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소비자’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산다. ‘호모 컨슈머니쿠스’, ‘호모 쇼핑쿠스’ 말 그대로 ‘소비하는 인간, 쇼핑하는 인간’으로 불린다. 자본과 시장이 붙여준 그 이름대로 소비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며 산다. 자신만의 시간을 살아가며 만들어온 삶과 생각과 노동과 일상이 모두 생략되고, ‘소비’라는 잣대로만 살도록 움직이는 자본의 손에 자신을 내맡겨 버렸다. ‘왜’라는 질문이 사라졌다. 왜 ‘소비자’로 맹목의 시간을 살도록 내버려두는지, ‘소비자’란 이름표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도 되는지, 도대체 나는 무엇으로 사는지, 누구인지 묻지 않는다.
해마다 11월 마지막 주에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추수감사절 즈음 곳곳에서 ‘블랙 프라이데이’라는 대규모 세일을 한다. 1년에 한 번 있는 세일행사에 앞 다퉈 미뤄둔 소비를 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북미권 뿐 아니라 세계 다른 권역 사람들도 온라인을 통해 뒤질세라 소비에 동참한다. 우리나라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갖가지 할인행사가 꼬리를 문다.
사람들은 한 번도 소비를 멈춘 적이 없었다. 이미 소비가 일상이다. 물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구매행위를 통해 존재를 확인하고 욕망의 바구니를 채우는 것뿐이다. 1992년 캐나다에서 광고계에서 일하던 테드 데이브는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Buy Nothing Day)을 처음 제안했다. 자신이 만든 광고가 소비를 부추기고 끊임없이 무언가 소비하게 만들고 있다는 성찰을 하며, 사람들은 ‘이미 충분할 만큼 충분’하지만 만족할 줄 모르는 소비욕구를 내려놓지 못하는 서로의 모습을 들여다보자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이 처음 제안했다. 북미 추수감사절 다음날 시작되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맞추면 해마다 날이 달라지는 탓에 의미만 살려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11월 26일로 정하고, 생태환경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와 함께 한 주를 자신의 소비행위를 돌아보는 실천주간으로 살아보자는 캠페인을 해마다 진행했다.

선진국을 포함한 산업국가들 20퍼센트가 세계 자원 80퍼센트를 써버리고 있다. 한쪽의 소비가 지구 반대편 원시림을 파괴하고, 바다를 오염시키고, 다음 세대들이 사용할 권리를 빼앗고 있다. 사티쉬 쿠마르는 ‘기품 있는 단순함’을 말한다. “검소함은 좀 더 적은 자만심과 좀 더 많은 상상력을, 좀 더 적은 복잡성과 좀 더 많은 창조성을, 좀 더 적은 매력과 좀 더 많은 감사함을 가져야 하며, 겉모양에는 주의를 덜 기울이지만 본질에는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은 ‘기품 있는 단순함’이다.”
세계는 ‘어플루엔자’ 소비독감에 걸렸다. 이른바 ‘소비중독 바이러스’다.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추구하게 하는 과잉과 중독의 시간에서 빠져나오는 ‘질문’을 되찾아야 한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걸까?” 살(buy) 것인가 살(live) 것인가 질문해야 한다.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 소비를 돌아보는 질문 있는 한 주를 살아보자.
첫째, 충동구매 하지 않기. 정말 나에게 필요한 물건인가를 먼저 생각한다.
둘째, 광고에 속지 않기. 갑자기 뭔가 사기로 결정했다면 그렇게 결정한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자. 혹시 광고를 보고 즉석에서 구매하는 것인 아닌지 꼼꼼히 따져본다.
셋째, 사은품-경품에 현혹돼 상품을 구입하지 않기.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넷째, 홈쇼핑 중독 벗어나기. 자신이 홈쇼핑 중독 증세가 있다고 생각되면, 우선 텔레비전을 끄고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시작한다.
다섯째, 쇼핑습관 고치기. 쇼핑 습관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면, 카드보다는 현금으로 물건을 산다.
여섯째, 환경을 생각해 물건사기. 물건을 살 때는 과대 포장되지 않고, 지역에서 생산되어 환경 부하가 적은 물건을 산다.
일곱째, 물건 재활용해서 쓰기. 물건을 사려고 할 때, 지금 갖고 있는 물건을 재활용하거나 수선하면 되는지 꼼꼼히 따져 보고, 필요하지 않은 물건은 사지 않는다.
김기돈 – 생태환경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 글모듬지기(편집주간)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창간 23주년이 된 생태환경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는 우리가 바라고 꿈꾸던 ‘단순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을 담는다. 나무 한 그루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재생종이를 쓰며, 고운 우리말을 살려 쓰기 위해 노력한다. www.jaga.or.kr

김기돈 생태환경잡지 ‘작은것이 아름답다’ 글모듬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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