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특성화고 학생들이 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와 학교에서의 노동인권교육 확대 등을 촉구했다.
‘사단법인 특성화고등학생 권리 연합회’(이하, 특성화고권리연합)은 3일 광화문에서 ‘학생의 날 90돌 맞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6대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특성화고권리연합은 6대 요구안으로 ▲ 양질의 고졸 일자리 확대 ▲ 교내 실습실 안전 보장 ▲ 특성화고 차별 정책 개선 ▲ 졸업 후 사회 안전망 확보 ▲ 노동인권교육 전면 확대 ▲ 학생 정책 참여 보장 등을 제시했다.
특성화고 달라졌나...“잘 모르겠다” 39%
개선과제 “다양한 실습 기회”, “실습, 취업 연계” 등
특성화고권리연합은 이같은 요구안을 제시하게 된 이유로 먼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약 2주간 전국 특성화고 학생 1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특성화고 현장실습 현황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중복 체크가 가능하게 진행됐다.
첫 번째 질문은 2019년도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방안이 발표된 지 약 10개월이 지난 현재 학생들의 현장실습이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대답으로 “잘 모르겠다”고 답한 학생이 39.4%(78명)로 가장 많았다. 또 “실습업체가 줄어들었다. 실습에 나가는 학생들이 더 적어졌다”고 답한 학생(32.3%, 64명)이 “실습업체가 많아졌다. 실습에 나가는 학생들이 더 많아졌다”는 학생(20.7%, 41명)보다 많았다. “실습 업체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가 줄었다”와 “전공과 맞는 업무부서, 업체가 더 많아졌다”는 긍정적인 답변도 각각 14.6%(29명), 13.6%(27명)로 많았다.
두 번째 질문은 ‘현장실습 정책에서 무엇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내용이었다.
이에 “다양한 실습을 할 수 있도록 기회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학생이 49.5%(9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실습이 끝나고 취업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고 답한 학생도 48.5%(96명)로 많았다. 이어 “실습 수당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가 43.9%(87명), “전공에 맞는 현장실습 업체가 확대되어야 한다”가 42.4%(84명), “실습 중 받는 차별과 무시! 실습생 인권 존중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39.9%(79명)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전공에 맞는 업무 배치가 보장되어야 한다” 37.2%(74명), “실습 중 안전사고가 나지 않도록 사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32.8%(65명), “위험한 업무에 노출되지 않을 수 있는 대책, 정책이 필요하다” 22.7%(45명) 순으로 나타났다.
임정은 특성화고권리연합 운영위원은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학생들의 이런 요구가 정책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 부족한 안전 장비 문제 해결했나?”
“현장실습제도 폐지할 게 아니라, 보완해야”
“특성화고 학생, 졸업 후에도 지원 필요”
“특성화고 출신이란 이유로 차별해선 안 돼”
이날 기자회견엔 재학생화 졸업생들이 참여해 본인들이 느끼는 문제점과 요구사항을 직접 밝히기도 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에 3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 모 양은 “특성화고에 진학하게 되면서 지금까지는 알지 못했던 현실을 보고 듣게 된다”며 학교 실습실의 노후화, 부족한 안전장비, 미진한 안전교육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 양은 “학생이 학교에 장갑과 보호안경, 마스크 등의 안전 도구를 요구해도, 안전장비 없어도 괜찮다며 제공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며 “이런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공업고등학교 학생 실습실 안전보건 설문조사와 토론회’, ‘마스크를 지급하라, 환풍기를 설치하라 기자회견’ 등을 실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활동으로 교육부가 전국 실습실 실태조사를 실시해 안전 보호 장구 문제를 해결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안전에 관한 표준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며 “그런데 이런 일들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알 수가 없다. 교육부의 답변을 듣고 싶다”고 촉구했다.
인천지역 특성화고 3학년 이 모 군은 본인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취업률이 1년 사이에 18%가량 떨어진 점을 지적하며 “특성화고 학생들의 현장실습제도가 막히면서 취업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군은 “현재 우리 학교 3학년 선배들은 갑자기 폐지된 현장실습제도 때문에 간절히 바라던 취업을 못 하고 졸업하게 될까 봐 많이 걱정하고 있다”며 “올해 갑자기 폐지된 현장실습제도가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라면, 현장실습제도를 폐지할 게 아니라 이전보다 더 체계적이고 안전하게 그리고 학생들의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서울지역 특성화고 3학년이면서 특성화고권리연합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 모 양은 “지난해 특성화고권리연합가 전국 직업계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인권 교육 관련 설문조사에서 ‘제발 쉽고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답변과 ‘노동인권 권리에 대해 자세히 알려줬으면 좋겠다’ 답변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박 양은 “이런 답변이 나왔던 이유는 지금까지의 교육이 일방적인 정보 주입식이었기 때문”이라며 “학생 맞춤형 노동인권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으로 노동인권교육을 구성할 것’ 등을 요구했다.
특성화고 졸업생도 이 자리에 참여해, 졸업생들이 겪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서울지역 특성화고를 졸업한 김 모(20) 씨는 “갑자기 바뀐 정책으로 취업을 목표로 하던 학생들이 급히 대학진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발생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일부 친구들은 취업하더라도 최저임금을 겨우 넘는 곳이나, 비정규직으로 취업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또 “졸업하면 땡이라는 식으로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할 게 아니라,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취업과 이직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특성화고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신 모 양은 “전국 고등학생의 1/4이 특성화고 학생”이라며, 많은 학생이 산재사고뿐만 아니라 각종 차별 발언에도 고통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양은 “경력도 없고 어린애가 무슨 일을 한다고 그래?, 뭐 제대로 할 줄 아는 거라도 있어? 등의 발언은 명확한 차별 발언”이라며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면 성별, 나이, 국적, 사회적신분 등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있음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 양은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도록 학교에선 인권 교육을 시행하고, 회사에서도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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