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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정시 확대’가 교육 불평등 해소할 공정한 입시 대책일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무더위속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2019.08.06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무더위속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2019.08.06ⓒ김철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 마련' 발언이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 불평등 해소' 등 교육 개혁의 방향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고교·대학 서열화로 인한 경쟁 교육과 무너진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마련 없이, 정시 확대라는 임시방편만으로는 교육의 특권 대물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22일 문 대통령은 2020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들께서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이라며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특권층이 교육제도를 통해 그 특권을 자녀에게 대물림하는 '불공정' 문제에 대해, 정시 확대를 해결책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문 대통령의 정시 확대 발언이 현재 진행중인 교육 개혁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정시 확대, 교육 퇴행·공교육 포기 선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 중단하기 위한 큰 그림 필요"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열린 '입시제도를 넘어 교육불평등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교조는 2500여 명의 현장 교사 설문조사에 기반한 입시 제도 개선 방안과 교육불평등·특권대물림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2019.10.16
권정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전교조 사무실에서 열린 '입시제도를 넘어 교육불평등 해소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전교조는 2500여 명의 현장 교사 설문조사에 기반한 입시 제도 개선 방안과 교육불평등·특권대물림을 해소하고 공교육을 정상화 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2019.10.16ⓒ사진 = 뉴스1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는 "정시 확대 결정은 우리 교육의 퇴행이며 공교육 포기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소장은 "학교 교육이 상당 부분 혁신되고, 평가나 수업 방식에서도 많은 변화를 이뤄왔다"며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은) 그것을 10년 전으로 다시 되돌리는 흐름"이라며 "공교육을 포기하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전 소장은 정시에 대해 "동일한 시간과 동일한 날짜에 동일한 문제를 풀고 동일한 채점 기준으로 점수 결과가 나온 것으로 대학 입시를 치르는 것"이라며, 확대 주장이 "일종의 형식상 공정함만을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연 교육의 과정이나, 결과에 대한 평가라는 관점에서 공정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교육걱정)은 "국민이 원하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입시 공정성이라는 미시적인 문제 해결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특권 대물림 교육 문제를 중단하기 위한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교육걱정은 "그런데 정시 비중 상향은 너무 작은 그릇"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즉각 특권 대물림교육 지표 조사 법제화를 필두로, 국민 다수가 추진을 희망하는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제정, 대학 서열화 해소를 위한 공론화 등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고등교육의 질과 내용 개선, 대학체제 개편이 아닌, 수시와 정시의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으로의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현재 고교도 대학도 서열화 돼 있고, 좋은 직장도 소수인 총체적인 난국"이라며 "정부가 총체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유기적인 해결책을 가지고 끌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시 확대와 같은 방식으로 파편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은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에 대해 "과연 이를 통해 국민이 요구하는 교육제도 내에 존재하는 합법적인 불공정과 특권까지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오지선다형 수능 점수로 줄을 세워 대학의 선발 과정을 공정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결과의 공정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를 담보할 수 없는 방향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구 정책국장은 "국민 10명 중 9명은 여전히 부모의 특권이 교육제도로 대물림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어떤 교육 제도로 대물림되고 있느냐에 대한 조사를 통해 대안을 모색해 교육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시 확대, 사교육비 폭증에 기름 부어"
결국 수혜 입는 계층은 고소득층?

3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주최 '2018 정시 최종지원 전략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시 지원 참고표를 보고 있다. 2017.12.13.
3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메가스터디 주최 '2018 정시 최종지원 전략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정시 지원 참고표를 보고 있다. 2017.12.13.ⓒ뉴시스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은 사교육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수능 관련 대표적인 사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의 주가가 상승했다.

구 정책국장은 "지난 9월 1일 문 대통령의 '대입 전면 재검토' 발언이 정시 확대로 읽히면서 실제로 코스닥에 상장된 수능 관련 사교육 업체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사교육걱정 측은 성명을 통해 "정시 비중의 상향은 사교육비 폭증에 오히려 기름을 붙는 상황을 연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서 학교급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를 볼 때, 고등학교가 32.1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근거를 들었다.

정시 비중을 확대할 경우, 결국 수혜를 입는 계층은 고소득층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는 교육의 불평등 해소에도 맞지 않는 부분이다.

전 소장은 "수능을 확대할 때 가장 유리한 지역은 사교육이 밀집된 지역"이라며, "정부가 어떤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순간,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그 지역의 집값이 올라가고 그 지역으로 사교육 쏠림현상이 일어난다"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2018 교육여론조사'에서 월 6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수능을 압도적으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올해 발표된 '배제의 법칙으로서의 입시제도'라는 논문에서도 상류층일수록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을 뚜렷하게 선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소득에 따른 수능 점수를 연구한 결과, 고소득 계층일수록 수능 점수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교육걱정 측은 "2015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월평균 가구소득에 따른 수능(언어+수리+외국어 영역) 평균점수 차이를 분석한 결과 소득과 점수가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소득 1분위와 소득 10분위의 평균 점수 격차가 무려 43.42점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수능 점수가 월등하다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교학점제' 안착에 적신호...흔들리는 교육 현장
"수능 부담감에 학생들은 국영수 아닌 다른 과목 선택할 수 있을까?"

27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형 수업을 받고 있다. 2017.11.27.
27일 오후 고교학점제 선택형 교육과정 우수학교인 서울 강서구 한서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참여형 수업을 받고 있다. 2017.11.27.ⓒ뉴시스

'정시 확대'는 교육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국영수 중심의 입시 교육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2025학년도 일반고까지 전면 확대되는 '고교학점제' 안착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와 정시 확대 방향이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 관련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는 '고교학점제'다. 고교학점제는 2025학년도에 일반고까지 전면 확대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 과목의 폭을 넓히고 과목을 개설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를 대입과 연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 소장은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사전에 고교서열화 해소,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전환, 교육과정 개편 등 여러 가지를 함께 연동해서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며 "정시 비중 확대를 검토하겠다는 (문 대통령) 발언은 기존의 대입 정책을 다 흔들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5학년도 전면 확대되는 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제반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수능 중심으로 비중을 늘려버리면, 아이들은 고교학점제 취지하고는 무색하게 수능에 필요한 국영수 중심의 교과목을 선택하고, 수능 공부를 위해 고교학점제를 활용하는 폐단이 예측이 된다"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은 "2022학년도에 실시될 수능 시험범위를 기준으로 볼 때 학교에서 편성한 교육과정을 통해 수능을 대비하려고 할 경우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과목이 겨우 두세 과목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구 정책국장은 "2022학년도 정시의 비율이 30%이지만, 거기서 더 상향하게 되면 수능의 영향력이 막강해진다. 그때 학생들이 수능 시험을 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하는 과목 외에 다른 과목들을 과연 선택할 수 있을 것인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수능 대비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제대로 된 선택 과목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엇박자, 공교육 혼란 야기
"교육적 관점 아닌, 여론이나 지지율 중심으로 판단" 지적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02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02ⓒ정의철 기자

문 대통령의 '정시 비중 상향' 발언 하루 전날인 2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시 확대에 대해 선을 긋고 학생부 종합전형의 공정성 담보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청와대와 이를 추진하는 교육부 간의 엇박자가 난 것이다.

전 소장은 "주무부서 교육부는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당이나 청와대는 여론이나 지지율을 중심으로 교육 문제를 판단하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당정청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엇박자를 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당정청이 조율을 잘해서 국민들 보기에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정책적인 판단을 사전에 고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여론과 지지율에 의해서 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학부모 학생 교사들을 불안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부모단체인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역시 "정시 비중 상향은 공교육의 혼란을 야기할 뿐"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23일 성명을 통해 "정시 확대 방안 제시는 교육 불평등 해소, 공교육 정상화에 대한 염원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며 "입시로 인해 더 심각한 교육 불평등을 야기하고, 학교 교육을 문제풀이 중심으로 퇴행시키는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현 정부의 교육개혁이 "정시와 수시의 비율 조정으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편, 교육부는 오는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퇴행적이고 졸속적인 입시안을 강행하기 보다는 교사와 학부모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시민과 교육관계자 등 직 간접적으로 교육과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입시 문제 해결책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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