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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군더러 미국 본토 지키라니, 이런 ‘동맹’ 계속 해야 하나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에 반환한 뒤 위기관리 범위를 지금의 ‘한반도 유사시’에서 ‘미국의 유사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한미는 최근 전작권 전환 이후에 대비해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내용을 개정하는 협의를 시작했다. 국지전 발발 등 위기 상황에서 한미연합사의 위기관리 대응 지침을 규정한 최상위 문서 성격을 가진 이 각서에 미국측은 ‘미국의 유사시’라는 문구를 추가해 미국이 안보 위협으로 평가하는 영역까지 위기관리 범위를 넓히자고 주장했다고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고, 결코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미국의 이와 같은 주장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의 ‘태평양 지역’에 국한한 조항과 상충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태평양 지역에 있어서의 무력공격을 자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인정하고 공통한 위험에 대처하기 위하여 각자의 헌법상의 수속에 따라 행동할 것을 선언한다”고 되어 있다. 만일 미국의 주장이 실현된다면 전작권 이후에 미국이 위기라고 판단하는 해외 분쟁 지역에 우리 군을 파병해야 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테러 위협에 대한 대응을 명분으로 한국군이 부당한 침공에 동원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주권과 국익에 대한 심각한 침해로 이어진다.

‘미국의 유사시’가 ‘북한에 의한 미국의 위협’을 뜻하며, 미국도 이렇게 제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이라면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해진다. 이 분석대로라면 전작권 전환 뒤 미래연합사의 위기관리 범위는 미국 본토로까지 확대된다. 만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이 이를 빌미로 선제타격과 같은 한국의 군사적 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심각한 위기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다. 비록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 국면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거치며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시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제안은 이와 같은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것이고 자칫하면 돌이킬 수 없는 참극을 초래할 수 있다.

한미 위기관리 범위를 확대하자는 미국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부당한 요구다.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런 논란은 당연한 결과다. 미국이 우리를 가볍게 봤기 때문이다. 한국을 미국의 속국쯤으로 여기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주장이다. 한국군을 미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 동원할 수 있다는 이런 발상이야말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동맹의 유지가 우리의 주권과 이익에 부합하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볼 때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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