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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론1호 법안도, 황교안 약속 법안도 ‘필리버스터’ 하자는 한국당의 자충수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03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19.12.03ⓒ정의철 기자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이 본회의에 오른 모든 안건에 기습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한 데 대해 '자충수'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소수 야당의 합법적인 저항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각종 민생법안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당론 1호 법안이나 황교안 대표가 처리하겠다고 약속한 법안들까지 스스로 막아선 꼴이 됐다. 더욱이 법안 내용 중 한자어나 일본식 표현을 쉬운 말로 대체하자는 법안에 대해서도 토론을 해야 한다며 필리버스터를 신청해 논란을 자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안건 19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3대 부정이자 4대 발목"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본회의에 올랐던 199건 중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27건이었다. 위원회 대안으로 제출한 법안 76건 중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출한 법안이 대안에 반영된 경우도 47건이나 있었다.

민주당은 이를 두고 "무더기 필리버스터 신청으로 국회 존재 이유인 입법을 부정한 '국회 부정'이자, 여야가 합의 처리한 법안을 모두 부정한 '합의 부정', 자신들이 추진해 온 법안조차도 부정한 '자기 부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을 발목 잡은 '민생 발목', 국정운영과 관련한 법안과 외교·안보 관련 동의안을 발목잡은 '국익 발목', 자신들이 제출한 법안도 발목 잡은 자기 발목', 한자어나 자구 변경 등 토론할 필요조차 없는 법안들까지 발목잡은 '무개념 발목'"이라고 비판했다.

20대 국회가 개원할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새누리당 당론 1호 법안인 '청년기본법'과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 9개 법안을 신보라 의원과 김광림 의원 등이 제출하고 있다.
20대 국회가 개원할 당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새누리당 당론 1호 법안인 '청년기본법'과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 9개 법안을 신보라 의원과 김광림 의원 등이 제출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특히 이들 법안 중에는 자유한국당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심혈을 기울여 온 법안들도 포함돼 있다. 대표적인 게 자유한국당의 1호 당론 법안으로 알려진 청년기본법이다. 이 법안은 청년 정책의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20대 국회 개원 첫날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한 것이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한 소상공인기본법도 마찬가지 처지다. 황 대표는 취임 후 잇따라 소상공인 현장을 찾아 관심을 보였는데, 정권의 무관심과 무책임 때문에 '소상공인기본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외교적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각종 외교안보 관련 동의안 12건도 필리버스터 대상이 됐다.

특히 민주당은 "남수단, 레바논,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아랍에미리트 등에 대한 국군부대의 파견연장 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 우리 부대가 복귀해 외교적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4개 해외파병 부대의 파견연장 동의안까지 모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달까지 연장동의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레바논, 남수단, 소말리아, 아랍에미리트 부대가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며 "자유한국당의 느닷없는 발목잡기에 국방부와 해당 부대는 망연자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국제사회도 뜻밖의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 하고 있다"며 "해외에서 목숨 걸고 싸우는 장병들이 어떻게 필리버스터 대상이 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어려운 법률 용어를 쉬운 단어로 바꾸는 내용이 담긴 법안들 역시 무제한 토론의 대상이 됐다.

일례로, 자유한국당 이양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안 표현 중 '일체의'라는 표현을 '모든'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는데 이러한 법안 처리도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이를 두고 논란이 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부랴부랴 해명에 나섰다.

나 원내대표는 같은 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 "신청과 실행은 다른 것"이라며 "그날 필리버스터 권한을 보장받기 위해 (모든 안건에 대해) 신청을 했지만 '5건만 인정해달라, 다 철회하겠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문제냐"라고 발끈했다. 처음부터 모든 안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실행할 생각은 없었다는 의미의 해명으로 보인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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