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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노동자대회 앞두고 故 김용균씨 어머니 “함께 싸우자”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 중구 한 카페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05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 중구 한 카페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05ⓒ김철수 기자

"저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할 거예요. 자기 현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그걸 바꾸려면 투쟁하는 수 밖에 없죠. 노동자들 상당수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니까, 다 나와서 함께 투쟁했으면 해요. '바뀔 수 있을까?'를 생각하지 말고 나와야 해요. 나와서 투쟁하다보면 반은 해결돼요. 그래야 현실이 바뀌죠.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은 나와서 다같이 뭉칩시다. 그래야 우리 현실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9일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19 전국노동자대회'를 앞둔 노동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하자,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이날 함께 여의도에 모여 암울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자"고 말했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9·10호기에서 홀로 석탄운송설비 점검 작업을 하던 스물 네살의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협착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아들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동료 노동자들이 같은 죽음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고 이후 줄곧 싸움을 계속해왔다.

그 결과 2018년 말 28년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전면 개정 됐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고(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이하, 특조위)가 신설돼, 지난 8월 사고의 진실과 현장 개선을 위한 권고안 22개가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달 26일엔 비정규직 철폐, 산업재해 방지, 차별없는 일터 건설을 목표로 하는 김용균재단도 출범했다. 김미숙 씨는 김용균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게 됐다.

5일 서울 중구 명동 인근 한 카페에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을 만나 지난 11개월 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김 이사장은 "최근 구미에서 서울로 이사를 했다"면서 "사측과 합의한 것, 특조위 권고 사항이 잘 이행되나 보려고 옮겼다. 아무래도 서울에서 지켜보는 게 좀 더 잘 보이지 않겠나 싶었다"고 근황을 전했다.

최근 그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는 현장을 찾아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 전에도 해고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전원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는 오체투지에 함께 했다.

그는 "톨게이트 노동자 분들의 아이들이 우리 용균이 또래더라. 그래서 이야기하다보니 공감대 형성이 많이 됐다"면서 "함께 투쟁하러 갈 때는 힘이 되고 싶어서 간건데, 와서 이야기하다 보면 제가 위로를 많이 받는다. 공공기관에서 해고 노동자가 그렇게 많이 나오다니, 하루 빨리 법원 판결대로 해결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고 김용균 특조위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 김용균 특조위는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난해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김용균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민중의소리

김용균의 죽음 뒤에도 달라지지 않는 현장
"국회, 엉망.. 보여주기식 행동 그만하라"

김 이사장이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지만 지난 8월 특조위 발표 이후 두달 넘게 화력발전소 현장에서 아무것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그는 "말로는 논의중이라고 하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라며, "'우리 목소리가 잦아들길 바라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정말 큰 일이다. 그것만큼은 막고 싶어서 이사하고 이렇게 지켜봐 왔다.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대충 유야무야 흘러가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뭐라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용균씨의 죽음을 계기로 산안법이 전면 개정됐지만, 올해 내내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산안법 개정하면서 진짜 중요한 것들은 고치지 않았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게 하려고 법을 고친건데, 그런 내용은 다 빼 버렸다. 또 하위법령들을 고쳐서 죽음을 멈출 수 없게 해 놨다. 빨리 산안법 재개정을 해라. 죽음을 막을 수 있을 때까지."

"법이 제대로 안 고쳐지는 건 아무래도 기업들의 압력 때문인 것 같다. 정치인들이 그냥 그런 법을 만들지는 않더라. 기업들과 손 잡은 사람들이 뭔가를 얻을 수 있으니 그렇게 버티는 것 같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발의만 해놓고 처리가 안된다. 보여주기 식이다"

"정치권이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는 이상 이럴 수가 없다. 왜 국민들의 죽음을 나몰라라 하냐. 왜 손을 놓고 있냐. 사람들을 살려야 할 거 아니냐. 국회가 정말 엉망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국민이 피해보는 악법은 하나도 안 고쳐주면서, 우리가 자신들에게 주는 월급은 꼬박꼬박 챙긴다. 정말 억울하고 부당한 일 아니냐"

그래서 김 이사장은 '국민소환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빨리 도입됐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일 안하고 악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은 더 이상 일 못하게 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같은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다양한 정당들에게 국회 의석이 좀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들이 좀 더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가만히 두어선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어 지난 2월 문 대통령과의 면담 당시를 떠올리며, 서운하고 안타까운 마음도 토로했다.

"만났을 때 대통령께서 진심으로 위로해 주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권고안 이행되는 것 상태를 보면 제 생각이 맞았나 싶다. 사고 난 지 11개월이 다 됐는데 된 거라곤 진상규명 하나 뿐이다. 대통령께서 실질적으로 유가족을 위해 일 해주신게 되려면, 합의들이 이행되도록 해야 한다"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용균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하고 있다. 2019.09.03
3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용균 시민대책위 주최로 열린 ‘발전소 위험의 외주화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하고 있다. 2019.09.03ⓒ김철수 기자

"김용균재단은 '추모'뿐 아니라 '투쟁'을 위한 조직"
"1주기 가까워 오지만, 아들 떠났다는게 실감 안나 "

지난달 26일 김용균재단이 출범했다. 이 재단에서는 용균 씨 추모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 활동들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지난 4월부터 김용균시민대책위에서 재단 설립 논의를 시작했다며 "기존의 추모하고 지원해 주는 사업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 많은 사람들을 묶어 큰 힘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재단 설립 초기라 후원회원 모으고, 재단법인 등록 준비에도 바쁘다. 용균이 1주기 추모 사업 준비도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산재사고 유가족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해주고 싶다. 당장 그분들이 억울해도 손 내밀데가 없다. 저도 그랬다. 그나마 '김용균재단'이라고 하면 같은 일 겪은 사람들이니 마음을 좀 더 열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용균이를 잃은 후 저를 견디게 해준 건 '사람의 힘'이었다. 손 붙잡고 같이 아파해 주고 어디든 와서 연대해주고 이런 것들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서 '내가 자식 죽었다고 아파하고만 있는 게 잘하는 일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면서 "나는 아픔을 겪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이 아픔을 겪지 않게 막아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곧 용균 씨 1주기가 다가온다. 김용균재단에서는 1주기 추모 사업을 준비 중이다.

김 이사장은 "용균이 기일에 맞춰 추모비를 서부발전 정문 인근에 세우려고 준비중이다. 또 마석 모란공원에서 추모 행사도 하려 한다. 12월 2일부터 10일까지를 추모 주간으로 정했는데, 7일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서울에서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정규직화' 관련 투쟁을 할 생각이다"라고 설명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 중구 한 카페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05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5일 서울 중구 한 카페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1.05ⓒ김철수 기자

1주기를 맞아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김 이사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우리 용균이가 착한 아들이었다. 엄마, 아빠 속 한 번도 썩인 적 없었다. 제 할 일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어떻게 부모한테 잘 할까를 생각하는 아이였다. 다른 사람들은 자식 키우면, '너 닮은 자식 낳아서 속 썩어봐라' 그런다는데, 저는 용균이한테 '너도 너같이 예쁜 자식 낳아서 키워라. 참 좋다. 꼭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라'고 했다. 그런 아이였는데, 죽음을 못 막아서 너무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 뿐이다"

"1년이 가까워 오는데도, 아직도 용균이가 떠났다는 게 실감이 안난다. 금방 어디서 나타날 것 같다. 집에 있을 때 왠지 용균이가 여기 내 옆에 와 있을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럴 때 혼자 용균이와 이야기를 한다. 대화는 안되지만 들으라고 이야기 한다. 우리 아이 마음을 달래주고 싶다"

"우리 애는 저를 많이 닮았는데, 잘못된 것과 틀린 것을 잘 두고 보지 않는 성격이다. 생각해보면 생전에 대통령에게 만나달라는 손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찍은 것도, 원청에다 열악한 현장을 개선해달라고 28번이나 이야기했는데 아무것도 안 바뀌어서 일 것이다. 그러니 제가 계속 싸워가야 한다"

이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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