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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출시에 제주도 ‘물 공급제한’ 경고
제주용담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제주용담수 기자 간담회에 참석한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오리온 제공

논란이 되고 있는 오리온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에 대해 제주도가 ‘용암해수 공급 제한’을 검토 중이다.

2일 제주도청 관계자는 “오리온이 제주용담수의 판매를 위해 체결해야 할 물 공급계약에 ‘국내 판매’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오리온이 제주용암수에 대한 국내 판매를 포기하지 않으면 용암해수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다.

다만 물 공급계약에 있어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이 관계자는 “국내에도 안 파는 제품을 어떻게 해외에 파느냐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데 정말 오리온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최소한의 물량만 국내에서 판매할 수 있는 수준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지난달 26일 오리온이 제주용담수를 국내 출시한 것에 대해 “제주도와의 약속을 어긴 것”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사업 초기 국내 판매가 아닌 전량 수출하겠다고 밝혔던 오리온이 약속을 깨고 국내 판매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청 관계자에 따르면 오리온이 제주용암수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2017년 2월 원희룡 제주지사와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이 두 차례 면담을 가졌으며, 그 과정에서 오리온이 제주용담수 판매와 관련해 국내 판매를 하지 않고 전량 국외 판매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해당 약속을 증명할 문서는 존재하지 않으며 구두 약속으로만 이뤄졌다는 게 제주도 측의 설명이다.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뉴시스

반면 오리온은 “애초 국내판매와 해외판매를 모두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해 왔다”며 제주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판매하지 못하는 제품을 어떻게 해외에 수출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회견에 참석한 허인철 부회장도 “2017년 2월 제품 출시를 위해 제주도에 승인을 받으면서 작성한 사업계획서에도 명백히 국내와 해외 판매를 주로 한다고 돼 있다”며 “해외 판매만 하기로 했다는 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로 말도 안 되는 음해성 발언”이라고 주장했다.

제주용암수의 국내 판매를 둘러싼 양측의 ‘갑론을박’은 이를 증명할 문서가 없어 더욱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생수 업계에 따르면 3년 전 생수사업 진출을 계획한 오리온은 2016년 11월 제주도가 조성한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 입주, 생수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던 제주 토착기업 ‘제주용암수’를 인수해 현재의 ‘오리온제주용담수’ 법인을 설립했다.

제주도는 용암수를 이용한 혼합음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제주테크노파크 용암해수지원센터(제주도공기업)’가 관리하는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해야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오리온이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은 용암해수 사용을 위해 입주계약 외에도 공급자인 용암해수지원센터와 (용암해수)공급계약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용암해수지원센터 내부 지침에 따르면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의 경우 용암해수 사용을 위해 공급자(용암해수지원센터)와 공급 및 사용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계약서에 준하며, 사용자가 계약기간 연장을 희망하는 경우 계약 만료 30일 이전에 계약 연장 신청서를 공급자에게 제출해야 한다.

제주도는 용암해수일반산업단지에 입주한 오리온의 ‘국내 판매’를 막기 위한 카드로 바로 이 ‘물 공급 계약’을 꺼내 들었다. 올해 8월 공장을 준공한 오리온은 9월부터 제주용암수 시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현재 오리온은 용암해수지원센터와 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이며, 제품생산에 필요한 용암해수 선공급에 대해서만 협의해 공급받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물(용암해수) 공급에 대해 용암해수지원센터와 공급계약을 체결하지는 못한 상황”이라면서도 “시제품 생산 당시 선공급하기로 협의가 이뤄져 있어 지금은 무리 없이 물을 공급받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용암해수 ‘공급 제한’ 조치에 대해 “용암해수 공급과 관련해서는 용암해수지원센터와 지속해서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더 관련 내용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뉴시스

제주도, ‘제주용암수’ 출시에 ‘제주삼다수’ 매출타격 불가피
... 오리온 “‘먹는 샘물’ 제주삼다수와 ‘혼합음료’ 제주용암수 경쟁상대 아냐”

제주도가 오리온에 대해 용암해수 ‘공급 제한’까지 고려하는 데는 제주도관광공사가 생산하는 제주 삼다수의 매출 타격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생수 시장에서 제주 공기업인 제주도개발공사가 생산 판매하는 제주삼다수와 제주용암수가 경쟁할 수밖에 없고, 삼다수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국내 판매를 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제주도가 100% 지분을 보유한 지방공기업이다. 제주도개발공사가 올리는 수익 대부분은 제주도를 위해 쓰인다. 제주도개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제주개발공사의 연 매출은 2800억원에 육박한다. 그리고 해당 매출 90%(약 2600억원) 이상이 삼다수에서 발생한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대기업인 오리온의 제주용암수가 국내 판매를 시작할 경우 삼다수를 비롯해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생수 제품들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며 “제주도가 이런 시장 상황을 방관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의 환경보전국 소관 예산심의에서도 오리온 제주용암수 국내 판매로 인한 삼다수 매출 감소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안창남 의원(제주시 삼양·봉개동, 무소속)은 “오리온 제품이 국내시장에 판매되면 국내 생수시장 판도가 달라지고, 삼다수 매출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원수대금도 용암해수가 삼다수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봉이 김선달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리온은 먹는 샘물로 분류되는 삼다수와 혼합음료로 분류되는 제주용암수는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제주용담수는 국내 판매보다 국외 판매를 주력으로 바라보고 만든 만큼 삼다수와의 경쟁에 대한 걱정은 제주도의 지나친 우려라고 주장했다.

오리온 출시한 제주용암수는 혼합음료로 분류된다. 이와 달리 시중에 판매 중인 제주 ‘삼다수’나 롯데 ‘아이리스’, 농심 ‘백산수’ 등은 먹는 샘물이다. 혼합음료와 먹는 샘물은 품목에서 다르게 구분된다. 1995년 제정된 먹는물관리법 제3조에 따르면 시중에 판매되는 물은 크게 ‘먹는 물’, ‘먹는 샘물’, ‘샘물’로 구분된다. 그러나 혼합음료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 제4조 ‘식품별 기준 및 규격’에 따라 관리된다. 먹는 물, 먹는 샘물, 샘물 등은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모두 자연 상태의 물을 먹기 적합하도록 물리적으로 처리한 것을 뜻한다. 반면 혼합음료는 먹는 물 또는 동·식물성 음료에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을 가하여 음용할 수 있도록 가공한 제품이다.

삼다수가 지하수의 일종인 화산암반수라면, 용암수는 암반수 밑에 존재하는 해양심층수다. 암반수는 추출해 살균하면 제품화할 수 있지만, 해양심층수는 지하 6km에서 끌어올린 해수를 전기분해 해 염분을 빼는 추가 공정을 거쳐야 한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오리온 제주용암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오리온 제주용암수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모델들이 오리온 제주용암수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오리온 제공

‘국내판매’ 명시한 오리온 사업계획서 법적효력 없어
...제주도 “오리온 국내 판매 강행시 행정조치 및 법정대응 검토”

제주도는 또 오리온이 ‘국내 판매’ 근거로 밝힌 사업계획서에 대해서도 법률적 효력이 없는 내용임을 강조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해당 내용에 관해 법률 검토를 진행한 결과 2년 전 오리온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는 당시 자체 지하수 관정을 뚫어 사용하기 위한 문서일 뿐”이라며 “(오리온이)자체 철회한 만큼 법적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오리온이 국내 판매를 강행할 경우 행정조치와 법적 대응 등 여러 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대응에도 오리온 측은 말을 아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저희는 국내 판매를 명시한 사업계획서를 분명히 제출한 만큼 국내 사업과 글로벌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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