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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폐경기 여성호르몬에 대한 뒤바뀐 진실

여성이 폐경기 나이에 들어서 여러 증상이 나타날 때, 환자들은 저에게 ‘폐경에 가까워져서 그런 걸까요?’ 하고 묻습니다. 증상에 따라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폐경기에 호르몬 변화에 따라 많은 증상들이 더 요동치기는 하지만, 사실은 원래부터 있던 질환이 더 증폭되어 드러나는 것이어서 폐경 여부와 관련 없이 필요한 치료를 해보면 좋아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증상 정도가 심각하여 병원으로부터 호르몬치료 처방을 받으면서도 불편한 증상으로 내원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갱년기 증상들은 좀 나아지셨나요?’라고 물어보면 일부 증상에 대해서 효과를 보았다는 분도 있지만, 수년간 처방을 복용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다는 분도 있습니다. 호르몬에 영향을 주는 처방들이라면 그 반응도 빠르게 나타나고, 전신적으로 신체 기능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어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일부 증상의 개선을 제외하고는 신체적으로는 더 붓고 살도 찌며, 혈압도 오르고, 예민해져서 잠도 잘 안 오고, 우울하고 몸이 무겁다, 의욕이 떨어진다고 표현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이것이 많은 갱년기 환자들이 양약처방을 받으면서도 한의원을 내원하는 이유입니다. 환자들은 ‘나이가 들고 몸이 많이 약해서 양약을 먹어도 잘 반응하지 않는가보다, 보약이라도 먹어야 할까요?’ 문의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도리어 이것이 호르몬치료의 부작용은 아닌가? 의심할 때도 있습니다.

산부인과 쪽에서는 여성의 폐경기에 호르몬대체요법(HRT:Hormone Replacement Treatment)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폐경기 증상에 큰 효과가 없고, 오히려 부작용들을 일으킨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2002년 미국 WHI(Women's Health Initiative)의 프렘프로(Prempro)에 관한 연구에서 호르몬대체요법은 유방암과 심장질환의 뚜렷한 증가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이런 처방 대신 부작용이 적은 약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여성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질환들(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식증, 자궁근종, 유방이나 자궁 등 여성생식기계통의 암)이 있다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폐경기(자료사진)
폐경기(자료사진)ⓒKBS 캡쳐

프로게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우위 현상

호르몬대체요법은 폐경기 여성에게 부족해지는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야한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지는 치료이지만, 폐경기 즈음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에스트로겐 수치의 감소 때문인지 여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에스트로겐은 폐경 전후로 40~60% 정도 떨어지기는 하지만, 지방조직에서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완전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문제는 에스트로겐과 길항적인 작용을 하며 과도한 에스트로겐의 부작용을 막아주는 프로게스테론인데, 프로게스테론은 수치가 폐경기 전후로 거의 ‘0’에 가깝께 떨어집니다. 그래서 폐경전기에는 상대적인 ‘에스트로겐 우위’현상이 일어납니다.

에스트로겐이 아니라 프로게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우위’현상은 의료계에서 크게 주목되고 있지 않은데, 연구자에 따라서는 이것을 폐경기 증상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John R. Lee 박사의 『여성호르몬의 진실』(원제:What your doctor may not tell you about Menopause)에서는 심지어 우리가 여성호르몬 저하로 나타난다고 알고 있는 갱년기 주요 증상인 골다공증, 안면홍조 증상도 에스트로겐 보충의 호르몬대체요법이 아닌, 천연 프로게스테론 보충으로 개선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에스트로겐 우위’ 현상으로 인하여 나타나는 증상은 갱년기 증상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전신의 대사와 관련된 갑상선 기능저하의 문제, 면역력 저하로 인한 알레르기 질환의 증가, 루프스(전신홍반성낭창)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 수분정체와 그에 따른 고혈압, 혈전형성과 심혈관계문제, 혈당조절의 문제와 비만의 문제, 잦은 비뇨생식기계통의 감염, 간과 담낭질환, 우울증과 무기력, 수면의 질 악화 등 나이가 들면서 나타난다고 여겨지는 많은 문제들도 과도한 에스트로겐의 노출과 부족한 프로게스테론이 관련되어 있다고 봅니다.

프로게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우위 현상
프로게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에스트로겐 우위 현상ⓒ필자 제공

프로게스테론 결핍이 미치는 영향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임신 유지에만 관여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전구체역할도 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을 기반으로 남녀의 성호르몬들도 만들어지며, 부신피질호르몬들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프로게스테론의 부족은 전신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프로게스테론 부족으로 인한 전신의 질환은 꼭 여성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남성에게도 일어납니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은 뇌와 척수의 신경세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뇌 세포에서 혈장보다 20배 높은 수치로 농축되어 있고, 특히 손상된 신경세포의 회복과 관련되어 있다고 합니다. 프로게스테론은 뇌의 흥분을 진정시키고 편안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으며, 갱년기의 성욕의 상실에도 도움을 준다고 합니다. 또한 프로게스테론은 뼈의 형성에도 도움을 주며,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효율을 높여주기도 합니다.

일부 의사들은 에스트로겐 과잉이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우려하고, 프로게스테론의 결핍의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지만, 치료 처방으로는 제약회사에서 개발된 합성 스테로이드 계통의 처방을 활용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합성 프로게스테론은 천연의 호르몬과는 다른 기능과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합성프로게스테론은 다른 스테로이드 호르몬들을 위한 전구체로 사용될 수 없으며, 체내의 프로게스테론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또한 천연의 프로게스테론이 간에서 잘 해독되고 배출되어 오래 잔류하지 않고 부작용도 덜하지만, 합성된 프로게스테론 처방은 오래도록 잔류하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호르몬 대체요법에서 합성에스트로겐 투여시 자궁내막암 등의 부작용을 막는 차원에서 합성 프로게스테론이 함께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이 역시 일부 유방암의 확률을 높이는 결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프로게스테론이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처방된 합성된 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됩니다.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프로게스테론은 현재 해외에서 크림형태로 출시된 상품들이 있으며, 이것은 의약품으로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피부를 통해서도 잘 흡수되기 때문에 크림형태로 만들어진 것으로, 적절한 사용량으로 활용된다면 폐경기의 여러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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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은 수원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새날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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