빚진 법안들,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량에 치인 후 5살 해인이는 후속조치가 늦어져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8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이 대표 발의한 '어린이안전기본법'이 발의됐다. 이 법은 수정 보완돼 올해 8월 '어린이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발의됐다.

이 법은 어린이의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어린이안전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어린이의 안전을 확보할 책임을 지며 그에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는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은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 번도 심사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6년 7월 경기도 광주 특수학교에 다니던 8살 한음이가 학교 차량 안에 방치됐다가 세상을 떠났다. 2016년 8월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화성시병)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어린이통학버스를 운영하는 자는 어린이통학버스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장착하여 어린이통학버스의 운전자가 모니터 화면을 통해 자동차의 내부, 후방 및 측면 등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어린이통학버스 안전교육을 받지 아니한 운영자 및 운전자에 대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같은 해 11월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현재 소위에서 심사조차 되지 않은 채 계류 중이다.

2017년 10월 서울랜드 동문주차장에서 주차된 차량이 굴러 내려와 4살 하준이가 세상을 떠났다. 2018년 1월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갑)은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주차 시 안전조치 의무를 부과하여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 주차장 내 경사진 구역에 주차 안내표지판 설치를 의무화 등의 내용을 핵심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이 법은 법제사법위원회 2소위에 넘겨져, 사실상 통과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지난 7월 이용호 무소속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제2하준이법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만 된 채, 위원회 본회의 상정도 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해당 법안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기존에 설치된 주차장의 경사도 등 주차장 이용자의 안전에 위해가 되는 요소를 점검하고 그에 따른 안전 관리 실태를 조사하도록 하고, 기존에 경사진 곳에 설치된 노상 또는 노외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설치 및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 등을 구비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담고 있다.

2019년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로 8살 태호와 유찬이가 세상을 떠났다. 같은달 이정미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이용호, 표창원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들과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이 각각 행정안전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된 채, 전체 회의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용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어린이통학버스 안전교육의 대상 및 범위를 확대하여 어린이통학버스 관련 안전 의무 위반 시 벌칙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어린이를 탑승시켜 운행하는 자동차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동차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어린이통학버스 운전자 및 운영자의 의무사항을 위반한 경우 이에 대한 제재를 현행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

표창원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승객석, 좌석안전띠 및 창유리의 가시광선 투과율 등에 관한 요건을 신설하여 어린이의 교통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설치 이용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현행법의 신고 체육시설업에 체육시설을 소유 또는 임차하여 체육을 교습하는 업을 신설하여 「도로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어린이의 안전한 통학을 위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지난 9월 아산시 스쿨존에서 차량사고가 내 9살 민식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달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시을)이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및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으나 계류 중이다.

해당 법안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방경찰청장이나 경찰서장, 시장등이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교통단속 장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고, 시장 등으로 하여금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기를 설치·관리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목숨보다 소중한 아이들을 잃은 엄마, 아빠들은 세상에 있는 모든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법을 만들라고) 아이들의 이름을 어렵게 내어줬다"며 "아이들의 이름에 '법' 자를 붙이고, 법안 통과를 위해 백방으로 뛰는 것이 과연 어떤 심정인지 우리 중 누가 상상할 수 있겠냐"고 짚었다.

이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길 위에서, 학교 앞에서, 주차장에서, 어린이 통학버스에서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다치고 죽는 위험에 처해 있다"라며 "재발방지 대책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가 끝나고 이제 예산국회를 한다. 21대 총선이 코 앞"이라며 "지역구 예산과 선거운동이 당신들의 눈을 멀게 만들지 않기 바란다. 어린이생명안전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각 당 원내대표들이 뜻을 모을 때"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장소에 나온 김태양 씨는 스스로를 "9월 11일 충남 아산에서 사랑하는 큰 아들 민식이를 잃은 아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라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최우선적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우선시 해달라는 게 그렇게 어렵냐"면서 "이 나라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내 아이가 죽었다고 화내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저희가 부탁하고 눈물로 호소하고 있지 않냐"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 부모들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다면,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아이들의 법안 통과, 대한민국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라며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보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정미 의원은 "행정안전위원회에 이 법안이 올라가고 위원장을 만났다. 그런 과정에서 저는 8월에 이것이 우선 법안으로 처리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진행될 줄 알았다"면서, "그런데 결국은 또 후순위로 밀리고 논의가 안 되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제가 행정안전위원회 국회의원 한 분 한 분께 다시 호소 드리겠다"며 "정기 국회 안에는 이 법이 꼭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으로, 300명 국회의원들의 죄송한 마음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늘 기자회견 이후 일주일 간 '하준이 엄마' 고유미 씨와 '태호 아빠' 김장회 씨 등은 국회의원회관의 전체 의원실을 개별 방문해 어린이생명안전법안 통과 촉구 공문(동의서)를 전달하고, 동의하는 의원실에 포스터를 부착할 예정이다. 정치하는엄마들 측은 의원들의 동의 여부 답변 내용을 취합해, 이달 말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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