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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업분야 WTO 개도국 지위 포기는 제2의 한미FTA다

문재인 정부는 돌아오는 농촌을 만들겠다고 공약했으나 오히려 각종 농업정책은 후퇴했다. 농산물 가격은 폭락했고 국민들은 만성적인 먹거리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국가예산 대비 농업예산, 식량자급률은 역대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입쌀 국가별 쿼터 허용 협상은 내용도 공개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변동직불제를 폐지한다면서 쌀값 안정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태양광 발전시설 확대로 농지훼손은 가속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남북농업교류도 막혀있다. 농림식품부 장관들은 선거를 이유로 중도사퇴했다. 마늘, 양파, 대파, 배추 가격이 폭락하고 있을 때 장관직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 같은 시기 농업비서관과 행정관도 동반 사퇴했다. 6개월간 농정공백 상태가 지속됐다. 농정개혁은 실패했고 인사는 참사였다.

급기야 문재인 정부는 25일 대외경제장관회의 결과를 토대로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한다고 결정했다. 한국은 1995년 WTO 출범 당시 농산물 무역적자 악화, 농업기반 시설 낙후 및 낮은 국제 경쟁력, 농가소득 저하 및 농산물 가격의 높은 변동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 유지 등을 이유로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선택했으며 이를 WTO에 통보한 바 있다. 이른바 ‘자기선언 방식’이다. 이는 협상의 대상도, 검증의 대상도 아닌 선택권리로 제조업과 달리 농업분야만큼은 개도국 지위를 선택한 것이다. ‘자기선언 방식’은 WTO에서 처음 농산물 분야 개방을 논의할 때, 그나마 농업분야 희생을 최소화하려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만들어낸 고육지책이었다. 만원을 뺏더라고 집에 갈 차비를 남겨주자는, 농업수출국이 베푸는 시혜였다.

WTO 협정 이후 20여 년 동안 한국농업의 현실은 어떠한가. 한국은 매년 200억 달러의 농산물 무역적자국이다. 세계 5대 농산물 무역적자국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농업소득은 연평균 1,000만원이며 이는 20년 째 제자리걸음이다. 전체 농민의 70%는 연평균 500만원을 벌지 못한다. 농가소득 대비 농업소득 비율은 28%로 역대 최저치이다. 도시가구 대비 농가소득은 63% 수준이다.

해마다 농산물값 폭락 폭등은 반복되며 농업기반의 핵심인 농지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1만 4천ha가 사라졌다. 농지의 50% 이상은 부재지주 소유며 농민의 60%는 소작농이다. 농가경영주 평균 연령이 67세다. 향후 30년 안에 읍면동 지역 40%가 소멸한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농업농촌농민이 무너지고 있는데 농업선진국이라니. 한국의 농업분야는 개발도상국도 아닌 후진국이다.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간단하다. 미중 무역 전쟁에서도 보듯이 자국의 무역적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미국은 당연히 미국산 농산물 추가개방 압력을 가할 것이고 첫 번째 목표는 미국산 쇠고기, 쌀 및 곡물류 추가 개방일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직불금 등 농업보조금을 요구할 것이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은 백인 농촌지역 유권자다, 아베 정권이 미국의 강압에 200만 톤 옥수수를 수입했다. 우리에게도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준 것이 아니라 WTO 협정에 따른 것으로, 차기 라운드까지 현상유지(standing still)하면 된다. 지금 DDA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기에 차기 라운드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미국의 협박에 끌려 다니면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 이것이 상식을 가진 농민들의 인식이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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