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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영 징역 6년’에 가려진 단톡방 구성원들의 추악한 범행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논란을 빚은 가수 정준영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4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최근 집단 성폭행, 불법촬영·유포 등 각종 성범죄에 연루된 이른바 ‘정준영 단톡방’ 구성원들에 대한 첫 번째 사법판단이 있었다. 이 사건 중심에 서 있던 가수 정준영 씨는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가수 최종훈 씨를 비롯해 구성원 대부분은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수년간 다수의 여성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은 이들이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 심리로 열린 선고 공판에서 유죄로 인정된 범행들은 극히 일부다. 그런데도 ‘징역 *년’이라는 결과에 담을 수 없을 만큼 이들의 행태는 매우 추악했다.

이들에게 여성은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에 재판에 넘겨진 단톡방 구성원들은 연예인인 정준영, 최종훈 씨와 유명 아이돌 그룹 가족인 권 모 씨,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친구인 김 모 씨, 허 모 씨 등 5명이다. 이들은 재판부 표현대로 ‘심각하게 왜곡된 성인식’을 바탕으로 여성들을 ‘단순 쾌락의 도구’로 취급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정준영 씨와 최종훈 씨의 집단 성폭행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친한 친구’ 정준영 믿고 술 마셨는데, 오히려 집단 성폭행
주변 친구들 범행 지켜보며 웃고, 찍고, ‘나도 하자’
“여성을 단순 쾌락 도구로 여겨”

2016년 3월 20일 대구. 정준영 씨와 최종훈 씨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은 A 씨를 상대로 집단 성폭행을 저질렀다. 차례로 A 씨와 성행위를 한 게 아니라 같이 했다고 정준영 씨는 진술했다. A 씨는 당시 공황장애약을 복용하는 상황에서 많은 양의 술을 마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

A 씨와 정 씨는 평소 친한 사이였다. 취하더라도 자신을 챙겨줄 거라고 믿었지, 끔찍한 범행을 저지를 거라 예상치 못했다. 범행 현장에 단톡방 구성원 중 하나인 김 씨도 있었다. 김 씨 역시 A 씨의 친한 친구였다. 당시 대구로 1박 2일 여행을 온 단톡방 구성원들은 A 씨와 그 친구들과 함께 클럽에서 놀다가 호텔로 자리를 옮겨 술자리를 이어가던 상황이었다.

이들은 A 씨의 믿음을 철저히 짓밟았다. 정 씨와 최 씨가 A 씨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김 씨와 허 씨는 이를 지켜봤다. 뿐만 아니라 정 씨의 진술에 따르면, 김 씨와 허 씨는 소리 내 웃으며 ‘나도 하자, 같이 하자’라며 제지는커녕 놀이에 끼워달라듯 보챘다. 심지어 김 씨는 범행 장면을 촬영했고, 이 과정에서 플래시가 터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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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정 씨와 최 씨의 집단 성폭행 혐의는 유죄로 인정됐다. 하지만 해당 혐의에 대해 김 씨와 허 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의 범행 증거가 단톡방 대화 내용뿐인 상황에서, 단순 ‘과시용’이었다는 이들의 주장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단톡방 구성원들은 주로 여성들의 취약한 상태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 준강간 등으로 각각 징역 5년, 4년을 선고받은 권 씨와 김 씨도 만취한 여성을 노렸다. 아울러 피해자들은 배우 지망생 등 연예계 종사자 또는 종사하길 희망하는 사람이었다. 같은 업계에서 자신보다 영향력이 큰 이들을 가해자로 지목하기 어려운 위치였다.

실제 피해자들은 사건 당시 술에 취해 정신을 잃어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고소하지 못했었다. ‘(연예계는) 소문도 잘 나고 (내게) 더 큰 불이익이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연예계 업종을) 지망하는 상황에서 밉보이면 곤란하다’, ‘고소하면 (연예계 관련) 일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았다’ 등을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단톡방 내용이 공개된 이후 피해 사실을 깨닫고, 가해자들이 부인하는 모습에 화가 나 고소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 및 경찰유착 의혹이 있는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불법 동영상 유포 혐의 및 경찰유착 의혹이 있는 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김슬찬 기자

단톡방 구성원들에게 여성은 자신들의 유희를 위한 ‘장난감’일 뿐이었다. 재판부는 공통 양형 이유에서 “유명연예인 또는 그 친구들이 여러 명의 여성을 상대로 각종 성범죄를 저지르며 그 내용을 대화방에서 공유했다. 피고인들은 여성을 단순 쾌락의 도구로 여겼다. (피고인들의) 나이가 많지 않지만, 호기심 어린 장난이라고 하기에 범행이 너무 중대하고 심각하다”라고 질타했다.

정준영 씨는 자신의 선고를 듣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눈물을 흘렸다. 공범인 최종훈 씨는 자신의 형량을 예상한 듯 정 씨의 선고 때부터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인정된 범행은 일부일 뿐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핵심 증거인 단톡방 대화 내용 일부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정준영 씨의 휴대전화 원본이 없고, 이들이 해당 내용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익명의 제보자가 전달한 대화 내용을 증거로 채택하기에는 디지털 포렌식 등 객관적으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살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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