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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승수 “불평등한 대한민국의 진로를 바꾸는 첫발은 선거제도 개혁”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정의철 기자

지난 13일 국회 앞에선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와 관련한 특혜 폐지를 촉구하는 녹색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녹색당은 “1인당 매년 1,811만 원, 4년간 연간 총 54억 원에 달하는 부당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 즉각 과세하라”고 촉구했다.

녹색당은 최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있다. 14일에도 업무추진비 등 국회의 낭비성 예산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5일에도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 23명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녹색당의 최근 기자회견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일부 보수세력들이 비용을 이유로 비례대표 국회의원 확대를 반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박 차원이다. 특활비를 비롯한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여러 특혜를 줄이면 지금의 국회 예산으로도 국회의원 숫자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은 13일부터 국회의원 특권 폐지, 연봉 삭감, 의원 수 확대와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그가 선거법 개정을 위해 노숙 농성을 시작하게 된 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진로를 돌릴 수 있는 첫발이 바로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선거법 개정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국회 앞에서 그를 만났다.

“우리나라는 일한 만큼이 아니라
소유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공정이나
정의를 말할 수 있겠나.”

하 위원장은 얼마 전 ‘배를 돌려라:대한민국 대전환’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불평등과 기후위기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항로를 돌릴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우리 사회의 방향 전환과 관련해 “소수가 불로소득을 누리는 공멸의 사회가 아닌 공생사회(함께 사는 사회)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공동체의 방향을 바꾸자는 것이다. 지금 상태로는 살 수가 없으니, 근본적으로 경제·사회·정치시스템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소수에게 집중된 부와 권력을 재분배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은 13일부터 국회의원 특권 폐지, 연봉 삭감, 의원 수 확대와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은 13일부터 국회의원 특권 폐지, 연봉 삭감, 의원 수 확대와 선거법을 비롯한 패스트트랙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노숙 농성에 돌입했다.ⓒ하승수 위원장 페이스북

“우리 사회가 그냥 자본주의 사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핀란드도 자본주의지만 우리랑 같은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 핀란드는 국내총생산보다 부동산 가격이 낮지만 우리는 부동산 가격을 합친 게 국내총생산의 4배가 넘는다. 이를 학자들은 지대(地代, rent)라 표현하는데, 이런 불로소득이 엄청나게 발생했다. 전관예우 같은 일은 합리적 국가에선 없다. 판사, 검사뿐 아니라 웬만한 고위공무원이 퇴직하면 전관예우가 다 있다. 이게 다 ‘지대’다. 1980년대 우리가 일한 만큼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자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한 만큼이 아니라 소유한 만큼 대접받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어떻게 공정이나 정의를 말할 수 있겠나.”

이런 사회를 학자들은 ‘지대추구사회’라고 규정한다. ‘지대’란 특권적 지위나 권리를 활용해 사회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벌어들이는 부당한 이득을 말한다. 지대 추구가 만연한 사회에서 경제주체들은 제대로 된 경쟁보다는 불공정 경쟁을 벌이는 데 자원을 낭비한다. 하 위원장은 “지대추구사회는 불평등도 양산하지만, 기후위기에도 대처하지 못하게 만든다. 땅 가진 사람들은 다 개발을 원한다. 공항 짓고, 도로를 닦고 그렇게 해서 더 많은 지대를 추구한다. 국민 세금은 기득권 가진 사람들이 다 빼먹고, 기후위기와 복지를 위한 예산은 모자란다. 지대추구사회에서 벗어나야 대한민국의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다.”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농지·농사·먹거리’가
우리 사회의 기본이 돼야…
예전엔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진보진영이 논쟁했는데
지금은 논쟁이 안 되고 있다.”

하 위원장은 소유권을 절대시하는 게 우리 사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1941년 임시정부가 마지막으로 만든 건국강령에선 토지국유화를 말했다. 우리나라 임시정부에선 토지와 공유자원은 사유화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뿌리다. 근데 우리는 그 뿌리를 무시하고, 소유권을 절대시하고, 소유권은 건드리면 안 되는 천부인권처럼 주장하는데 그것은 대한민국 건국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하 위원장은 자신의 책에서 ‘기본소득’, ‘기본주거’, ‘기본농지·농사·먹거리’를 사회 기본으로 제시했다.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재원을 이야기하는데, 재원은 500조 원이 넘는 세금과 예산이 있고, 부동산 지대 등 얼마든지 걷을 수 있는 재원이 있다. 기본 주거는 3주택 이상 소유를 금지한 뒤 유예기간을 두고 정리하면 된다. 정부가 매입해 현재 7%밖에 안 되는 공공임대주택을 20%로 늘리면 된다. ‘농지·농사·먹거리’는 기후위기 시대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200만 조금 넘는 농민이 5천만 국민을 먹여 살리고 있다. 농민, 농업, 농촌을 살려야 한다. 이러려면 개념을 바꿔야 한다. 농사짓는 이들에게 농지가 돌아가야 하고, 농민이 먹고살 수 있도록 농민기본소득이든, 농민 수당이든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정의철 기자

이러한 세 가지 기본은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 한국 사회의 구조를 전환하는 데도 중요하다. 하 위원장은 의식주가 보장돼야 약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사회를 전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는 기술적으로만 전환되는 게 아니다. 사회의 우선순위, 자원 배분이 정치다. 정치가 우선순위를 바꿔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판을 제공하면서 전환하면 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들이 진보정당과 시민사회 내에서조차도 이야기되지 않는 게 답답하다. 예전엔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진보진영이 논쟁했는데 지금은 논쟁이 안 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항로를 돌릴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 위원장 선거개혁과 헌법개정, 평화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첫발이 바로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선거제도 개혁이 첫 번째다. 이거를 통과하면 헌법개정도 가능하다. 우리나라가 그동안 남북관계가 꼬여온 것은 정권의 향방에 따라서, 또는 정권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실세가 되냐냐에 따라서 정책이 흔들린 이유도 있다. 이래선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 독일이 평화정착을 하고, 통일을 한 건 일관 정책이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 개혁이 돼서 정치 구조 바뀌고, 헌법이 바뀌고, 남북 관계도 새로운 정치 체제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

“이번이 국회를 통해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다.”

대한민국을 바꿀 가장 첫 관문이 선거법 개정인 만큼 하 위원장은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선거제도를 바꾸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비례민주주의연대는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이 한국정치를 바꾸는 길이라고 생각해 만든 ‘비례민주주의 포럼’이 2016년 시민단체로 전환되며 출범했다. 하 위원장은 이때부터 공동대표를 맡으며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론화 차원에서 시작한 단체다. 비례대표 확대라는 취지에 국회의원들이 공감하지만, 거대정당 국회의원들은 이해관계 때문에 꺼렸다. 설득해서 되는 게 아니라 시민의 압력, 목소리를 키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만들었다.”

현재 국회엔 정당 득표율이 의석에 최소 50% 이상 반영되도록 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패스트트랙을 통해 상정돼 있다. 하 위원장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제도 개혁이라고 부를만한 일은 딱 한 번 있었다. 바로 1인 2표제 도입이다. 근데 1인2표제는 국회가 아닌, 2001년 헌법재판소가 당시 선거제도인 ‘1인 1표 전국구제’를 ‘위헌’이라고 판결하면서 도입됐다. 국회는 그동안 선거구와 의석만 조정했을 뿐 선거제도 개혁은 사실상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이 국회를 통해 선거제도를 개혁할 수 있는 최초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을 늘리면 안 된다고?
국회의원 연봉 50% 깎고
의석을 10% 늘리는 것에
국민이 반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의 향방은 아직 불투명하다. 12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에 올라가 있는 법안들을 다음 달 3일 이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에 상정할 당시 일단 상정 이후 수정하자고 각 당이 합의한 상황이어서 수정은 불가피하다. 하 위원장은 “개혁의 의미가 살려질 수 있도록 합의되는 게 핵심”이라며 “수정의 내용이 중요한 국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 앞에선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와 관련한 특혜 폐지를 촉구하는 녹색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녹색당은 “1인당 매년 1,811만 원, 4년간 연간 총 54억 원에 달하는 부당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 즉각 과세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13일 국회 앞에선 국회의원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와 관련한 특혜 폐지를 촉구하는 녹색당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녹색당은 “1인당 매년 1,811만 원, 4년간 연간 총 54억 원에 달하는 부당 특혜를 폐지해야 한다”며 “국세청은 국회의원 입법활동비, 특별활동비에 대해 즉각 과세하라”고 촉구했다.ⓒ뉴시스

현재 가장 논란이 큰 부분은 국회의원 정수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안은 253개인 지역구 국회의원을 225개로 28개 줄여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물론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도 크다. 지역구를 줄이는 것보다는 의원 정수를 늘려서 비례 의원을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의원정수 확대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이다. 녹색당이 국회의원 특권 폐지 등을 요구한 것도 바로 비용을 늘리지 않은 채 의원정수를 확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하 위원장은 “국회의원 특권을 대폭 폐지하는 것이 선결된다면 의석을 늘리는 것에 대해 국민 동의가 가능하다고 본다. 국회의원 연봉을 50% 깎고 의석을 10% 늘리는 것에 국민이 반대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말만으로는 설득이 안 되지만, 특별활동비 등 불합리한 예산을 대폭 줄이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국회의원 보좌진도 21대 국회에서는 줄여야 한다. 얼마 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보좌진을 9명에서 5명으로 줄이자고 했는데, 7명 정도로만 줄여도 지금 국회 예산 가지고도 의원정수 360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패와 갑질 논란은
지역구 의원들이 대부분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만 270명 뽑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270명의 특권 집단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선거법 개정에 계속 딴지를 걸어온 자유한국당은 비례대표제 폐지하고, 국회의원을 지역구로만 270명으로 축소하자는 주장을 들고 여론 반전을 시도하고 있다. 하 위원장 “선거법 개정 방해용 주장이다. 비례대표제 폐지는 위헌적 요소가 있다. 우리 헌법엔 비례대표 조항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을 싫어하는 국민 여론을 이용해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을 비교해보면 부패와 갑질은 지역구 의원들이 대부분”이라며 “ 지역구 국회의원만 270명 뽑자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270명의 특권 집단 유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하 위원장은 몇 가지 사례를 들었다. “미국에 가서 스트립바 출입 논란을 일으킨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경북 영주시·문경시·예천)도 지역구 의원이다. 국회에서 사용되는 입법정책개발 관련 예산을 감시하다가 허위로 서류를 꾸며서 국회 예산을 부정하게 빼낸 사례들을 적발해 11명의 국회의원을 제가 고발했는데 모두 지역구 의원들이다. 최근 여러 갑질 논란을 빚은 의원들도 대부분 지역구 의원들이다.”

아울러 비례대표는 국민이 뽑지 않은 의원이고, 선출 과정에서 비리가 많다는 주장에 대해선 “지역구 의원들을 뽑을 때 유권자들은 뭐를 보고 뽑나, 대구 경북을 보면 당에서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구도 말은 사람을 보고 찍는다고 하지만 많은 지역에서 정당을 보고 찍는다. 그렇게 따지면 지역구도 직접선거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비례대표 선거가 활성화된 유럽의 경우 다 간접선거라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선거법 개정안에 있는
공천 개혁 조항을 보면
앞으로 모든 정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할 때
민주적 투표를 거치게 돼 있다.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면
또다시 비례대표는 밀실 공천될 것이다.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공천이 개혁된다.”

하 위원장은 이어 비례대표 공천 문제와 관련해 “언론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선거개혁안에 보면 공천 개혁 조항이 포함돼 있다. 그동안 진보정당들은 당원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들을 뽑아왔지만, 거대정당들은 그러지 못해 밀실 공천, 낙하산 공천 등 문제가 많았다. 공천 개혁 조항을 보면 앞으로 모든 정당은 비례대표 공천을 할 때 민주적 투표를 거치게 돼 있다. 당원, 대의원, 선거인단 가운데 하나 이상을 정해서 민주적 투표를 거쳐서 선출해야 한다. 이걸 지키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를 등록하면 무효가 된다”면서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안 하면 또다시 비례대표는 밀실 공천될 것이다. 선거법이 통과되면 비례대표 공천이 개혁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공천 불신을 생각해도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 정말 자유한국당이 비례 공천이 문제라고 여긴다면 스스로 개혁해야 할 텐데 그런 움직임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
하승수 녹색당 공동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2019.11.13ⓒ정의철 기자

또한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복잡한 의석 계산법을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선거법 개정 반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하 위원장은 “어느 나라나 국회의원 선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산식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독일 국민이 계산식까지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정당이 받은 표대로 의석이 나눠진다는 핵심만 안다”며 “핵심은 준연동형은 정당 지지율의 절반 이상은 무조건 보장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위원장은 이어 “기존엔 지역구 개표가 우선이었는데 개정안은 정당표부터 먼저 계산하는 방식이다. 정당투표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10%의 득표를 얻은 정당은 최소한 의석의 5%는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석 산출법이 어렵다고?
핵심은 정당이 받은 득표비율대로
의석 나누겠다는 것”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법안이 선거법과 함께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자유한국당은 “장기집권 노린 독재법”이라고 주장하며 격렬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상황이 맞물리면서 선거법 개정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하 위원장은 “가짜뉴스”라고 잘라 말했다. “공수처는 검사 25명을 포함해 전체 100명밖에 안되는 조직이다. 그 조직이 검사만 해도 2천 명이 넘는 검찰력과 상대조차 안 된다. 공수처는 그래도 고위공직자를 전담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만들어진 기구다. 기소권을 독점하는 막강한 검찰의 권력을 최소한으로 견제 감시하는 차원의 기구이지, 공수처가 엄청난 거대기구처럼 주장하는 건 잘못이다. 공수처장도 사실상 국회에서 선출하는 거랑 마찬가지다.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할 때 일곱 명 추천위원 가운데 여섯 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여당 2명, 야당 2명, 법무부 장관, 법원 행정처장, 대한변호사 협회 회장이다. 야당이 반대하면 추천할 수 없는 구조다.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해도 또다시 인사청문회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공수처장은 국회서 선출되는 것이랑 마찬가지다.”

“지역 현안이 터지면,
진보정당 정치인이라 해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단순히 진보정당 정치인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진보정치의 자기 정체성 유지가 쉽지 않다.”

선거제도 개혁은 진보정당엔 또 한 번의 기회다. 1인2표제 도입으로 지난 2004년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 최초로 10명의 의원을 원내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이후 진보정당은 갈수록 축소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 위원장은 현행 선거제도가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원내에 진출해도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키기 힘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진보정당 소속의 비례대표로 당선돼도 다음번 선거에선 지역구로 나가라고 관행적으로 요구받았다. 지역구 관리 들어가는 순간 온전히 정책에 집중하기 어렵다. 지역 현안이 터지면, 진보정당 정치인이라 해도 소신 있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그게 단순히 진보정당 정치인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거제도 개혁 없이는 진보정치의 자기 정체성 유지도 쉽지 않다. 장기적으론 지역구 없는 비례대표제까지 가야 한다.”

민주노총 등 사회·노동단체 농민 빈민 등 50여개 연대체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열고 참석자들이 개혁입법 및 적폐 청산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노총 등 사회·노동단체 농민 빈민 등 50여개 연대체 민중공동행동 주최로 지난해 12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민중대회를 열고 참석자들이 개혁입법 및 적폐 청산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비례대표 확대는 늘 지역 대표성의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히곤 한다. 하지만 이런 우려에 대해 하 위원장은 덴마크, 스웨덴 등이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대안이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면 전라남도의 각 지역 따로 의원을 뽑는 게 아니라, 전라남도 비례의원을 뽑는 거다. 그렇게만 되도 현재의 지역구 문제는 상당 부분 사라진다. 계급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선거제도를 바꾸고
원내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진보진영에선 현재 비례대표제 확대를 위해 행동을 같이하고 있다. 하 위원장은 “그것이 진보정당 연대를 위한 하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되면, 정치판이 흔들릴 거라고 본다. 선거제도 개혁은 큰 기회의 장이다. 진보정당으로선 이 기회를 잘 살릴 것인가가 당면한 과제다. 녹색당으로선 사실 선거제도가 확정되지 않아 선거 준비가 어려운 상황이다. 비례대표 선출도 두 단계로 진행하고 있다. 1차로 예비후보 선출 절차를 시작했다. 녹색당은 정당정치 원칙 따라서 해보자는 생각에 정책도 당원 참여로 만들고, 후보도 당원들 속에서 선출하고 있다.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이후 총선까지 4개월 정도가 남는데 이 시기가 진보정당엔 또 한 번의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하 위원장은 끝으로 “선거제도를 바꾸고 원내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녹색당은 글로벌 정당인데 2021년에 세계 녹색당 총회를 우리나라에서 한다. 제가 바라는 건 우리가 원내 정당이 돼서 총회를 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는데 대한민국 녹색당이 우리나라 안은 물론 세계적으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 개인적으론 지난 몇 년 동안 선거제도 개혁에 ‘올인’했는데, 한 달 안에 결정이 되니깐 성사시키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다. 1인 농성과 기자회견 등을 이어가며 국회를 시끄럽게 만들 생각이다. 선거제도가 개혁되면 저도 국회에 들어가서, 국민 삶을 위해, 우리 사회의 전환을 위해 여러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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