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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무역 분쟁의 원인은 소득 불평등”이라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진단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비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무역 분쟁의 원인은 소득 불평등”이라는 독특한 진단을 내놨다. 바네르지가 빈곤 분야에 대한 실험적 연구로 노벨상을 거머쥔 인물인 만큼 그의 진단은 결코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다.

21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자신의 책 출간 행사에서 바네르지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확산되는 소득 불평등이 전 세계를 무역전쟁으로 이끌고 있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세계 경기 침체를 유발한 선진국들의 무역 분쟁이 사실 그들 국가의 소득 불평들을 가리기 위해 일어났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격화된 무역 분쟁은 미국과 영국 등 소득 불평등이 극도로 심화된 선진국들이 주도했다. 40년 가까이 이어진 신자유주의로 소득 불평등이 극심해지자 양국의 보수파들이 무역 분쟁 카드로 국면을 전환하려 한 것이다.

2016년 브렉시트(Brexit) 때 영국 보수파들의 주장은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국경을 쉽게 개방해 아랍 난민들이 영국 민중의 일자리를 빼앗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같은 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도 “우리가 가난한 이유는 멕시코 이민자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속임수다. 미국과 영국의 소득 불평등은 월가와 시티오브런던(City of London)으로 불리는 금융 자본의 착취 때문이었다. 자본은 이를 감추기 위해 약소국을 적으로 돌렸고, 그로 인해 시작된 보호무역이 지금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이날 바네르지는 “법인세를 깎으면 기업 투자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기업들이 퍼뜨린 근거 없는 신화(myth)”라거나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난한 민중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등 자본의 착취를 멈추고 복지체계를 강화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무역 분쟁의 원인이 소득 불평등이라면, 소득 불평등을 제거해야 지금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한국 보수 학계에서는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 “경제학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은 운동권 경제학”이라는 식으로 비아냥댔다. 하지만 기업에 세금을 더 걷고, 민중들의 소득을 더 늘려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인 이는 다름 아닌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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