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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용균 1년, 도대체 바뀐 게 뭔가

오는 10일은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의 사내 하청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에 끼여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듯하다. 당장 노동부가 내놓은 안전보건 불시점검 결과가 그렇다.

이번 점검은 김 씨의 사고 이후 정부가 관계 부처 합동으로 내놓은 ‘공공기관 작업장 안전 강화 대책’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었다. 노동부는 사내 하청 노동자가 많은 공공 부문 사업장과 민간 부문 대형 사업장 399곳을 불시에 들여다봤는데, 무려 260곳이 안전조치 소홀로 3억 9천여 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시정 지시를 받은 사업장은 353곳에 달했고, 아예 사용 중지 명령을 받은 경우도 12곳이나 됐다. 한마디로 모두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었던 현장과 똑같은 방식의 컨베이어가 그대로 운용되는 곳도 있었다. 높은 곳에 자리한 작업대에 추락방지 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고, 움직이는 작업대를 제어하는 장치가 없는 곳도 있었다. 공공발주 건설 현장과 대형 사업장이 이 지경이니 그보다 작거나 아예 감시의 눈이 없는 곳이 어떨지는 말할 것도 없다.

하청노동자들의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이 변화하지 않은 건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1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은 발전소나 철도, 조선업 등에서 도급을 여전히 허용하고 있고 온갖 예외조항을 들어 사용자의 책임을 면해줬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나면 하청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목숨을 잃게 된다. 한 해에 2400여명의 노동자가 생목숨을 잃어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 현실이 유지되는 이유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위험의 외주화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중대재해를 일으킨 기업주를 엄히 처벌하면 된다. 사람의 생명 앞에서 기업 활력이나 경영 환경 따위를 거론하는 건 염치없는 짓이다. 현장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인 해법이다. 하청노동자들이 원청과 교섭할 수 있어야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지킬 수 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동안 무수한 생명들이 스러져 간다. 슬프고 부끄럽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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