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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의 청년전태일들] ‘전태일 산화 50년’ 청년노동자의 미래

청년노동자는 앞으로 과거세대가 이룩한 성과를 이어서 대신하는 세대교체가 아니라 2016~2017년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나타난 새로운 시대정신을 해결하는 새로운 주체로 나설 것이다.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기에는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는 더 많은 청년노동자가 조직화, 세력화 돼서 한국사회에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 확신한다.

촛불혁명 이후 한국사회에 나타난 청년노동자가 맞닿은 현실과 과제는 노동조합 조직률 확대, 한국사회 불평등 해소, 성인권 감수성 확대이다. 필자가 말하는 한국사회 과제들은 필자의 경험과 분석 속에서 나온 글이기 때문에 전체 청년노동자를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밝혀둔다. 그러나 촛불혁명 이후 노동조합, 불평등, 페미니즘 등은 현상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나는 흐름들이다.

평화시장에서 당시 청소년노동자였던 12~14세 어린 시다들이 먼지구덩이 골방에서 14시간동안 허리한번 피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을 이어갔다. 1970년대 노동자들에게 ‘예수’처럼 다가온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분신하여 사망하면서 남긴 유언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였다. 자신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한 채 기계처럼 일했던 수많은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한국 경제는 2018년 말 30-50클럽에 들어갔다.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이 되는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어서 7번째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가난은 극복됐다.

87년 세대들은 한국의 군부독재와 싸웠다.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독재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만들어낸 것은 1987년 6월 항쟁 시대의 청년들의 피였다. 박종철, 이한열 열사 등으로 대표되는 이 시대의 청년의 피로 한국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총칼로 집권을 꿈꿀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인 선거를 통한 집권 말고 다른 방법을 통한 집권은 불가능한 시대이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가운데 경기 수원 오목천공원에서 열린 수원산업단지 일자리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치솟는 가운데 경기 수원 오목천공원에서 열린 수원산업단지 일자리박람회에서 한 구직자가 구인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제공 : 뉴시스

청년노동자들의 현실

2020년 청년노동자의 삶을 규정하는 것은 IMF 23년이다. IMF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요했다. 1998년 2월 파견법이 제정되면서 비정규직이 탄생했고,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면서 정규직의 고용불안이 시작됐다. 노동자들이 이전 시대에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로 나뉘었다면 이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그 삶이 나뉘어졌다.

비정규직이 확대되면서 저임금과 고용불안은 청년노동자에게 일상이 됐다. 대기업, 중견기업 정규직, 공무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상위 20%의 노동시장과 나머지 80%의 노동시장이 점점 임금과 고용안정성에서 차이가 벌어졌다. 이 20% 일자리는 고용안정성과 임금에서 한국사회에서 최소한 생존이 보장되지만, 여기에 떨어진 80%는 최저임금에 가까운 일자리를 평생 이직하면서 살아야 했다.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점점 낮아지는 이직률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고용안정성이 점점 벌어지면서 20% 노동시장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현상이라고 보인다.

저소득 청년들은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소득분위 9~10분위(상위20%)기혼자 비율은 약 80%이지만, 소득 수준 5분위(하위50%) 미만은 기혼자 비율이 30%가 되지 못한다. 이는 학력의 대물림이 첫 직장에서 고용안정성과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것뿐만 아니라,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나타낸다. 결혼과 출산에 대해 선택권을 가진 사람도 고소득층인 것이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새로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청년들은 IMF 23년 이미 20 대 80으로 이중화된 노동시장에서 자신의 노동력을 팔아야 한다. 고용안정과 임금 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밀려난 청년들은 자신의 첫 노동을 시장에서 마지막까지 남겨져 싸게 팔리는 ‘떨이’처럼 고용불안, 저임금, 위험한 일자리에 자신을 팔아야 한다. 그렇게 ‘떨이’로 팔려간 청년들의 죽어서야 드러난다.

구의역 김군, 제주실습생 이민호,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등은 죽어서 그 삶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이다.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9-4 승강장에서 김군이 열차에 치어 사망했을 때 수많은 청년노동자들이 구의역 김군의 죽음을 슬퍼하며 ‘너는 나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했다. 구의역 김군의 삶이 IMF 23년 청년노동자들이 겪어야 했던 구조적인 저임금, 고용불안, 위험의 외주화 문제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것이다.

지난해 설립된 넥슨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스지회)가 첫 집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설립된 넥슨노조(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넥스지회)가 첫 집회를 열고 있다.ⓒ민중의소리

청년노동자 과제

2016년 촛불혁명은 청년들에게 토요일 주말집회에 나가서 대통령은 바꿨는데, 월요일의 내 삶은 어떻게 바꿀 것인가? 라는 문제의식으로 흘렀다.

그 중 눈에 띄는 현상 중 하나는 민주노총이 사상 최대 조합원 시대를 맞은 것이다. 청년노동자들은 기존에 있는 노동조합에 가입을 하던가, 노조가 없으면 노동조합을 직접 만들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조합원이 올 4월 기준 100만4845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1월 기준 79만6874명 보다 27.4%(21만7971명) 증가한 숫자이다. 새로 가입한 신규 조합원 평균연령은 41.9세로, 민주노총 평균연령 43.6세보다 다소 낮다고 한다. 2017년 이후 청년들이 대거 노동조합에 들어가면서 민주노총을 젊은 민주노총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청년노동자들이 신규 노조 결성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는 임금 및 최저임금(22.2%), 고용불안(19.0%), 직장 내 괴롭힘, 폭언, 폭행, 성희롱 등 부당한 대우(15.9%)를 뽑았다.

민주노총으로 청년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된 이유는 촛불광장에서 대통령을 탄핵시킨 승리의 경험이 자신의 일터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1987년 6월 항쟁이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연결됐듯이, 2016년 촛불혁명은 2017년 이후 민주노총 조직률을 27.4%로 높였다. 이는 청년노동자들의 높아진 권리의식을 드러내는 현상이다.

청년노동단체 청년전태일은 “조국후보의 자녀와 나의 출발선이 같은가?”는 한국사회 청년들이 겪고 있는 불평등 문제를 제기했다. 청년전태일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진영논리로 재단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청년노동자들이 제기한 이 문제에 대해 ‘서초동 조국수호, 광화문 조국사퇴’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진영논리로 평가하였다. 청년들이 처한 IMF 23년 저임금 고용불안의 불평등과 기득권 대물림에 대한 분노는 87년 세대가 경험해온 기성의 진영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제기였다.

청년노동자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소득 양극화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정규직, 공무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상위 20%를 제외하고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선택권이 없어지고 있다. 상위 20% 일자리에 들어가기 위한 기득권 대물림이 교육에서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한국사회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자산과 소득이 자녀의 삶을 결정하는 계급적 고착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노동시장에서 여성들의 차별도 없애야 할 영역이다. 한국은 남성대비 여성의 임금비율이 70%가 안 되는 사회이다. 조금씩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지만, 남녀의 동일임금은 세계적 추세이다.

청년단체 회원들이 열악한 청년노동 현실을 규탄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청년단체 회원들이 열악한 청년노동 현실을 규탄하며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권력과 안전망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해결하려면 청년들에게 권력과 권리가 필요하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수당처럼 단순히 돈을 얼마를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제도권 안에서 청년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우선 국회의원 비율 중에서 청년들을 대변하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최저임금 위원 중에 꼭 청년은 1명이어야 하는가? 노사정위에 꼭 청년대표가 한 명이 들어가야 하는가? 정부가 가진 여러 제도 속에서 청년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 2030청년들이 과소대표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상위 15~20% 일자리와 하위 80% 일자리의 고용안정성 및 소득 차이를 줄여야 한다. 노동환경 격차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만 SKY와 서울주요대학을 향한 입시전쟁을 완화할 수 있다. 우선 문재인 정부가 취임 초기에 약속한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필요하다.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 우선 5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용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고용보험 범위확대가 필요하다. 한국사회는 노동임금과 사회임금 중 노동임금이 절대적으로 높은 나라이다. 사회임금을 높여야 고용안정성과 임금이 높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청년노동자들이 최소한의 생존권을 가질 수 있다. 고용보험의 적용을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 초단기간 노동자, 플랫폼노동자까지 확대하여 보험확대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프란츠 파농에 의하면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받은 알제리 국민들은 프랑스 지배자들에게 저항하지 못한 분노를 푸는 방식으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혔다. 수직폭력에 대응하지 못한 사람들이 수평폭력을 행하는 것이다. 청년노동자들 조직화돼서 기득권에 도전하지 못하면 그 분노를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괴롭혀서 푸는 방식으로 될 것이다.

이전 세대들은 가난을 극복하고, 독재정권과 싸워서 절차적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고, 분단과 대결 시대에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로 열었다. 청년노동자는 촛불혁명 이후 새롭게 제기된 과제인 노동조합 조직률 확대, 불평등 해소, 성인권 감수성 확대를 위해 나설 것이라 예상해본다.

김종민 청년전태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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