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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로스쿨, 학내 성폭력 사건 공개토론회 열어 ‘2차 가해’ 시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전경ⓒ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홈페이지

인권 변호사를 길러내기로 유명한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이 학내 성폭력 사건의 진실을 밝히겠다며 공개토론회에 피해자 출석을 요구해 거센 항의에 부닥쳤다. 피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학교가 ‘2차 가해’에 앞장섰다는 비판이다.

전남대 법전원에 재학 중인 김지영(가명) 씨는 지난해 12월 교수가 주최한 술자리에서 동기인 A 씨에게 성추행당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A 씨를 형사 고소하고, 학교 측에 징계를 요청했다. 그러나 학교는 형사 절차와 연계한다며 징계를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 조치가 미흡해 김 씨는 가해자 측의 2차 가해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관련 기사:전남대 로스쿨 성추행, 검찰과 학교는 ‘가해자 보호’에 급급했다)

김 씨의 사정은 지난 20일 대학 내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가 허술하다는 언론 기사에 소개됐다. 이틀 뒤 학교 측은 26일 저녁 7시 해당 기사 반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며 김 씨에게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학교 측은 김 씨에게 “학생의 참석을 희망하니 (토론회에) 나와서 서로 질문을 주고받아 진실을 규명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바란다”라며 “학생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위해 진실규명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라고 말했다. 기사에서 언급된 내용이 모두 ‘거짓말’이라며 김 씨로 인해 학교와 가해자 측의 명예가 실추됐다는 주장이다.

해당 토론회에는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는 법전원 B 교수와 A 씨를 두둔하는 취지의 허위진술을 한 동기 C 씨 등 가해자 측근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김 씨에게 본인 출석이 어려우면 변호사 대리 출석 등을 권하기도 했다.

공개토론회가 개최될 경우 김 씨의 신상과 피해 사실이 공식적으로 알려져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는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성폭력 사건 처리는 비공개가 원칙이다. 김 씨도 신상 공개 등을 꺼려 익명으로 사건을 처리해달라고 학교에 당부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학교 측은 공개적인 자리에 피해자를 불러내 피해 사실을 알리겠다고 나선 것이다. 2차 가해에 해당하는 행위다. 이 같은 지적에 학교 측은 “해당 기사에 노출된 이상을 넘지 않고 반론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김 씨를 지원하는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이하 민우회)는 지난 22일 학교 측에 공문을 보내 공개토론회 개최 취소를 요구했다. 민우회는 “언론 기사를 반박할 수 있으나, 성폭력 사안을 기반으로 기사화된 보도 내용에 대해 공개적인 토론의 방식으로 반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그 자리에 피해자를 불러 피해자가 다른 이들에게 공개되게 하는 것 또한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명시한 현행 법 규정들을 언급하며 “이렇게 법적으로 보장된 피해자의 권리가 법률가를 양성하는 귀 기관에서 오히려 훼손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공개처형이나 다름없다”라며 토론회를 보이콧한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25일 오후 1시 30분경까지 김 씨에게 토론회 장소를 알리는 등 강행할 의지를 표명했으나, 오후 3시 10분경 돌연 “준비가 부족해 토론회는 다음에 하겠다”라며 연기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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