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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신재벌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 심사, 노동자 요구 경청해야

28일 저녁 늦은 시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천여명의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모여 통신재벌의 케이블방송 인수합병에 대한 정부의 제대로 된 심사를 촉구했다. 희망연대노동조합은 지역 케이블방송 설치 및 수리기사들을 주축으로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노동조합이다. 지난 6월부터 노조 및 미디어 단체들이 ‘방송통신 공공성 강화와 나쁜 인수합병 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정부에 제대로 된 인수합병 심사를 촉구하기 위해 지역 케이블방송의 공공성과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3년 전만 해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독과점을 이유로 SKT와 CJ헬로의 인수합병을 불허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SK브로드밴드의 티브로드 합병과 LG유플러스의 CJ헬로 합병 건에 대해 당국의 조건부로 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인수합병을 정부는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의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에 맞서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노조는 사실상 통신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보고 있다. 포화상태에 놓인 통신시장을 뛰어넘어 지역 케이블방송 수백만 가입자를 한번에 통신재벌로 넘기고 독점적으로 유무선 결합상품 등을 강요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역 케이블방송이 갖춰야 할 공공성과 지역민 편익 보장 계획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이미 지역 케이블방송은 하나의 방송매체로 자리매김돼 있다. 지상파에서는 반영될 수 없는 지역에 특화된 정보와 뉴스를 전하고, 여론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통신재벌의 계획을 제대로 밝히지 않고 진행되는 인수합병은 지역방송 공공성을 망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중요한 또 한 가지 문제는 케이블 방송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의 문제다. 통신사와 케이블방송사의 인수합병에 따라 이들의 고용문제와 노동조건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가 인수하기로 한 CJ헬로 노동자들은 모두가 외주업체의 비정규직이다. CJ헬로 노동자들은 인수합병 과정에서 CJ헬로와 LG유플러스에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양쪽 모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사업의 가장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인수합병이 제대로 된 인수합병일 수가 없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등 정부는 인수합병 적격심사 과정에서 통신재벌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반복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재벌기업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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