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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도구로 유착한 남성연대 깨지 않으면 검찰개혁 불가능”

검찰이 여성 폭력 범죄를 사소한 문제로 치부해 여성 인권을 외면하는 한 검찰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스폰서 문화 등 검찰의 부정부패는 여성을 유흥의 도구로 이용해 유착 관계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굳건한 남성연대를 깨뜨리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최로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서 ‘젠더 관점에서 본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오랜 기간 피해 여성들을 지원해온 여성단체 대표들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 폭력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태도를 규탄하고, 검찰개혁에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여성 폭력 범죄 무관심한 검찰
고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이 대표적

검찰은 성범죄를 강력범죄가 아닌 개인들의 ‘성’(性)의 문제로 대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는 “검찰이 여성 폭력 범죄를 범죄가 아닌 ‘피해자 개인의 불행한 사건’이나 ‘피해자가 부끄러워서 감춰야 하는 사건’으로 취급해왔다”라고 말했다.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이 성폭력 사건에서 기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다는 지적이다. 정 대표는 “대검 범죄분석에 따르면 2017년 검찰은 성폭력 고소 사건의 46%만 기소했다. 피해자 절반 이상이 법정 문턱도 가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검찰은 엄격한 법 적용을 핑계로 여전히 피해자를 의심하고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증토록 한다. 피해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가해자를 수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사이버 성범죄, 가정폭력, 성매매, 데이트 폭력, 스토킹 범죄 등도 마찬가지였다. 정 대표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불법촬영물 사이트 운영자와 유포자를 고발한 186건 중 불기소는 85건으로 45.7%였다”라며 “검찰은 가정폭력 사건을 사적인 문제로 규정하고 가해자를 재판에 넘기기보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로 면죄부를 준다”라고 말했다.

고 장자연 씨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은 여성 폭력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수사편의주의 폐해를 극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정 대표는 “두 사건의 본질은 성폭력 범죄다. 여성을 도구화해 거래하고 인권을 침해한 극악한 범죄”라면서 “그러나 검찰이 의도적으로 부실 수사하고 증거를 빠뜨려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는데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여성 도구로 부정부패 일삼는 검찰
“검찰개혁의 핵심은 남성연대 깨뜨리기”

이는 단순히 여성들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았다. 정 대표는 “검찰의 부정부패와 유착 비리의 전형은 검찰의 스폰서 문화”라며 “성 접대는 업무상 관행으로 여겨졌고, 술과 여자는 접대의 기본 구성이다. 검찰이 이해 관계자와 결탁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유흥·접대의 도구로 취급됐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최로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서 ‘젠더 관점에서 본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1일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주최로 서울 중구 사회복지공동모금회관에서 ‘젠더 관점에서 본 검찰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한국여성단체연합

검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지난해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의 전수 조사 결과 여성 검사의 70%가 성희롱·성범죄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결과를 언급하며 “성범죄를 수사하고 처벌해야 할 검찰 조직 내부에서 10명 중 7명이 피해를 경험할 정도로 성범죄가 일상화됐다. 문제 있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검찰 조직 전체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정의롭지 않은 검찰 조직이 지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문 대표는 “검찰 조직의 강력한 상명하복 문화를 통해 막강한 검찰 권력을 남성들이 독점하고 사유화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연대는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여성의 몸을 도구화해 서로에게 제공·공유하면서 유대를 강화했다”라며 “함께 성매매, 성폭력 범죄를 범하고 서로의 부정과 부패, 비리 등 범죄를 묵인하고 비호·은폐해주면서 서로의 권력이 쌓일 수 있도록 도와줬다”라고 질타했다. 이어 “강고한 남성연대에서 이러한 부정의는 전혀 문제나 위험으로 진단되지 않고 유지·강화됐다”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남성연대를 해체하는 것이라고 김문 대표는 강조했다. 그는 “부정부패, 권력 유착의 해소, 정치적 중립 등 성 중립적으로 보이는 말들로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퉁 치려고 하는 시도에 반대한다”라며 “검찰 조직의 문제는 검찰의 막강한 권력을 남성들이 독점·사유화했기 떄문에 발생한 것이고, 이를 해체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설치된다고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문 대표는 “(여성 폭력 사건에 있어서) 특검, 과거사위 모두 본질을 비껴간 결론으로 끝을 맺은 건 매한가지다”라며 “어떤 기구의 설치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법조계 자체가 어마어마한 남성독점 카르텔이다. 공수처도 소위 법조계 중심으로 꾸려진다면 기대할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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