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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경원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몸에도 피가 흐르는가

자유한국당이 국회 본회의 상정이 임박한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 카드로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위한 공직선거법과 공수처 등 검찰개혁법을 포함한 199건 법안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로써 여야가 대립하는 쟁점법안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법안의 처리도 줄줄이 무산됐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민식이법’마저 볼모로 잡아버렸다. 파당적 이익에 눈이 멀어 아이 잃은 부모의 고통과 호소마저 짓밟고 가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자유한국당은 정당이라 보기 어려운 한낱 ‘도당’일 뿐이다.

극단적인 필리버스터 신청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민식이법은 필리버스터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나경원 원내대표가 처음부터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민식이법을 통과시켜줄 수 있다고 했다는 것 자체가 민식이법을 인질로 삼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빤뻔스런 변명일 뿐이다.

자유한국당이 이런 비인간적인 방법마저 동원한 의도는 분명하다. 그들이 밝힌 대로 108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4시간씩 필리버스터를 하면 안건당 1명이 나서도 800시간이 넘는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오는 10일까지 모든 의사 일정 진행을 마비시키겠다는 속셈이다. 더 나아가면 20대 국회 남은 임기 전부를 깡그리 파행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민식이법과 같은 법안이 어떻게 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맹자>의 ‘양혜왕 상편’에 ‘불인지심(不忍之心)’이란 고사가 있다. 제물로 끌려나가는 소가 죽음을 감지하고 부들부들 떨며 두려워하자 제 선왕은 ‘차마 볼 수가 없구나. 소를 죽이지 말고 양으로 대신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약하고 고통에 처한 생명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갖는 ‘차마 못 하는 마음’이 그것으로, 인간의 ‘본성’에 해당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108명의 국회의원에게 과연 이런 성정이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의 몸에도 과연 붉은 피가 흐르는가. 왜 이리 매정하고 잔인한가.

야당은 필요에 따라 집권여당에 맞서 격렬히 저항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인륜까지 저버려서는 안 된다.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누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어떤 냉혹한 방법도 서슴지 않겠다는 자들의 무리가 자유한국당이다. 이들이 대한민국 국회의 1/3을 넘는 의석을 갖고 있는 절망적인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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