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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5배 방위비 분담금 터무니없다

미국이 제시하고 있는 방위비 분담금 총액이 약 50억 달러에 가깝다고 한다. 50억 달라면 6조 원에 달하는 돈이다. 올해 지급한 방위비 분담금보다 자그마치 5배가 넘는 인상액이다.
 
금액도 터무니없고, 근거도 어처구니없다. 민중의소리 단독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작성한 해외 주둔 미군 관련 예산서에서 주한미군의 작전·유지비용이 갑자기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3월 발행한 예산서에 주한미군 작전·유지비용은 약 11억 3천만 달러(약 1조 3천억 원)였는데, 올해 3월 발행한 예산서에는 같은 항목이 약 22억 달러(약 2조 5천억 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훈련은 대폭 축소됐는데 작전·유지비용은 두 배가 늘었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아가 이미 지난 연도의 작전·유지비용을 올해 발행한 예산서에서는 모두 2배 늘어난 액수로 바꾸어 기재했다고 한다. 올해 예산서만 봐서는 지난 몇 년 간 작전·유지비용이 별 차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 예산서와 과거 예산서를 비교하면 2018년 예산도, 2019년 예산도 2배 차이 나게 기록되어 있는 형국이다.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하여 주한미군의 비용을 부풀렸다는 의혹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금액에는 주한미군의 유지비용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나 해외주둔 미군의 순환배치에 소요되는 비용까지 청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요구대로 된다면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의 협상을 통해 그 협정의 규정을 스스로 어기는 결과가 돼 버린다.
 
5배 인상이라는 말은 이번에 확인됐을 뿐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부담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리고 지금 미국은 그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5배 분담금도 기가 찰 노릇인데 방한 중인 미국 측 인사들은 엉뚱하게 한일 간 문제인 지소미아를 현안으로 언급하고 있다. 협상이 틀어질 경우 주한미군을 감축할지 모른다는 압박도 공공연하다. 이쯤 되면 동맹 간의 무례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인 위협이다. 돈도 돈이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 모욕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대응한다는 기조이기는 하다. 그런데 근거와 논리만 가지고 국익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상대방은 근거도 부풀리고 외교협정의 기존 틀도 무시하는 태도인데 말이 잘 통할 리 없다.
 
미군의 한국 주둔이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그들이 몰라서 이러고 있는 것이 아니다. 땅 내줘, 기지 지어줘, 각종 세금 혜택까지 직접적인 분담금 이외에 제공하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 굳이 다시 설명을 듣는다고 미국의 태도가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미국이 안하무인 태도인 것은 우리가 주한미군 축소, 나아가 철수를 공론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당하고 있는 협박은 수십 년 미국에 의존해온 외교의 당연한 귀결이다. 상대방이 용병장사를 하겠다고 하면, 비싸서 안 쓴다고 말하면 그만이고, 그게 동맹도 경제적 잣대로 판단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해도 빠를 일이다. 국가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재검토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방과의 외교에서 이런 취급을 받는 것보다 국민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고, 그것이 국익이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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