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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마전 마사회의 부조리가 경마기수를 죽였다”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에서 40대 경마기수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가운데, 그가 남긴 유서의 일부.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에서 40대 경마기수가 유서를 남기고 숨진 가운데, 그가 남긴 유서의 일부.ⓒ공공운수노조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렛츠런파크)에서 말을 타는 기수로 일한 문중원(41) 씨가 지난 29일 자신의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더럽고 치사해서 더는 못하겠다.” 그가 남긴 유서의 마지막 말은 청춘을 바쳤던 경마공원에서 겪은 부당함을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다.

유서에서 보는 경마장의 현실
15년 청춘을 쏟았지만..
부당한 지시, 갑질 구조에 절망

부산경남경마공원 개장 이래 벌써 여섯 번째 죽음이다. 지난 2017년에도 마필관리사가 잇달아 마방에서 숨져 논란이 됐다. 당시 유서에서도 이들은 문 씨와 비슷한 원망이 그대로 표출했다. 계속되는 죽음의 행렬에 열악한 노동조건, 다단계 갑질구조의 비판과 마사회 개혁 목소리가 빗발쳤다. 수개월 동안 장례가 미뤄진 끝에 어렵사리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문 씨의 죽음에서 보듯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20대부터 15년 청춘을 경마장 기수로 살아온 문 씨는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했다. 더는 참을 수 없다던 그는 8살 딸과 6살 아들, 부인 등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가족을 남기고 극단적 결정을 내렸다. “도저히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답답하고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 그의 심경이 담긴 유서의 첫 장 문구다.

그는 태풍이 불고, 안개가 가득한 날에도 경주마에 올랐다. 다칠 수 있는 말 위에도 목숨을 걸고 몸을 실었다. 경쟁에서 조금 못 뛰면 부당한 지시가 떨어졌다. 이를 거부하면 말 위에 오를 기회조차 박탈됐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택한 조교사 면허. “죽기 살기로 준비해 조교사 면허를 받았다”. 유서의 글은 ‘선진경마’라는 경마장의 구호 뒤에 그를 둘러싼 악순환의 굴레가 어땠는지 잘 드러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경마장 현실은 그대로였다. 그는 “조교사 면허가 있어도 마방운영 권한은 마사회 간부의 친분에 따라 결정됐다”고 했다. “이럴 거면 왜 조교사 면허를 준 것인지.. 오랜 시간 노력하고 그 어려운 시험을 치르고 받은 것인데”. 그의 힘만으론 바꿀 수 없었고 그렇게 절망했다.

실력·노력보다 마사회 높은 이들과의 유착관계가 마방 배정서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구태와 갑질 구조를 보며 문 씨는 “도대체 뭐가 선진경마냐. 지금까지 힘들어서 죽어나간 사람이 몇 명인데.. 정말 웃긴 곳”이라고 원망의 말을 던졌다.

2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마사회 내부의 승부 조작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 문중원 씨의 죽음에 대해서 마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며 열린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 마사회는 경마기수 문중원을 살려내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19.12.02
2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마사회 내부의 승부 조작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고 문중원 씨의 죽음에 대해서 마사회의 책임을 촉구하며 열린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 마사회는 경마기수 문중원을 살려내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2019.12.02ⓒ정의철 기자

죽음의 경마장.. 언제까지 계속
유족, 노조 “문중원을 살려내라”
책임자 처벌과 진상규명 촉구
한국마사회도 ‘애도’ 공식입장

“마사회가 문중원을 죽였다”. 문 씨의 죽음에 대해 노조는 “복마전 마사회의 부조리가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고 규탄했다. 2일 유가족, 부산경남경마공원 등 문 씨의 동료들과 공공운수노조는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아 “문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마사회”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들은 “죽음 앞에 성찰과 반성이 없는 마사회가 연이은 죽음을 만들고 있다”며 “2017년 이후 4명의 죽음이 계속됐지만 마사회의 다단계 갑질구조, 부조리는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진경마 위선 속에 또 누군가 죽어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마사회가 즉각적인 진상규명 절차와 책임자 처벌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유가족 등은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부조리를 밝히고, 관련자를 처벌하라”며 “무엇보다 목숨을 걸고도 나아지지 않는 경마장의 모순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마사회가 바꿀 수 없다면 우리가 바꿀 것이며 더는 죽음을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유족의 위임을 받은 노조는 오는 4일에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문중원 동지 죽음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엔 서울과 부산, 제주의 전체 경마 기수들이 집회에 참여한다. 아울러 경마장 내 기수, 말관리사, 시설 등 조직과 지역대책위를 구성해 대응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문 씨의 주검은 김해시 갑을장유병원에 안치됐다. 장례식은 마사회 측이 사태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계속 연기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마사회도 뒤늦게 애도를 담은 공식입장을 내고 “각종 의혹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채용비리 논란에 대해서는 “개별 사업자 등록증이 있는 조교사와 고용관계에 있지 않고, 마방 임대도 마사대부심사위를 통해 선발된 자에게만 주어진다”며 이를 반박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일 “경마시행을 총괄하는 시행체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족에게도 애도를 표한다”면서 “유서에 언급된 부정경마와 조교사 개업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만큼 이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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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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