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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

“존재 자체의 느낌이 만져지면 사람은 움직입니다. 존재의 느낌에 정확하게 내려앉는 공감은 어떤 강력한 항우울제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마음을 돌려놓습니다.”
- 거리의 의사 정혜신의 강의에서

정혜신 박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에게 자기 존재가 주목받고 인정된다고 느끼는 사람은 설명할 수 없는 안정감을 확보하고, 안전하다고 느낍니다.”

예전에 내가 참 애정을 느끼던 한 불교모임에 가면 ‘나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들이 여기에 있다’고 느끼던 때가 기억난다. 나는 그곳을 자꾸 찾았다. 그곳에 다녀오면 어디에도 없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모임에 가면 참 편안해졌고, 동시에 의욕이 용솟음쳤다. 그리고 무기력하던 내가 조금씩 어떤 확신을 가진 꿈을 꾸기 시작했다. 6개월 정도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내 존재감을 회복했고, 복학과 재기에 성공했다.

그때가 다시 떠오르며, 지금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혜신 박사가 내가 과거에 느꼈지만 확연하지는 않게 마음속에 남아있던 그 충만한 감정의 이유를 아주 ‘정식화’ 해서 강의에서 설명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인정받고 있는 느낌. 나의 존재감이 충만한 느낌. 그게 정말 ‘공감’이라는 것이었구나. 내가 그 경험 덕에, 또 다른 많은 비슷한 경험 덕에, 지금 눈앞에 있는 환자의 이야기를 공감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었구나. 참 감사한 일이었다. 공감이란 것이 상대방의 말에 무조건 적으로 수긍하는 일방적인 감정 노동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진정 그의 마음이 궁금해서 묻고 듣는 과정, 나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

밀양송전탑 주민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치유와 치료 중인 젊은 의료인들(자료사진)
밀양송전탑 주민들의 아픔을 공감하며 치유와 치료 중인 젊은 의료인들(자료사진)ⓒ구자환 기자

의사에게 치료기술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의사로서 환자에게 충고하고, 조언하고, 판단하고, 평가하기 이전에, 눈앞의 인간에 대한 공감 말이다. 이는 끊임없이 타인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정혜신 박사의 말을 다시 빌려보자면, “내 생각과 감정은 언제나 옳은 것이지만, 당신도 옳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적용하기에는 선뜻 어려워 보인다. 조금 과격하게 표현해보면, 우리는 이미 의사는 언제나 옳고 환자는 언제나 틀리다는 전제가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건강하고 행복하다는 것이, 인간사회 속에서 스스로 삶의 힘과 삶의 존귀함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본다면, 시작부터 한쪽이 틀리다는 의사-환자의 관계는 이미 모순이기 때문에 아이러니하게도 건강하지 않은 관계인건 아닐까? 아무리 논리 정연한 교훈을 늘어놓아도 상대방에게 조금도 감동을 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과 같다.

그래서 난 진정한 의사-환자의 신뢰 관계는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분석적으로 치료에 착수하는 작업 ‘이전’에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언가 철학적인 실천인 것 같다. 우선 환자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그 마음 모든 것을 자신의 체험으로 하며 음미해보는 것이다. 인간의 마음과 마음이 서로 마주하는 일이다. 건강상태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분석하는 것은 그 다음에 의미가 있다.

허명석 길벗 한의사/안산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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