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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 청와대 특감반원 사망 하루 만에 유류품 압수한 검찰

검찰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일했던 검찰 수사관의 사망사건을 조사하겠다며 서울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본 뒤 검찰이 추가 수사를 요청하는 수사 관행을 깨고 사망 하루 만에 경찰이 확보한 증거물을 모두 가져가 버린 셈이다. 경찰은 “증거강탈”이라며 반발했고 검찰은 ‘법원이 영장 내준 사건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받아쳤다. 검찰은 “한 점 의문 없이 진상을 규명하고자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고인을 사망으로 이르게 한 데 대해 “민정비서관실 업무와 관련된 과도한 오해와 억측이 고인에 대한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숙고하고 있다”며 “이유가 낱낱이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 내에서는 “검찰의 별건 수사 등 직권남용이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혹은 고인의 유서 내용이 일부 공개되면서 확산됐다. 무려 9장 분량의 유서 중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내는 내용이 3장이나 되고, 그 안에는 “가족들을 배려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사도 아니고 청와대 고위직도 아닌 하위 직급의 검찰수사관이 검찰총장에게 자신의 사후, 가족의 미래를 부탁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검찰이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과 관련이 없는 다른 사건을 들여다보면서 그를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조국 전 장관을 낙마시키기 위해 청문회를 앞두고 주변을 온통 헤집었던 전력이 있으니 나오는 우려다.

어찌 되었건 경찰이 확보한 고인의 유품을 사망 하루 만에 압수수색이라는 절차를 빌어 강제로 빼앗아간 것은, 경찰수사를 강제로 중단시키고 검찰 독점 수사로 전환시킨 꼴이다. 이는 현재 국회 계류 중인 검경수사권 조정노력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아예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법안을 좌초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이 스스로 이런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건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수사해서 내놓은 결과물을 국민이 흔쾌히 받아들이기도 힘들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체제에서 검찰은 독자적인 권력기관처럼 움직여 왔다. 아무도 검찰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한 바 없다. 검찰은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여야 하며 낡고 잘못된 수사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장 이번 사건 수사에서부터 그래야 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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