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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2019년 한국 크로스오버 음악은 전진한다
잠비나이<br
잠비나이ⓒ잠비나이

올해 한국대중음악계의 주요한 사건을 꼽자면 YG, 방탄소년단, 송가인, 엠넷, 설리라는 키워드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사건이거나 특히 사랑받은 뮤지션들이다. 그렇다고 대중음악의 강물이 다섯 갈래로만 흘렀을 리는 만무하다. 각자의 관심과 취향과 기준에 따라 중요한 일은 다 다르다. 눈에 잘 띄지 않고, 관심을 가진 이들이 아니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을지언정 아는 이들에게는 의미심장했던 일들도 있다. 우리의 세계는 그 모든 일들이 조각처럼 맞춰져 완성된다.

올해에는 크로스오버 음악계, 그중에서도 퓨전 국악 계열로 묶을 수 있을 음악이 심상치 않았다. 엄청난 히트작이 나오지 않았고, 해외에서 각별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다만 예년에 비해 좋은 작품들이 좀 더 많이 나왔다. 강권순의 [Sounds of the Earth], 고명진의 [혼자 Alone], 김윤지&레인보우99의 [소요], 노선택과 소울소스 meets 김율희의 [Version], 두번째달의 [팔도유람], 블랙스트링의 [Karma], 신노이의 [The New Path], 신박서클의 [Topology], 서정민의 [Home], 이봉근의 [이봉근과 적벽], 잠비나이의 [Onda], 하윤주의 [하윤주의 정가 프로젝트 Jardin Du Son], 한승석의 [한승석의 창작소리3 <그런 새봄>], 황진아의 [The Middle]처럼 수준 높은 음반들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직 음반이나 싱글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화제인 이날치도 있다.

블랙스트링<br
블랙스트링ⓒ(주)씨앤엘뮤직

2019년 풍성한 결실 본 크로스오버 음악

물론 그래봐야 찻잔 속의 태풍이었다고 폄하할 수도 있다. 퓨전 국악이든 크로스오버이든 아는 이들보다는 모르는 이들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히트했다거나 유명해졌다고 할 수 있는 음반이 아직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예년에 비해 완성도 높은 크로스오버 음반이 많이 나왔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진행된 퓨전, 크로스오버 작업이 꾸준히 이어지며 또 다른 방식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제는 한국 전통음악의 원형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설득하기 어려운 시대이다. 그만큼 우리의 삶과 환경은 전통과 멀어졌다. 당연히 오늘의 음악과 만나고 섞이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한때 그 대안이 사물놀이-난타로 이어지는 논버벌 퍼포먼스나 국악기를 활용한 팝 발라드 음악인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한국 전통음악을 친근하게 만들었는지 몰라도 오래 계속 듣고 싶게 만들지는 못했다. 특히 그 음악에 열광하는 마니아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최근 한국 전통음악 기반의 크로스오버 음악 가운데 좋은 음반이 이어지는 현상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는 달라진 현실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통음악가들의 노력 덕분이고, 그들과 함께 음악을 만드는 타 장르 대중음악인들의 결합 덕분이다. 강권순의 음반에는 베이시스트 송홍섭, 드러머 서수진, 건반 연주자 남메아리와 박은선이 참여했고, 정가의 김윤지는 레인보우99와 함께 했으며, 소리꾼 김율희는 노선택과 소울소스를 만났다. 블랙스트링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가 있고, 신노이에는 재즈 베이시스트 이원술과 일렉트로닉 뮤지션 하임이 결합했다. 신박서클에는 재즈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색소포니스트 신현필, 드러머 크리스티안 모란이 있다. 이봉근의 음반에는 재즈밴드 적벽이 참여했다. 이날치에는 장영규와 이철희, 정중엽이 버티고 있다. 이처럼 실력 있는 재즈 연주자들이 주로 참여하면서 이들의 크로스오버는 ‘수박 겉핥기’식 퓨전 국악에서 벗어났다. 이들의 음반은 각자 다른 소리의 영역으로 나아가 다른 문패를 달았고 크로스오버 음악을 다양하게 살찌웠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올해만큼 이렇게 풍성한 결실은 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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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99ⓒ제공 = 레인보우99

올해의 성과들이 올해만 반짝하다 끝나지 않기를

뿐만 아니라 이 음악들 가운데 몇몇은 대중음악 마니아들이 듣기에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음반이었다. 더 이상 애국심이나 전통에 대한 애착을 갖기 어려운 세대, 전통음악의 원형을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세대에게 한국 전통음악은 의무로 좋아할 수 없는 음악이다.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좋아할 수 없는 이들에게 몇몇의 음악이 닿은 이유는 오늘의 음악 언어로 재탄생시켰거나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날치의 음악과 무대는 이전의 씽씽이 그러했듯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는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음악과 퍼포먼스가 오히려 힙하게 수용된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적으로 개량한 한복을 입고 고궁을 산책하는 일이 트렌드가 된 사례나, 오래된 동네를 찾아가는 일이 유행이 된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림킴의 사례에서 드러나듯 전통음악의 사운드나 정서를 활용하고 변용하는 일이 오히려 세련된 놀이처럼 향유되는 경향은 전통음악의 미래에 대해 의미 있는 문제의식을 던져준다. 감상과 놀이 가운데 놀이가 더 효과적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할 때, 유쾌함과 전복이라는 방식이 효과적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음반들의 성취가 가능하기 위해 그동안 북촌우리음악축제, 여우락페스티벌,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비롯해 꾸준히 이어진 전통음악/크로스오버 음악 축제가 토대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 중요한 일은 이들의 성과가 이들의 성과만으로 남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알리는 일이고, 공유하는 일이다. 특히 대중음악과 전통음악 교육기관에서는 지금 현장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충분히 알려야 한다. 그래야 좋은 작업을 해낸 이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 그곳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올해의 성과들이 올해만 반짝하다 끝나지 않기를, 계속 이어지고 새롭게 전복되기를 바란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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