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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3년 만에 처음 달린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도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 날이 드디어 왔다. 10월 28일 서울 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탑승할 수 있는 강릉행 저상 고속버스가 처음 시범 운행했다.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할 권리가 있다는 상식이 실현될 날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 헌법 14조에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지체장애인들의 이동을 막는 현실의 문턱은 다양하고 높았다. 때로는 리프트 사고로 희생되기도 하고 때로는 몸에 쇠사슬을 감고 극한적인 투쟁을 하며 장애인들은 이동권 쟁취를 위해 싸워왔다. 제도도, 인식도, 문화도 조금씩 바뀌면서 이동권이 확대돼왔다. 기차와 지하철에 장애인 탑승 공간이 생기고 승강기도 확대되고 있다. 저상 시내버스가 늘고 길마다 있던 문턱이 사라지고 있다. 시민들도 장애인의 이동권 확대를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유독 고속버스는 지체장애인들에게 금단의 성역이었다. 차량 개조부터 탑승 공간 확보, 좌석 수 축소 등 현실적 이유로 장애인들은 버스를 이용한 장거리 여행에서 배제됐다. 명절마다 ‘고속버스 승차 투쟁’을 벌이면서 장애인들은 경찰 방패에 눌리고 캡사이신을 맞으며 사지를 들려 진압되기도 했다. 결국 현 정부 들어 국토교통부와 장애인단체 간의 합의가 이뤄졌고 이날 시범운행이 시작됐다.

2005년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이 제정되고 2006년 시행된 뒤 13년 만에 장애인들은 고속버스를 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정부는 3개월의 시범 운행을 마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시범운행 동안 버스당 휠체어 2대를 태울 수 있는 저상 고속버스가 서울에서 부산, 전주, 당진, 강릉 등 4개 노선에서 하루 2~3회 운행된다. 전체 8천대의 고속버스 중 10대가 장애인 탑승 가능 차량이다. 48시간 전 예약하고, 출발 20분 전까지 전용 승강장에 도착해야 한다. 아직 노선도 적고 절차도 불편하다.

충분한 예산이 있어야 차량과 노선을 확대할 수 있는데 장애인단체는 내년 예산 확보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누구나 장애를 안고 태어날 수 있으며,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장애인의 가족, 친구가 될 수 있다. 이동권은 인간다운 삶과 정상적 사회생활을 위한 초보적 권리이다. 정부와 국회가 첫발을 뗀 장애인용 저상버스의 확대 도입을 위해 노력해주길 당부하며 사회적 공감대가 더욱 튼튼해지길 기대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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