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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의 노동경제] 주52시간 노동제 유보, ‘저녁이 있는 삶’ 포기하는 정부

지난 18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주52시간제의 적용을 받는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최소한 9개월 이상 주기로 했으며 또 국회에서 특별연장근로 인가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시행규칙을 고쳐 그 범위를 ‘경영상의 이유 등’으로 최대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주 52시간제에 대한 사실상 포기선언이다. 무엇보다 주52시간제 적용이 절실한 이들은 바로 중소기업 사업체의 노동자들이다. 중소기업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힘든 임금구조다. 중소기업청이 2016년 발표한 통계를 보면 전체 기업체 수는 355만929개다. 이중 중소기업은 354만7101개이고, 중소기업 범위 초과 기업은 3,828개다. 중소기업 종사자는 1,435만7006명, 중소기업 범위 초과기업 종사자는 311만1399명이다. 중소기업 중 소상공인은 600만8534명이다. 사실상 전체 노동자의 노동시간을 결정짓는 주 52시간노동제를 유보하겠다는 것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불발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11.18.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주52시간제 입법 불발시 보완대책 추진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9.11.18.ⓒ사진 = 뉴시스

주52시간 노동제는 박근혜 정부의 기괴한 해석을 바로잡은 일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선거 내내 ‘저녁이 있는 삶’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래서 시민들은 문재인 정부가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시작한 주52시간제 도입과 집권 1년차에 최저임금상승률로 믿음이 커졌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와 1만원 공약 포기를 한 손에 들고, 이제는 저녁이 있는 삶의 요체인 주52시간제 유보를 다른 손에 들었다.

왜 2018년 7월 1일을 기점으로 주52시간제를 도입했는지 살펴보자. 박근혜 정부 시절 1주일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 이른 이유는 ‘휴일근로’에 대한 잘못된 행정해석과 2018년 6월 대법원 판결에서 비롯했다. 기존 행정해석에서는 ‘법정 근로시간’을 넘는 노동, 곧 ‘연장근로’에 ‘휴일근로’를 포함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노동자는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 휴일근로 16시간(토·일요일이 휴일인 사업장 기준)을 더해 주 최대 68시간을 일해야 했다.

이것이 바로 세계 2위 최장노동시간의 비밀이다.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근로시간은 2,05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2위로 기록됐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아 1주 최대 68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했으며, 노사 서면합의 시 연장근로를 제한 없이 시킬 수 있는 ‘노동시간 특례업종’도 26개로, 495만 명이 특례업종에 종사했다.

주52시간제 도입은 박근혜 정부의 ‘주말에 근무하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세계 유일의 기괴한 해석을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해야 한다’로 바로잡는 것이다. 즉, 새로운 노동시간 단축 정책이 아니다. 그런데 이러한 비정상에 대한 약간의 정상화마저도 계도기간 연장이나 특별연장근로를 들고나와 누더기로 만들고 있다.

원점에서 생각해보자. 현행 근로기준법은 제50조(근로시간)는 이렇다.
①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②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그리고 53조 1항에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에 12시간을 한도로 이를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법이다. 이 법을 약화시키는 예외조항을 넣어서 주40시간 노동제를 무력화시키는 것은 법으로 볼 수 없다. 다시 말해 주52시간제 노동이 아니라 주40시간제 노동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 법은 당사자 간 합의를 뛰어넘는 강제규정이다. 이 ‘당사자 간 합의’를 온존시킴으로써 최장시간의 노동국가, 산재왕국을 만들고 있다. 여기에 전혀 손대지 않는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은 그 출발부터 낡은 것이 되었다.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4.2)<br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과로사OUT 공동대책위원회 ‘과로사 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 개악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2019.4.2)ⓒ뉴시스

연장근로를 노동부의 승인 하에 시행하는 프랑스 주35시간 노동제

장시간 노동은 노동자의 피폐화를 가져온다. 정신과 육체를 소모하고 나면 ‘저녁이 있는 삶’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지탱하기도 쉽지 않다. 노동경제학에서 장시간 노동은 자본이윤총량을 늘이기 위한 가장 적극적이며 고전적인 수단이다. 기업가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노동자 잉여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은 자본의 절대적 요구다. 특히 독점재벌기업 입장에서 노동시간단축은 직접적으로 ‘자본의 회전속도’를 늦추어 이윤창출을 감소시킬 것이다. 노동자들이 탈진상태로 일해야만 자본이윤은 더 많이 생긴다. 경제인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주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주52시간제로 단축하면 노동자의 임금이 저하하니 임금보전을 위해서라도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황색언론이다. 맞는 말이다. 68시간제의 임금과 52시간제의 임금은 당연히 차이가 발생한다. 노동자 입장에서 이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68시간을 유지해야 할까? 정부는 노동자의 임금감소를 막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을 하지 말아야 할까?

노동시간은 노동자의 기본적인 삶과 직결돼 있다. 임금이 있고 노동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정노동시간에 적정임금이 따라와야 한다. 이래야 노동자의 삶도 사회평균적인 삶의 질을 가질 수 있다. 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정부다.

프랑스의 경우, 1주 법정 근로시간은 35시간이다. 연장근로는 연간 총량 22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단체협약이나 근로감독관의 승인을 얻는 방식으로만 이를 초과할 수 있다. 초과한 만큼 가산임금이나 의무 휴일은 당연히 보장한다. 연간을 52주로 했을 때, 연장근로 포함해서 주 노동시간은 39시간 정도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멕시코와의 한국 대표팀의 축구경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최장노동시간을 가진 멕시코와 2위 노동시간을 가진 한국이 축구경기를 하는데 누가 이길까?’ 이런 것을 웃픈 얘기라고 하던가.

이제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이름이 부담스러운 듯하다.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의 비민주성과 삼성으로부터 경주마까지 상납 받았던 친기업 행태를 끊어내야 한다. 추운 겨울 전국에서 타올랐던 수백만의 촛불을 기억해야 한다. 그 촛불이 채 사그러들기도 전에 촛대를 집어던져서는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출발이 바로 박근혜 정부의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에 분노한 노동자의 저항, 그리고 농민, 빈민 등 각계 진보운동단체의 궐기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 와중에 쓰러지신 백남기 어르신의 그 눈동자를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친기업 유산과 결별하고 주 40시간 노동제를 실시해야 한다.

김영욱 미래노동교육원 원장, ‘8일에 끝내는 노동조합특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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