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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시 확대, 촘촘하게 줄 세우자는 논리에 아이들이 아프다”
1일 오후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이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는 모습. 2019.11.01
1일 오후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이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층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 하는 모습. 2019.11.01ⓒ민중의소리

"근데 아빠, 덧셈 뺄셈 못 하면 대학 못 가?"

초등학교 2학년 딸 아이가 발랄하게 세자릿수 덧셈, 뺄셈 숙제를 하다가 물었다.

"천진난만한 초등학교 2학년한테 누가 '대학을 안 가면 손해를 본다'라는 심리적 각인을 시켜줬을까? 가슴이 아팠다. 어떤 부모들은 '대학 못 가' 이렇게 답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러면 아이들이 표현하지 않았더라도 내적 위축이 있을 거다."

1일 구본창(4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을 서울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8년 6월 출범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시 고통 없는 세상을 목표로 하는 교육시민단체다. 구본창 정책국장은 과거 국어와 논술 학원 강사, 입시 컨설팅 강사로 10년 넘게 일했다.

"내 새끼도 그렇게는 (교육) 못 시키겠더라고요"

그는 2010년 아이를 낳았고, 그 이후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삶에도 학원강사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한다. 새벽에 퇴근하는 생활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그는 고민 끝에 2013년에 일을 그만뒀다.

밤 10시 학원 끝나면, 새벽 1시까지 독서실서 꾸벅꾸벅
학습 노동으로 '번아웃' 되는 아이들

구 정책국장에게 학생들을 보며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을 물었다. 그는 자신이 중학교 2학년 학생을 입시 컨설팅했을 때의 이야기를 꺼냈다.

그 학생은 한 학년이 300명인 학교에서 20등 정도 하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구 정책국장은 당시 그 학생에게 '다음 학기에 성적을 올리고, 특목고에 진학하면 대학으로 가는 기회가 열리지 않겠냐'고 설득했다고 한다.

그러자 학생은 '선생님이 ○○대 정원 8~9천 명 정도 되는데, 쉽게 얘기해서 전국에서 8~9천등 정도 해야 갈 수 있는 곳라고 맨날 이야기 하시지 않냐. 가능성도 없는 이야기를 왜 나한테 강요하느냐, 학원에 오는 것도 엄마 등쌀에 못 이겨서 오는 거고 그것 자체로 스트레스 받는다. 선생님도 나한테 성적 올려라 이런 이야기 좀 하지 마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이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리자, 그의 눈은 금세 붉어졌다. 그 때 아이가 울먹거리며 말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 정도로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아이면, 똑똑한 아이고 영특한 아이다. 이런 아이를 상대적 서열로 줄세워서, 교육이 죽이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학습노동에 시달리다 조기에 번아웃되거나, 밤늦게 학원 수업을 듣다 꾸벅 꾸벅 졸던 아이들의 지치고 졸음 가득한 눈망울을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서울 OO동 같은 곳에서 과학고, 영재고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학원에서 고교 선행 학습을 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5학년이 되면 예비 중등반이 돼 11시는 보통이고, 새벽 1시까지 독서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학원들이 중간에 샌드위치처럼 독서실을 세우고, 학원이 영업을 할 수 있는 오후 10시가 끝나면 아이들을 독서실로 가게 해 교습을 이어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성이니, 변별력이니 하면서 더 촘촘하게 줄세우자고 하는 논리를 펼치는데 그 사이에서 아이들이 아프고 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대학 운운하면서 '영재고 가야지' 하면서, 행복을 저당 잡아놓고 경쟁을 시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

'고교서열화 해소', 질 높은 교육으로 가는 길
'정시 확대'는 그 길의 걸림돌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무더위속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2019.08.06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00일 앞둔 6일 오전 서울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무더위속에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2019.08.06ⓒ김철수 기자

구 정책국장은 과거엔 입시 경쟁이 대학에만 부하가 걸려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목고·자사고가 생기면서 중학생과 초등학생까지 고입경쟁에 뛰어들어 조기에 번아웃 되고, 상처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교서열화 해소'가 질 높은 교육으로 가는 최소 환경을 만드는 길이라면서, 이런 길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게 '정시 확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초등학생까지 내려와 있는 고입 경쟁을 사라지게 해 입시경쟁을 조금이라도 유보하는 것이 교육 생태계적 차원에서 필요한 결정"이라며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 혁신 정책인 고교학점제 등을 통해 상향 평준화의 길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시 확대'와 2025년 전면 도입될 '고교학점제'가 상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교학점제나 혁신교육은 수업방식이 토론과 실습 중심으로 바뀌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같은 경우에는 학생들의 진로에 맞게 고교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 과목 중심으로 (교과목을) 짜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수능 중심으로 편법 운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5년 자사고, 외고, 국제고가 일반고로 일괄 전환된다. 구 정책국장은 고교가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에 대해 "하향 평준화, 상향 평준화냐 이 프레임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육의 질적 평가를 봤을 때 다 입시에만 매몰돼 있는 교육평가를 하는 것"이라며 "지금 대부분 특목고, 자사고도 입시에서 자유롭지 못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학교들이 교육을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이냐? (정부가) 한 번도 교육적인 질적 평가를 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 한국 정부에 쓴소리
"한국 공교육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으로 보인다"

그는 국제사회가 '한국 교육의 질이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 UN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언급했다. 그는 이 지적들이 뼈아프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8일~ 19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ommittee on the Rights of the Child)가 개최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제5·6차 심의를 진행했다. 한국은 1991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한 이후 1996년 제1차, 2003년 제2차, 2011년 제3·4차 심의를 받았다.

이번 심의에서 한국의 '경쟁적 교육 제도의 문제'는 유엔 아동권리위원회 위원들의 주요 관심 대상 중 하나였다.

알도세리 위원은 "한국의 공교육 제도의 최종 목표는 오직 명문대 입학인 것으로 보인다. 아동의 잠재력을 십분 실현할 수 있도록 하고 발달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만이 목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가 만난 한국의 아동들은 자신들이 하는 일은 공부밖에 없다고, 학교가 끝나면 자정까지 학원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며 "이런 와중에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는가?"라고 의구심을 표했다.

윈터 위원 역시 심의를 마치며 "한국 정부는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그 교육의 목표란 과연 무엇인가? 아동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인가, 아니면 아동이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할 수 있는 미래를 잘 다루어 나갈 수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인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구 정책국장은 "취업 문제 때문에 좋은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 거잖나. 그 때문에 학교도, 학생도, 학부모도 좋은 대학에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고등학교라고 생각하지 않냐"라며 "사실 대한민국 교육은 돈 버는 교육에만 빠져 있는 것이다. 명문대 입학이 교육의 본래의 목적이냐. 정부가 이 부분은 뼈아프게 생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시 확대, 교육의 불공정성 해결?
"계층·고교유형 간 불평등 해결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19.10.25.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19.10.25.ⓒ뉴시스

이같은 경쟁 교육의 문제는 대학 입시 즉 대학 서열화 문제에서부터 출발한다. 구 정책국장은 "대학서열화 어떻게 완화하고 해소할까에 방점을 찍고 정부가 정책을 가져가야 하는데,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는 그냥 놔두고 대증(對症)적인 처방만 하고 있다"면서 "암 걸렸는데, 항암치료는 안 하고 진통제만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빗대어 비판했다.

구 정책국장은 "정시확대를 하는 목적이 국민들이 교육이 불공정하다고 가슴 아파하는 것을 보고 차별과 격차를 공정하게 개혁하겠다고 하는 취지라면, 사실은 계층 간, 지역 간, 고교 유형 간 불평등이 해소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는 대학입시를 어떻게 주무르던지 해결이 안 될걸로 보인다. 차라리 제대로 된 지역 균형과 기회 균형 전형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사교육을 통해 소위 말하는 특권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가서도 대입을 준비할 때도 유리하다. 수능이라는 단일전형을 준비할 때 사교육 자본을 투여하니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는 준비하는 게 훨씬 용이하다"며 "또다시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왜 수능 확대의 여론이 높은 것일까? 그는 "일반 국민들한테 '대학입시에서 수능 전형과 타 전형 중에 뭘로 할래'라고 물어보면 다른 것은 차치하고 전형 요소가 단순하냐를 본다"라며 "전형 요소가 단순하다는 것은 준비 부담이 적은 것으로 연결된다. 준비부담으로 봐도 수능이 제일 간편한 거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면 학생부 종합전형(이하, 학종) 경우 상위권 대학은 내신보고 비교과보고 서류보고 면접 보고, 면접 중에는 구술고사, 심층면접까지 보니까 엄청 부담스러운 것이다. 교과 같은 경우에도 내신, 정량 평가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에 자기소개서 보는 곳도, 면접 보는 곳도 있고, 수능 최저 보는 곳도 있다. '학종하고 논술 전형 다 안 되면 정시가자', 그러니까 다 준비하는 상황으로 되는 거다."

그는 그래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13년부터 전형 요소를 단순화해야 한다고 주장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의 주요 대학에서 학종보다 정시 비율이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구 정책국장은 "수능으로만 뽑게 되면 자기 점수에 맞는 대학과 학과가 거의 정해져 있다시피 돼 있다. 점수에 맞춰서 대학에 가다 보면 전공에 대한 몰입도라든지 전공에 대한 이해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며 "점수 위주로 선발해서는 전공 적합성에 맞는 아이들을 선발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대학들이 상당한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학종과 관련해 "독소조항인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자기 소개서 부분은 과감하게 폐지로 가야한다"며 "부모찬 스라든지 외부환경 개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공사정관제를 도입해서, 모니터링 기구를 대학에 파견하고 이의신청 창구를 열어 신뢰를 위한 쌍방 소통이 가능한 상황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 정책국장은 정시 확대로 인한 공교육 붕괴도 우려했다. 그는 "수능 비중이 높아지면 학교 다닐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학생들한테 '고등학교 졸업한 직후에 대학 가지 말고 시험 준비하라'고 얘기하지 않나. 그것처럼 '고등학교 검정고시 치르고 학원으로 바로 가' 이렇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개혁, 눈치 보지 말고 국민 설득해야"

그는 "그동안 학종에서 사교육과 관련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내신이었다. 수능에 대한 부하는 더 커지는데, 입시 전형요소를 준비하기 위한 사교육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시 비중이 확대되면 당연히 사교육 폭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 2~3월에 통계청에서 실시하는 사교육비 조사 결과가 나오게 돼 있다"며 "현 정부 들어서 사교육비가 1만~2만원 씩 올라가고 있었는데, 내년에 발표할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는 더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추측했다.

구 정책국장은 "국가교육회의가 사실 국가교육위원회의 전신이다. 교육의 백년지대계를 일정한 흐름 속에서 논의하겠다며 기구가 창설됐는데 제대로 된 기능을 못하고 있다"며 "이번 국면에서 교육부는 빠져 있고 당·청이 결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결정하면 당이 따르고 교육부에 오더를 주는 방식으로 교육 정책이 귀결되고 있어서 전문성 있는 주체인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정책 결정에 힘을 못 미치고 있다. 당·청이 정치적 맥락에 의해 힘을 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정시 확대와 관련해 "정부가 교육과 관련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그것에 따라 정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정부의 철학과 방향이 정확히 정해져 있다면 여론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교육계와 시민사회가 정치권을 흔드는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적이 아니다. 그분들은 우리와 공존해야 할 이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웃들에게 우리 의견을 설득하고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며 흐름을 바꿔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저희뿐만 아니라 많은 시민, 교육 단체들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한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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