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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로스쿨 성추행, 검찰과 학교는 ‘가해자 보호’에 급급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에 재학 중인 김지영(가명) 씨는 지난해 12월 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동기인 A 씨에게 성추행당했다. 법조인을 꿈꾸며 법전원에 입학했기에 학교생활은 무엇보다 소중했다. 김 씨는 사건을 잊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새 학기가 시작된 지난 3월 A 씨의 뒷모습을 본 순간 김 씨는 치솟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다. 그는 학내 인권센터의 도움을 받아 A 씨를 신고했다.

신고하면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것 같았다. 그러나 학교도, 검찰도 모두 ‘가해 학생의 미래’만을 걱정했다. 학교는 가해자 징계를 차일피일 미뤘다. 피해자 보호는커녕 오히려 2차 가해에 앞장서기도 했다. 학교의 명예가 실추될까 봐 사건 은폐에 급급한 모양새였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가해자와 그 친구들을 일상에서 마주치며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설상가상 검찰은 지난 10월 황당한 이유로 가해자를 불기소 처분했다.

이에 전국의 법전원 학생들은 지난 20일 ‘전남대 법전원의 성폭력 사건 은폐를 규탄한다’라며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전국 법전원 젠더법학회 연합은 “법률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기준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가해자 등을 보호하고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는 법전원의 현실을 규탄한다”라고 비판했다.

‘인권변호사 양산소’ 전남대 법전원, 성범죄 은폐 의혹
가해자 징계 차일피일…피해자 보호 나 몰라라

김 씨는 지난해 12월 같은 과 학생들과 함께한 술자리에서 A 씨에게 성추행당했다. A 씨는 김 씨의 상의 속으로 손을 넣어 신체 일부를 만졌다. 깜짝 놀란 김 씨는 A 씨의 손을 잡아 빼고 밖으로 나왔다. 날이 밝자마자 김 씨는 당시 자리에 있었던 L 교수를 찾아가 피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L 교수는 ‘다른 좋은 이야기를 하자’라며 화제를 전환했다고 김 씨는 말했다. L 교수는 학생 징계를 결정하는 징계위원회에 소속이었다.

‘조용히 졸업해야지’, 김 씨는 때마침 시작된 방학 기간에 바쁘게 움직이면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해자의 손이 옷 속으로 들어오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개강 뒤 김 씨는 A 씨의 뒷모습을 봤을 뿐인데도 화가 치밀어 당장이라도 그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퍼부을 것만 같았다. 김 씨는 인권센터를 통해 A 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고, 경찰서에도 고소장을 접수했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신고 이후 김 씨의 고통은 깊어졌다. 학교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기 때문이다. 인권센터는 한 달여간 조사를 거쳐 지난 4월 학교에 A 씨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인권센터 측은 지금껏 센터의 징계 요청 결정이 기각된 사례가 없었다고 김 씨에게 전했다. 그러나 학교는 정확한 이유 없이 두 달가량 절차를 미루다가 징계와 형사 절차를 연계하겠다며 징계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교내 상벌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규정상 징계 절차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고, 징계위에서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 수사 결과를 징계에 반영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행정처분인 징계 결정은 형사 처분과 분리해 이뤄지는 게 원칙이다. 아울러 사건 당일 징계위 소속 교수에게 도움을 요청한 점, 경찰 신고와 함께 인권센터 조사가 시작된 점 등에 비춰봤을 때 이제야 사안의 중대성을 따진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게다가 절차가 미뤄진 두 달 중 한 달은 피해자도 모르게 진행된 합의 기간이었다. 김 씨가 ‘어떻게 피해자를 배제한 채 합의 기간을 설정해 징계절차를 한 달간이나 지연시킬 수 있느냐’라고 따져 묻자, 학교 측은 ‘왜 우리가 학생에게 일일이 그런 것까지 말해야 하냐’라는 답이 돌아왔다고 김 씨는 전했다.

‘징계가 미뤄진 건 피해자 책임’이라는 법전원 교수도 있었다. 김 씨가 법전원 내 절차를 밟지 않고 외부기관인 인권센터를 찾아 징계가 늦어졌다는 취지다. 그러나 규정상 성폭력 사건에서 개별 단과대는 징계 권한이 없다. 피해 사실 공개를 우려해 외부기관인 인권센터를 찾은 피해자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일을 키웠다며 근거 없이 피해자를 비난한 셈이다.

전남대 정문(자료사진)
전남대 정문(자료사진)ⓒ뉴시스

김 씨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일상에서 A 씨와 그 친구들을 봐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A 씨는 김 씨가 신고한 사실을 알자마자 피해 사실을 소문내며 2차 가해를 시작했다. 그 친구들은 피해자인 김 씨를 비난하고, 심지어 경찰에 A 씨를 두둔하는 취지의 허위진술도 했다. 김 씨는 지정좌석제 강의에서 A 씨와 자리가 가까워지자 수업에 출석할 수도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김 씨는 학교 측에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학교는 이마저도 외면했다. 학교 측은 구체적인 피해자 보호 규정이 없고, 가해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없어 별도의 징계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징계를 미룬 건 학교인데, 징계가 없어 분리 조치를 할 수 없다는 논리다.

오히려 학교는 2차 가해에 앞장서며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법전원 학생부원장 B 교수는 지난 6월 피해자와의 면담에서 ‘(피해자 반응이) 예민하고 과하다’, ‘(A 씨가) 휴학하고 군대 가고 (김 씨가 징계 신고와 고소를) 취하하는 게 최선이다’ 등 발언을 했다. 그러면서 ‘나도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김 씨)만 겪는 일도 아니다’, ‘2~30대가 제일 힘들다’라고 말했다.

B 교수는 ‘(피해자 모르게 분리 조치를) 조용히 처리했다’, ‘조정안을 듣고 싶으면 가족 등 제3자를 데려오라’, ‘(자신이) 자주 연락하면 정신적 안정에 도움이 안 되니 학교에서 (사건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라고 말하며 피해자 배제를 시도하기도 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김주형 기자

학교가 사법 절차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미리내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장은 “학교는 가해자로부터 행정소송을 당할까 봐 사법기관의 판단 이후 징계를 내리려는 경향이 있다”라며 “그러나 형사 처벌과 조직 공동체 내의 사건 처리는 속도, 관점 등에서 달라야 한다. 소송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학교는 (피해자를 위해) 그 부담을 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해 학교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 소장은 “가해자에게도 권리는 있다. 완벽한 분리는 어려울 수 있다”라면서도 “그러나 누구를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냐는 관점의 차이다. (이 사건의 경우) 피해자가 배제됐다. 중요한 건 피해자가 기관이 자신을c 보호하고 있다는 감각을 갖게끔 하는 거다. 피해자와 소통을 하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선 석연치 않은 이유로 면죄부
“피해자 진술 일관되는데 불기소 이례적”

검찰이 중요하게 판단한 것도 ‘가해 학생의 미래’뿐이었다. 광주지검은 지난 10월 “A 씨는 증거 불충분해 혐의 없다”라며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불기소 이유서를 살펴보면, 검찰은 일관된 김 씨의 증언을 ‘착각’이라고 치부하고, A 씨의 진술 번복에도 사건이 ‘우연’에서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성실한 로스쿨생’의 앞날을 위해 처음부터 수사 결론이 정해져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된다”라면서도 특별한 이유 없이 피해자 진술을 배척했다. ▲피해자가 술에 취해 가볍게 스친 것을 추행이라고 착각할 가능성이 있는 점 ▲찰나의 순간 범행이 일어났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A 씨의 손이 우연히 닿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으로 A 씨의 추행 고의를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그러나 김 씨는 술자리에 뒤늦게 합류해 술에 취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범행이 찰나의 순간이었다는 피해자 진술은 가벼운 접촉이 아니라 기습적으로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미였다. A 씨와 별다른 교류가 없어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는 김 씨가 사건 정황에 대해 일관된 진술을 하고,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가 있음에도 검찰은 정해진 결론이 있는 것처럼 짜 맞추기에 바빴다.

검찰은 A 씨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했다. A 씨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모순된 진술을 한 사실을 검찰 역시 인정하면서도, 해당 진술이 간접사실에 그치며 “본인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들은 얘기를 진술하는 과정에서 번복과 모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공개된 술자리에서 A 씨가 고의로 추행했을 리 없다고 봤다.

검찰이 수사 결과를 정해놓고 수사했다는 정황은 또 있다. 거짓말탐지기를 이용한 조사에서 차별적인 질문을 한 뒤 이를 피해자 진술을 배척하고 가해자 진술을 옹호하는 결정적 근거로 사용했다.

검찰은 심리생리검사 결과 “‘피해자가 귀가할 때 피의자가 피해자를 따라서 나왔다’라는 취지의 (김 씨) 답변에 진실 반응이 나왔으나, ‘피의자가 피해자의 옷 속에 피의자의 손을 넣어 추행한 사실이 없다’라는 취지의 (A 씨) 답변에 진실 반응이 나왔다”라며 “(A 씨에 대한 검사가) 피해자에 대한 검사보다 피의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답변”이라고 봤다.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하지 않은 주체는 수사검사였다. 애초에 검사가 피해 사실을 묻지 않아 김 씨가 답하지 못한 것인데, 이를 근거로 검사는 A 씨의 대답이 더 피의 사실과 가깝다고 판단했다. 참고자료일 뿐인 거짓말탐지기 결과를 증거처럼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없음
ⓒ뉴시스

김 씨 측 이은의 변호사는 항고 이유 보충서를 통해 “수사검사가 피해자에게 범죄 관련 직접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는 피의자에게 한 질문보다 직접적이지 않은 답변이니 피해자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으로, 검사 진행 당시부터 피해자 진술 신빙성을 낮게 평가할 수밖에 없는 수사를 진행했다”라고 지적했다.

피해자의 주장만으로 가해자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수사 결과에, 이 변호사는 A 씨의 손이 옷 위가 아닌 옷 안으로 향했던 점을 지적하며 “A 씨가 팔을 들어 올려 아래로 향하는 동작이었다. 그런 일이 의도 없이 발생하려면 (피해자 옷의) 목 부분이 많이 파이고 헐렁할 때 가능한데, 당시 옷은 겨울옷으로 신체에 밀착돼 우연히 그 손이 목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반박했다.

김 씨는 광주고검에 해당 사건을 항고한 상태다. 김 씨 측 송기석 변호사는 항고장을 통해 “목격자 없는 추행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에도 불기소 처리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며 항고 절차에서 A 씨의 진술번복 경위, A 씨의 부탁에 따른 참고인들의 허위진술 여부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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