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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 우리를 돌아보다 ‘애국자 게임 2 : 지록위마- 문작가의 제작노트’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문작가의 제작노트’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문작가의 제작노트’ⓒ민중의소리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죄명이 다시 등장했고, 언론은 “이석기 의원, 총기 마련해 국가시설 파괴 모의” 등 국정원의 주장을 그대로 보도하면서 통합진보당에겐 ‘내란범’이란 낙인이 찍혔다. 더욱 충격이었던 건 진보진영에서조차 이런 국정원의 주장에 침묵하거나, 통합진보당이 탄압의 빌미를 주었다면서 통합진보당과 함께 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두 사건은 진보세력에겐 꺼내기 싫은 과거가 되었고, 반면에 보수세력에겐 ‘전가의 보도’처럼 위기 상황에서 휘두르는 칼이 되고 말았다.

‘애국자 게임2- 지록위마’
‘애국자 게임2- 지록위마’ⓒ스틸컷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글과 영상으로 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나선건 용기있는 도전이었다. 문 작가는 2016년 책 ‘이카로스의 감옥’으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의 진실을 파헤쳤다. 이후 경순 감독은 2019년 영화 ‘애국자 게임 2 – 지록위마’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재조명했다. 재조명은 단순히 영화로 이 사건을 다시 들춰내 살펴봤다는 얘기가 아니다. 경순 감독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전후에 발생한 일련의 과정을 폭넓게 조망하면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짚어냈다.

다시 문 작가는 책 ‘애국자 게임 2:지록위마- 문작가의 제작노트’로 바통을 이었다. 책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낱낱이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편집 과정에서 빠진 통합진보당 내부 경선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과정을 안팎에서 지켜봤던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함께 실었다.

문 작가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아주 단순하고 명료하다. 마땅한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경순 감독을 돕기 위해서였다. 영화를 널리 알리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그 마음속에는 경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던진 물음표에 동참한다는 함의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벌인 일련의 ‘종북몰이’와 이 ‘종북공세’에 희생당했던 많은 이들을 향한 우리 사회의 곱지 않은 시선 말이다.

이석기 내란 조작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다룬 ‘애국자게임2- 지록위마’
이석기 내란 조작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다룬 ‘애국자게임2- 지록위마’ⓒ스틸컷

함세웅 신부는 말한다. “민주당까지도 여론에 의해서 종북몰이에 의해서 휘말려갔다는 것이 가슴 아픈 것이죠. ..... 이승만 때도 국회의원들을 반공법으로 구속했던 사건이 있었죠.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사건 남용 이것만큼은 뿌리를 뽑아야 하지 않느냐.... 동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도 공범자가 되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지 못했으니까 사회적 죄악에 대해서 일부 책임이 있다는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모두의 외면 속에서 지나가버린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다시 언급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종북의 낙인은 전염성이 있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의심을 받고, 그러다 보면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버린다. 문 작가도 마찬가지였다. 문 작가는 이 책에서 ‘이카로스의 감옥’을 쓴 뒤 페이스북 친구는 물론 가까웠던 지인들로부터도 멀어졌다고 고백한다. 심지어 문 작가조차도 경순 감독이 자신의 책을 읽고 연락을 해서 “고마웠다”고 말하자 “너 통합진보당 당원이니?”하고 물어봤을 정도로 당사자가 아니라면 두 사건을 언급하는 것조차 어색하게 여겨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영화 제작은 쉽지만은 않았다. 다음 스토리 펀딩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우요곡절 끝에 리영희재단과 DMZ국제다큐영화제 등의 지원을 받아 제작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제작 초기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차원으로 기획된 영화는 시간을 거듭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물들어 변해버린 진보세력의 자기 검열을 비롯, 우리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변해갔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들이다. 당시 국정원을 통해 언론이 보도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당원이 기자고 있던 폭탄제조법 등은 이후 재판에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사건을 다룬 당시 언론 보도들이다. 당시 국정원을 통해 언론이 보도한 이석기 의원의 발언과 통합진보당 당원이 기자고 있던 폭탄제조법 등은 이후 재판에서 모두 허위임이 밝혀졌다.ⓒ방송화면 등 캡쳐

이런 힘겨움 속에서도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문 작가와 경순 감독이 함께하면서 힘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경순 감독은 책에서 “매순간 나의 판단을 지지해주고 밀어주었던 사람은 바로 문영심 작가였다. 그는 작가로 영화에 참여했음에도 모든 편집과 구성을 혼자서 하는 내 습관 탓에 작가를 외롭게 방치한 시간들이 길었다. 하지만 그는 그 시간, 메모를 했고 일기를 쓰면서 영화가 못다한 빈틈을 이렇게 책으로 메꿔주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와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문 작가는 “내란음모 사건과 통합진보당 해산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잃었고 이 사건을 통과하면서 얻는 것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느냐?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민주주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민주화하라’는 우리의 로그라인은 영화에서 얼마만큼이나 구현되었을까? 그런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가는데 영화와 함께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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