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신미영의 마음산책] 에니어그램으로 본 성격 이야기 : 2유형 - 타인의 필요를 채워 사랑을 얻으려는 사람

사람을 좋아하는 인정 많은 2유형에게 친절, 관심, 사랑, 화목함은 삶의 수단이자 그 자체가 목적이기도 하다. 동글동글한 체형과 얼굴, 인정 많고 타인의 마음을 민감하게 살피고 어지간하면 귀여운 인상이기 쉬운 그들은 그야말로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다. ‘위로자, 천사, 도우미, 동네반장, 약방의 감초’ 등의 별명을 잘 얻어오는 그들은 그야말로 지구별에 사랑을 보여주러 온 메신저라고나 할까.

그런데 안타깝게도 사랑의 메신저인 그들에게 사랑은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타인의 욕구를 우선하고 타인의 필요를 채워줘야 사랑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이 내재한다.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박적인 내면의 소리는 좋은 사람이 되고 이타적인 사람이 되어야 세상이 자신을 사랑해 줄 거란 불안을 반영해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영화배우 고(故) 김주혁이 출연했던 영화 ‘홍반장’. 홍반장은 누구의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는 헌신과 배려의 아이콘이었다.
영화배우 고(故) 김주혁이 출연했던 영화 ‘홍반장’. 홍반장은 누구의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는 헌신과 배려의 아이콘이었다.ⓒ영화 스틸컷

어린 시절부터 연민 많고 사려 깊은 2유형의 아동기에는 유독 꼬마엄마, 꼬마아빠를 떠올리게 하는 속 깊은 배려의 일화가 많다. 아장아장 걸어 다닐 즈음에도 자기 몫의 과자를 쉽게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준다든가 부모가 일하는 주변을 지키며 서툰 손으로 거들려고 하거나 심부름을 하고, 심지어 7살 아이가 엄마가 식탁보를 보며 지나는 소리로 “저걸 빨아야 하는데” 하는 소릴 기억했다가 혼자 그걸 빨려고 시도한다든가.

학교에서는 여러 이유로 소외된 아이들을 친구로 받아들이거나 누군가 힘들어할 때 관심 갖고 도우려는 태도로 착한 아이로 꼽히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선생님들에게도 필요한 존재로서 역할을 하려다 보니 밀착된 비서 같은 존재로 도움을 주지만 정작 자기 것을 잘 챙기지 못해 실속 없다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성인이 되어 사회생활을 할 때 2유형의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공식, 비공식 총무로 추대되는 경우가 흔하다. 타고난 천성인 사람과 교류에 대한 관심은 오지랖 넓게 관심을 펼치는 조직의 혈관 역할을 자연스레 하기 때문이다. 경조사는 기본에 자잘한 축하 자리와 별별 이유로 사람들을 모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헌신한다. 그 자리는 특별한 목적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 그 자체를 즐기는 2유형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화목한 교감의 자리이다.

눌린 채 쌓인 욕구, 상처 등이 점차 스트레스로
‘내가 당신들에게 어떻게 했는데!’ 섭섭함이 되기도

하지만 자신의 욕구, 상처 등은 깊이 눌러놓는 것이 습성이 되다 보니 점차 스트레스가 쌓이고 나중에는 ‘내가 당신들에게 어떻게 했는데!’ 하는 마음에 섭섭함이 쌓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평소엔 수다쟁이인 그들이 정작 자기 느낌과 욕구를 표현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걸 말을 해야 아나’하면서 알아주길 바라다가 안 되면 그 포근하고 따뜻하던 사랑 탱크가 서운함 탱크로 변해 분위기 싸~하게 만드는 심술쟁이가 되기도 한다.

특히 건강하지 않은 수준에 있는 2유형들이 쉽게 희생양 콤플렉스를 작동시키면서 사람들을 조종하려 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며 거칠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이럴 때일수록 사람들은 조종이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 거리를 두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면 그럴수록 사람을 옆에 두는 것에 마음이 많은 그들은 사람에 대한 집착과 좌절로 인한 분노가 악순환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억울함의 독기를 뿜어내다 보니 주변은 더욱 자신을 피하게 되고.

타인의 긍정적 관심을 가져오고 싶은 2유형들은 손쉽게 이를 성취하는 방법으로 다른 사람에게 선물, 초대, 웃음, 칭찬이나 감사, 호감표시, 아첨 등을 택한다. 이는 자신이 받고 싶은 애정의 방식이기도 한데 이를 먼저 보여줌으로써 자신에게 되갚아줄 것을 은연중에 압박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들은 채무 같은 압박감이 느껴져 심지어 차라리 안 주고 안 받고 싶어지고 부담스러워 살살 멀리하는 일이 생긴다.

또한 사람들과 친밀하고 싶은 욕구는 자칫 타인의 경계를 넘어가게 되어 건강한 거리두기가 어려워진다. 적당한 경계와 한도의 설정이 관계에서는 매우 중요하지만 경계가 없어야 친해진다고 여기는 이들은 생활 속에서 번번이 사생활 침해나 신체적 접촉이라는 원시적 경계 침범으로 원성을 사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이들의 타고 난 친화력과 사람을 향한 에너지가 윤활유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공사구분이 약해지는 아킬레스건이 되기도 하는 건 주의를 요하는 문제일 수 있다.

심리 상담 분노 (자료사진)<br
심리 상담 분노 (자료사진)ⓒpixabay

구세주 콤플렉스로 인해 주변에 ‘구원이 필요한 사람’을 잘 모으는 재주가 있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자신이 도움이 필요할 때는 그 풍부한 인적 자원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잘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돌보는 존재로만 있지 돌봄 받아야 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신념을 선각들은 ‘교만’ 혹은 ‘자만’으로 지적하며 특히 깊은 성찰을 요구해왔다.

자신을 돌봐지는 존재로 인정할 때 개성인 사랑이 살아난다
행동 이전에 존재 자체로 이미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달아 행복하기를

사랑의 속성은 ‘주는 것’. 2유형들은 깊은 무의식 속에 그런 사랑의 메신저로서의 소명이 힘차게 꿈틀거리는 사람들임에도 어떤 이유인가로 길을 잃고 사랑을 받으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신이 접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좋아할 필요도 좋아할 수도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자기 스스로를 돌보는 일은 ‘너무 이기적인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올라올지 모른다. 하지만 항상 밖을 향해 달려 나가는 관심을 자기 안으로 돌려 초라한 상처를 돌봐주는 작업 그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그럴 때야말로 화롯가 같은 그들 특유의 따뜻함, 친절한 친구이자 사랑스러운 아이 같은 모습이 살아난다. 자신을 스스로 돌보고 돌봐지는 존재로 허락할 때 자신의 개성이자 본질인 사랑이 제대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또한 일상에서 자신이 받고 싶은 방식을 고집하지 않고 타인이 사랑을 주는 방식을 수용하는 것이나 적절한 영역을 설정해 내 문제와 타인의 문제를 헛갈리지 않는 것, 관계에서 건강한 거리를 두는 것, 쉽게 서운함이나 억울함에 자극받는 것을 알아차리고 객관화의 노력을 하는 것, 가급적 뒤에서 이야기하기보다 당사자와 이야기 하는 것,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 하는 것, 타인의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 도움을 청하는 자에게만 도움을 주는 것, 사람에 의존된 강박을 알아차리고 혼자 있어 보는 것,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것 같지 않은 감정을 억압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주는 것 등은 2번 유형을 성장으로 이끄는 다양한 길들이다.

이미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선한 마음의 우물을 발견하지 못한 채 선한 행동부터 만들려다 소진된 2유형들이 자신도 모르게 굳어진 마음작용의 패턴을 알아차리고 행동 이전에 마음가짐 아니 존재 자체로 이미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깨달아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신미영 열린학교상담아카데미 상담실장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