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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폭력과 배제, 낙인의 벽을 깰 우리의 ‘매드프라이드’

얼마 전 유엔에서 정신장애인을 사회 심리적 장애인이라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자세한 내력을 모르기는 하지만 정신장애인의 문제가 뇌의 기능상의 문제라는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의학적 관점과는 다른 식의 관점에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신장애는 뇌의 문제이므로 약만 잘 먹으면 괜찮다”는 관점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정신장애인들은 어떤 위험한 사고를 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단지 뇌의 호르몬 상의 이상으로 당뇨나 고혈압처럼 관리가 필요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신장애와 위험, 범죄를 곧장 연결하는 인식을 중화시키기는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의학적 관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낙인과 배제가 일어나고 있는 사회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주거, 교육, 취업에 있어서의 배제, 일상적으로 재생산되는 혐오발언들과 관계에 있어서의 고립 등에 대해 말해주지 못합니다.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강제치료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강제치료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Superbass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9186838

우리는 약 지어주면 되는 존재가 아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스무 살에 발병해서 25년 가까이 병원과 집만을 오고 가던 환자였습니다. 저는 저의 문제를 사회적인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고 약만 먹으면 곧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 속에 살았습니다. 하지만 조현병은 만성이 되어 갔고 저는 경력단절로 어디에도 취업이 힘들고 노후가 막막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의사 선생님도 저의 삶에는 관심이 없으셨습니다. 저는 그저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로 한 달에 한 번 약을 지어주면 되는 존재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향정신약물의 부작용에 대해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잠이 쏟아지고 무기력해지고 식욕이 늘어 살이 찌고 기억력이 나빠지고 사고가 느려져 사회생활을 하기에 어려운 몸이 되는 상황을 말입니다. 몇 십 년간을 저는 저를 자책하며 지냈습니다. 왜 나는 이렇게 잠을 자지? 무기력하지? 살이 찌지? 왜 자꾸 잊어버리지? 왜 생각이 잘 안 되지? 삶은 점점 어두워졌고 저는 “무능”이라는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으며 살아왔습니다.

혼자 힘으로 살 수가 없게 된 막다른 골목에서 저는 국가에 정신장애인으로 등록을 했습니다. 다양한 주치의 선생님이 계셨지만 당시의 주치의 선생님은 삶이 막막하다는 제 말에 “그런 걸 왜 나에게 말을 합니까?”라고 가혹하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신장애3급으로 판정을 받은 후 알고 있던 지인에게 처음으로 조현병이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지인의 소개로 정신장애인당사자 문학자조모임인 ‘천둥과번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글로써 사람들과 소통하고 당사자 포럼이나 공청회 등을 가게 되면서 저는 저의 문제가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장애대중의 공통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정신장애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드러내어 자신의 존재로 사회를 바꾸어 나가야 하는 것이라는 점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지 정신장애인당사자의 복지를 위한 것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이로운 일이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2017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매드프라이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Superbass / CC BY-SA 4.0 (via Wikimedia Commons),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59187139

장애와 장애를 연결해 사회를 보다

제가 생각하는 폭력이란 특별히 정신장애인에게만 가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폭력의 구조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구조 안에서 특별히 더 취약하고 위험한 삶에 처하게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사회는 그 구조를 비가시화하고 누구에게 어떤 폭력이 가해지는지 알지 못하게 합니다. 사회 전체의 문제에 모든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게 하기보다는 각각의 구성원들을 개별화시키고 고립 시켜 개인들이 연대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을 막아 버립니다.

제가 겪은 폭력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스무 살에 처음 발병했을 당시 저는 정신장애인의 삶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조현병이셨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당시의 아버지에 대한 가족들과 사회의 낙인을 보며 저는 ‘정신병자’가 된다는 것의 두려움을 오랫동안 체화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스무 해가 넘는 환자 생활은 아버지의 그 무능하게만 보였던 삶으로 저를 밀어 넣었습니다.

삶의 다른 가능성들을 꿈꿔 볼 수 없던 나날들, 내가 사는 세상이 어떠한 세상인지 알지 못해도 저는 저의 삶을 살아나갈 수 있다고 믿었고 병원과 집을 오고가는 생활 속에서 가망 없는 희망들을 지어내고 있었습니다. 뜬구름을 잡듯 하는 희박한 꿈을 꾸며 노력하면 언젠가는 보답을 받을 수 있을 거라 기도하고 간구했습니다.

제 삶의 커다란 변화는 ‘제1회 매드프라이드 서울’을 준비하며 왔습니다. 제 삶의 많은 부분이 조현병으로 채워지면서 저는 저의 장애와 다른 사람의 장애를 연결시켜 볼 수 있었습니다. 지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해방과 조현당사자의 해방을 하나로 이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기쁨을 저는 아직 기억합니다. 아마도 언젠가의 포럼과 공청회를 만드셨을 분들의 마음도 그려졌습니다.

실무를 담당하고 창작활동에 참여하면서 저는 제가 변화를 일구어내는 물결의 작은 굽이라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당장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거나 제게 이름이나 명예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는 그와는 다른 의미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가난한 노동도 노동이며 세상에는 그런 숨은 노동으로 세상을 나은 것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습니다.

저는 지금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눈을 떴습니다.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마음만으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알려는 의지이며 그리고 그 앎을 바탕으로 어느 지점에서 변화가 가능한지를 알고 단순한 자기만족으로서가 아니라 실천으로서 노동하는 것입니다.

매드프라이드 서울 행사가 26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다.
매드프라이드 서울 행사가 26일 낮 12시부터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열린다.ⓒ매드프라이드

개별이 모여 우리가 될 매드프라이드

‘매드프라이드’는 광장을 여는 것입니다. 그곳에 다양한 정신장애인당사자와 조력자 그리고 일반인들이 모여 자신의 장애를 이전과는 다른 의미의 가능성으로 창조해 내는 것입니다. 국가권력이나 의료권력, 사회 시스템이 만들어 낸 정신장애인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재에서 출발해 그것을 긍정하고 당사자의 입장에서 발언되는 언어와 실천으로 우리 자신을 표현하고 이를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음악, 춤, 행진 등 다양한 행사들로 꾸려질 이 공간에서 저는 정신장애인당사자가 기쁘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구조의 희생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정의할 수 없었던 존재들이 스스로를 정의해 나갈 때 구조는 역전될 수 있습니다. 정신장애인당사자 개인들이 겪은 폭력의 경험, 배제의 경험, 낙인의 경험은 개별적이지만 그것은 결코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매드프라이드’의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공통의 경험이 소통되면서 우리가 모일 때 우리가 어떤 힘을 가질 수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공감일 수도 있고 연민일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모여 더 큰 연대를 이루어낼 것입니다. 자신의 해방과 정신장애인의 해방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는 모두가 이 자리에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매드프라이드 조직위원회 안티카 활동가 박목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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