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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동차도 고장나는데 원전만 안전하다는 미신

이론물리학자인 서울대 물리학과 장회익 명예교수는, 오래전부터 원전의 위험을 막는 방법이 이론적으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해왔다. 2012년의 그의 강연 중에는,

“원전이라는 것은 생명과 핵연쇄반응이라고 하는 이 극단적 상극의 세계를 완벽히 차단하면서도 그 사이에 연결통로를 내어 에너지를 빼내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현실화해야 하는 장치다. 그리고 모든 장치는 핵 앞에는 붕괴되게 되는 것이므로 완벽한 차단 자체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일단 이에 접촉된 물질 또한 핵 위험을 지니는 존재로 변모하는 성격을 가진다. 그러니까 완벽한 안전이란 원론적으로 불가능한 장치를 현실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하는 모순적인 시도다. 이 상황에서 완벽한 안전에 접근한다는 것은 무한대의 비용과 노력을 요하는 것이고, 따라서 현실적 장치와 관리는 어느 선에선가 이 위험에 대한 절충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니까 이 ‘절충’은 아직 완성된 이론적 실체가 아니다. 현장에서의 누군가의 양보나 흥정을 통해 완성되는 미완의 기술이다. 이런 기술은 과학의 영역에서 물리학자도 인정할 수 있는 안전의 이론이 확립된 후에 에너지산업이라는 세상의 영역으로 진출해야 하건만 그 이전에 나와 버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오히려 핵무기 기술은 유엔 상임이사회라는 인간의 이성적 통제아래 있건만, 핵에너지는 그렇지 못하다. 테러에도 허약하지만 자연재해에도 속수무책이다. 확률이라는 가냘픈 자연의 자비로움에만 의지하는 형국인 것이다. 인류는 아직 어리석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5년이 지난 2016년 2월 10일 보호복을 입은 기자들이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도쿄전력 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시설을 살펴보는 모습.2016.03.08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후 5년이 지난 2016년 2월 10일 보호복을 입은 기자들이 후쿠시마현 오쿠마에 있는 도쿄전력 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 저장시설을 살펴보는 모습.2016.03.08ⓒ뉴시스

장 교수는 더욱 갈파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원전의 관리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인간에게는 지적 한계와 함께 심적 한계도 있다. 인간은 무제한의 시간동안 무제한의 경계를 지속시킬 심적 능력이 없다. 그런데 원전의 사용은 바로 이것을 요구한다. 잘 알다시피 이것은 원자로의 폐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사능 효력이 끝날 때까지 수 천 혹은 수 만 년 간 관리를 지속해야 한다. 이것은 인간의 능력으로 불가능한 일이며, 따라서 반드시 사고가 나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백 년간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하자. 그러면 반드시 경계가 느슨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그 다음 백 년 사이에는 사고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설혹 용케도 앞으로 백 년이 아니라, 만 년 간 사고를 일으키지 않고 관리를 했다고 할 경우에도 만 년 동안 우리의 후손들이 이 긴장상태를 유지하며 불침번을 서야 했던 수난의 대가를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그 사람들에게는 아마도 천형과도 같은 일일 것이다. 백만 년 전, 우리 선조 어느 한 세대가 자신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위해 수 백, 수 천 세대로 이어지는 우리들에게 이런 무서운 흉물을 물려주었다고 한다면, 그 원망이 어떠할까?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할 생태계의 손상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그러면서 그는 핵에너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경고한다. “핵에너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 현재로서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람들이 있다. 당신은 지금 에너지를 쓰고 있지 않느냐고 그들은 말한다. 그러나 다시 묻고 싶다. 그들이 과연 가능한 대안을 제대로 다 살펴보았느냐는 물음이다. 그런데 살펴보면 이미 믿을만한 대안이 나와 있다. 한 가지만 소개하면, 유엔 산하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과학자 집단인 IPCC (Internation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2011년 5월, ‘태양에너지를 위주로 하는 재생 가능 에너지만으로 전 세계의 동력 수요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우리가 지금 세계 GDP의 1%에 해당하는 비용만 재생 가능 에너지 기술개발에 지불한다면 앞으로 40년 이내에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날로 악화되는 기후위기를 이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뒤따라야 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 여기에 있다. 이러한 가능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려 하지 않고 그 무서운 핵에너지에 목을 매려는 것이 바로 오늘 우리들의 상황이다.”

원전도 결국은 기계,
자동차도 고장 나는데 원전은 안전할까
전쟁보다 치명적인 원전사고의 결과

지구촌의 크고 작은 원전사고들을 분석한 어느 학자의 연구결과는 세 가지 특징을 지적한다. 첫째, 상상 가능한 사고는 반드시 발생한다는 것. 둘째, 사고 시에는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발생해서,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

이 셋은 최근 일어난 위험천만했던 한빛1호기 사고에 그대로 들어맞는다. 체르노빌도 그렇다. 최근 장안의 화제를 몰고 있는 ‘미드 체르노빌’의 첫 장면에 현장실무자들의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우리는 제대로 한 거야, 뭔가 이상한 일이 터진 거야.’ 그들은 상급자의 잘못된 판단을 직감하였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제대로 수행했다고 자위하는 독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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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O 체르노빌

원전은 자동차보다 훨씬 복잡한 기계다. 자동차가 고장이 나고 사고가 나듯 원전도 고장이 나고 사고가 난다. 원전이란 기계가 만들어진 시대는 자동차로 말하면 포니의 시대다. 그때 만들어진 기계가 얼마나 온전하겠는가? 수리해서 쓰는 것은 더욱 어렵다. 어느 한 군데를 고치고 새 부품으로 교체하더라도 다른 낡은 부분과의 언밸런스 문제가 더욱 커진다. 실제로도 수리와 교체공사 후의 사고율이 그 이전보다 훨씬 높다.

원전사고는 전쟁보다 위험하다. 농사도 지을 수 없고 생존이 위협받는다. 다른 종류의 위험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핵발전소는 본래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 은폐성이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바깥세상에서 위험을 감지하기가 무척 어렵다. 현장관계자가 건의하여도 묵살이나 은폐당하기 일쑤다. 후쿠시마사고에 독일인들이 놀란 이유도 다른 나라에 비해 고도의 안전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조차 속수무책으로 사고가 나버렸다는 것.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내부로부터의 고발, 즉 공익제보다. 만약 바깥에서 그 사연을 제때 알 수 있다면 바로 잡기가 어렵지 않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은 했지만 안전대책은 나아진 게 없다. 선진국처럼 교차감시를 해야 하는데 그 체제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독일은 정부와 담당기관이 ‘4개의 눈’ 개념으로 교차감시를 하고 있고, 프랑스는 의회도 안전감시를 직접 챙기고 있으며,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자체에 의회가 교차감시를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우리는 행정부가 감시까지 도맡아하는 ‘끼리끼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간에서 먼저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약간의 용기만으로 쉽게 위험의 진실을 알릴 수 있도록 한다. 제보를 받으면 그 위험의 유형을 세밀하게 진단하고 처방하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 운영자쪽에서도 보다 제대로 된 관리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다. 견제와 보완의 효과로 안전의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공공의 가치를 다루는 일에는, 정부 혼자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민간이 더 잘하는 일이 있으며, 민과 관이 협력해야 할 일이 있는가 하면 드물기는 하지만 민과 관이 상호 견제하면서 감시해야 할 일이 있다. 원전이 바로 마지막 그것이다. 정부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쌍으로 위험을 알리는 민간기구가 있어야 구조적으로 안전이 업그레이드된다.

이번에 설립되는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는 바로 견제와 보완의 민간기구다. 만약 원전이 있는 40개국에서 이런 기능들을 발휘하는 기술적 실체들이 있게 되고, 그들이 기존 단체들과 연대할 수 있다면 지구촌의 위험을 예방하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설립과 연대의 초석이 되는 사업이 ‘원전안전기술문제 아카데미’ 강좌다. 국내외의 현장전문가를 모시고 지난 10월하순부터 진행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다음주 11월 12일(화) 13일(수) 이틀에 걸쳐 일본의 원전현장의 전문가 고토마사시씨가 후쿠시마를 포함하여 일본원전위험의 실태와 기술적 문제를 실감나게 강의할 예정이다. 그는 후쿠시마 이전부터 원전위험을 경고해온 양심적 현장전문가다. 그의 강좌는 우리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지식이기도 하다. 공개강좌를 병행하고 있어서 누구나 들을 수 있다.

강의자료는 센터 홈페이지에 있다.

강의자료1 바로가기
강의자료2 바로가기
강의자료3 바로가기
강의자료4 바로가기

자료는 일문으로 되어 있지만 주로 한자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이 충실하여 상당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재일교포 통역가가 작성하고 있는 번역본은 강의전날 게재가 될 예정이다.

원전문제에 관심 있는 강호제현께서는 시간을 내어 공부해두길 권유한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 원전위험공익제보센터 준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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